전남혁

전남혁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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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사건팀. 쉽고 알차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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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4-09~2026-05-09
사회일반61%
사건·범죄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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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3%
  • 불법사채, 플랫폼 옥죄자 텔레그램으로… 피해자 36% “SNS 접촉”

    한준영(가명·32) 씨는 지난해 1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출 광고를 보고 ‘이 실장’이라는 업자에게 연락해 10만 원을 빌렸다. 그런데 이 실장은 일주일이 지나자 연체료 등을 명목으로 43만 원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돈을 빌려줄 때 한 씨로부터 받았던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로 ‘한준영이 돈 안 갚고 도망갔다. 너희들 개인정보도 팔아넘겼다’는 문자를 뿌렸고, 한 씨에게는 텔레그램으로 “네 동네에 얼굴 사진으로 만든 현수막 걸어야겠다”며 압박했다. 취재팀이 접촉한 이 실장의 피해자 5명 중 2명은 SNS에 올라온 대출 광고를 보고 이 실장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명도 전화가 아닌 텔레그램 등 SNS로 추심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해 대부 중개 플랫폼을 불법사채 조직의 주요 활동지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자, 조직들이 SNS로 거점을 옮겨 피해자를 접촉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연 이율 60%가 넘는 불법 사채는 원금조차 갚지 않아도 되도록 계약을 무효화하는 강력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지인을 향한 가혹한 추심 탓에 실제 구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개 플랫폼서 SNS로 옮겨간 사채의 덫지난해 7월 마련된 개정 대부업법의 핵심은 대부 중개 플랫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추심 등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불법사채 계약은 주로 피해자가 대부 중개 플랫폼에 등록된 합법 대부업체에 전화하면 연락처가 불법사채 조직에 넘어가는 식으로 이뤄졌는데,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불법사채 조직은 단속을 무력화하기 위해 중개 플랫폼이 아닌 SNS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SNS에선 계정이 정지돼도 새 계정으로 추적을 피할 수 있고, 해외 플랫폼은 정부가 자율규제 협조를 요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3일 불법사채 피해자를 지원하는 경기복지재단은 올 1분기(1∼3월)에 접수된 피해자 380명 중 138명(36.3%)이 SNS를 통해 불법사채를 접했다고 밝혔다. 대부 중개 플랫폼(13.2%)이나 문자 광고(9.5%), 포털 사이트(8.7%)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실제로 취재팀이 이 실장 피해자 5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SNS를 통해 불법 계약과 추심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도훈(가명·28) 씨는 “일용직 근로자였고 당장 계좌가 막힐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SNS 광고를 보고 이 실장에게 연락했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이 실장 조직과 관련한 피해가 총 60건 넘게 접수되자 집중 수사에 착수했고, 금융감독원도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3일 SNS에서는 ‘쉬운 대출’ 등을 내건 광고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취재팀이 그중 한 업자를 접촉해보니 ‘10만 원 차용 시 일주일 후 19만 원 상환’ 등을 적은 이자 표를 텔레그램으로 안내해왔다. 연이율로는 약 5200%로, 법정 최고금리(20%)의 260배에 달하는 불법사채다. 정부는 이런 불법사채 광고를 발견할 때마다 차단을 요청하고 있지만, 해외 플랫폼은 협조가 더딘 상황이다.● ‘고금리 무효’도 지인 협박 앞에선 무력 금감원은 개정 대부업법에 따라 연 이율 60% 이상의 초고금리 계약에 대해선 올 3월부터 ‘대부계약 무효확인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한 달 동안 접수된 400건 가운데 실제 확인서 발급으로 이어진 사례는 88건에 불과했다. 특히 173건은 피해자가 스스로 신청을 철회하거나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인에 대한 악질적 추심이다. 불법사채 조직은 대출 계약 시 요구한 지인 연락처를 빌미로 협박을 일삼기 때문이다. 이 실장 조직의 피해자인 박진욱(가명·24) 씨는 “계약이 무효가 돼도 지인들이 피해를 볼까 봐 빚을 모두 갚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30대 중반 피해자는 “경찰과 금감원에 신고했다고 알렸더니 ‘(지인) 100명에게 협박 메시지를 뿌리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불법사채 피해 782건 중 사채 조직으로부터 계약 무효를 확인받은 ‘채무종결 합의’는 267건(21.7%)에 그쳤다. 피해 구제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유민희(가명·36) 씨는 “연이율 60% 초과 계약이 무효라는 건 몰랐다”며 “원금을 못 갚았다는 이유로 계속 독촉해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추심을 원천 차단할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진흥 한국TI인권시민연대 불법사채대응센터장은 “피해 신고 시 연루 계좌를 즉시 동결하는 대상 범죄를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불법사채로 넓혀야 한다”고 했다.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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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보이스피싱 ‘해외 몸통’ 집중 검거하니… 피해액 45% 줄어

    올 들어 3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하부 조직원 검거를 넘어 해외 거점의 ‘몸통’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수사 패러다임을 전환한 결과다. 다만 전통적 보이스피싱이 위축된 자리에 ‘노쇼 사기’나 ‘투자 리딩방’ 등 신종 사기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풍선 효과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보이스피싱 윗선 치니 피해 1400억 줄어지난달 29일 태국 방콕의 한 임대주택을 급습한 현지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이던 한국인 11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한국 공무원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으니 결백을 증명하려면 돈을 보내라”는 식으로 국내 피해자의 돈을 뜯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된 피해액은 약 30억 원 규모였다. 태국에 파견된 우리 경찰 협력관이 1월 말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현지 경찰과 협조해 거점을 특정한 결과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공조 작전 덕분에 올해 1분기(1∼3월) 보이스피싱 피해는 1702억 원으로 전년 1분기(3116억 원)보다 4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발생도 5878건에서 3422건으로 41.8% 줄었다.이는 검거 인원의 ‘질적 변화’ 덕분으로 풀이된다. 전체 검거 인원은 지난해 6218명에서 올해 6904명으로 11.0%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조직의 총책과 관리책 등 윗선 검거는 70명에서 3.3배인 232명으로 늘었다. 구속 인원도 275명에서 439명으로 1.6배가 됐다. 하부 조직원 수십 명을 입건하는 것보다 범죄 설계자인 윗선 1명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범죄 억제에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간 캄보디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으로 한국인 368명으로부터 516억 원을 뜯어낸 일명 ‘송민호파’ 25명도 현지에서 검거됐는데, 이 중 10명이 윗선이었다. 문병구 충남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2계장은 “과거엔 해외 조직원들의 거점을 파악해도 검거까지 여러 달이 걸렸지만, 최근엔 그 기간이 1, 2주 정도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해외 조직도 2주면 검거… 풍선 효과 주의해야이는 캄보디아 대규모 스캠(사기) 범죄 사태 이전 3명에 불과했던 현지 파견 경찰 인력이 지난달 기준 13명으로 늘어나는 등 국제 공조 인프라가 강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정수온 경찰청 동남아시아공조계장은 “과거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면, 이제는 현지 수사당국과 직접 실시간으로 첩보를 주고받는 식으로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에 파견된 대검찰청 소속 검찰수사관은 지난해 필리핀 이민청의 수배자 추적대(FSU)와 공조해 현지 정보원을 가사 도우미로 가장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투입하는 등 합동 작전을 벌인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부는 국내 피해자에게서 1억3000만 원을 뜯어낸 이들 조직원 4명을 지난달 28일 구속기소했다. 이에 따라 사기 범죄로 국내에 송환된 피의자는 2024년 383명에서 지난해 480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3월까지 264명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문 계장은 “최근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48)처럼 현지 총책을 신속히 국내로 압송하면 추가 범행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이스피싱 조직 윗선이 압박받자 사기 범죄는 더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을 사칭해 물건을 대량 주문한 뒤 대금을 가로채는 노쇼 사기 피해액은 지난해 6월 104억 원에서 올해 1월 209억 원으로 반년 만에 2배가 됐다.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도 속출하고 있으며, 범죄 조직은 ‘보복 대행’ 등 신종 범죄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 수법이 교묘해질수록 피해를 막으려면 도로에서 ‘방어운전’을 하듯 시민의 경각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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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디지털 유언장은 무효”… 68년간 손글씨만 인정

    80대 오정숙(가명) 씨는 오랜 기간 투병 끝에 2023년 사망했다. 그는 자신을 간병한 딸에게 전 재산인 아파트를 남긴다는 취지로 유언장을 정성껏 작성해 날인을 마쳤다. 그러나 이 유언장은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오 씨는 말년에 노인복지관에서 배운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유언장을 ‘한글’ 파일로 작성한 뒤 인적사항만 손으로 썼는데, 민법상 자필 유언장은 모든 내용을 수기(手記)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오 씨의 딸은 최근까지도 유산을 두고 다른 유족 2명과 소송을 이어 가고 있다.60대 이상 고령층 자산 ‘시니어 머니’가 지난해 기준 4600조 원이 넘으며 부의 이전 규모는 커졌지만, 유언장 관련 법령은 68년 전 기준에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민법상 자필 유언장이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본문뿐 아니라 수십 건에 달하는 재산 목록까지 전부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이는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정작 유언장을 작성해도 구시대적인 형식 요건에 가로막혀 아무 효력이 없는 종잇조각으로 전락해 소송을 야기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유언장’을 도입한 선진국처럼 유언장 작성 체계를 시대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작성한 유언장도 효력을 인정하고 이를 공적 클라우드에 보관해 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소순무 유언법제변호사모임 회장은 “유족 간 분쟁을 예방하려면 구시대적인 법을 개편해 보다 간편하게 유언을 남길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도장의 나라’ 日도 디지털 유언장 추진… IT 강국 韓은 자필 고집韓 유언장 전체 자필로 써야 인정… 공정증서 작성은 수수료 수백만원日은 컴퓨터-폰 작성 허용 입법나서… 美도 유언장 작성 플랫폼 합법화전문가 “전자 작성 인정-공적 보관을”PC로 작성해 출력했다는 이유로 유언장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은 오 씨의 사례는 디지털이 ‘뉴 노멀’을 넘어 일상이 된 21세기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에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대표적 괴리로 꼽힌다. 설령 법적으로 완결된 유언장을 작성해도 유족 일부의 반대만으로 그 집행이 사실상 정지되는 병목 현상도 부지기수다. 고인의 뜻이 낡은 법조문에 가로막히는 사태가 속출하는 것이다.● 21개 재산 목록 PC로 작성했다며 ‘무효’현행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자필 유언장과 녹음, 공정증서 등 5가지로 제한한다. 이 중 접근성이 가장 높은 자필 유언장의 경우 모든 내용을 유언자가 직접 손으로 써야 효력이 인정된다. 타인에 의한 위조나 변조를 방지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는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68년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문제는 이러한 ‘수기 작성’ 원칙이 고인의 뜻을 종잇조각으로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18년 숨을 거둔 김득구(가명)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21개 항목에 달하는 금융·부동산 자산을 손녀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남겼다. 본문 2쪽은 직접 손으로 썼으나, 숫자가 빽빽하고 복잡한 재산 목록은 컴퓨터로 작성해 출력한 뒤 복사해 별지로 첨부했다. 그런데 1, 2심 재판부는 “별지 목록은 유언의 핵심 내용이며, 이 부분이 자필이 아니면 유언 전체가 효력을 잃는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고인의 명확한 의사보다 68년 묵은 형식 요건이 우선된 결과다.유언장이 법적 요건을 완벽히 갖췄더라도 집행 단계에서 또 다른 벽을 마주한다. 지난해 사망한 80대 김유진(가명) 씨는 80억 원대 유산을 자녀 2명에게 남기면서 부양 기여도에 따라 2 대 1로 배분한다는 자필 유언장을 남겼다. 법적으로는 결점이 없는 유언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유언의 효력을 확인하는 검인 절차에서 유산을 적게 배분받은 자녀가 이의를 제기하자 모든 과정이 멈췄다.검인에서 이의가 제기되면 등기소는 단독 상속 등기를 반려한다. 금융권은 예금을 ‘분쟁 자산’으로 분류해 상속인 전원의 동의 없이는 출금을 차단한다. 결국 유족은 적법한 유언장을 들고도 다시 소송을 치르게 됐다.현재 국내에서 이런 허점을 피하려면 공증인과 함께 유언을 작성하는 ‘공정증서 유언’을 선택해야 한다. 법적 전문가를 대동한 채 유언장을 확인하기 때문에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작고 법원의 검인 절차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증인 2명이 필요하고 수백만 원에 이르는 수수료가 발생해 장벽이 높다.● 日 ‘디지털 유언장’, 美 ‘데스 테크’ 합법화해외에서는 유언장 없는 죽음, 즉 ‘노 윌(No Will)’의 비극을 막기 위해 법적 문턱을 낮추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 e메일보다 팩스를, 디지털 서명보다 도장을 선호하는 아날로그 문화가 강한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각료회의를 통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유언장을 작성하고 이를 공적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확정했다. 명의 도용 우려는 본인이 대면이나 화상으로 유언 내용을 담당 직원에게 직접 낭독하는 확인 절차를 도입해 보완할 방침이다.미국은 일찌감치 디지털 방식을 허용 중이다. 콜로라도 등 10여 개 주(州)가 채택한 ‘통일유언검인법’은 서문 등 비핵심적 부분은 PC 등으로 작성해도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한다. “나는 OOO에게 증여, 유증, 및 상속한다”는 식으로 이미 인쇄된 양식의 빈칸만 자필로 채우는 것도 허용한다. 2019년 제정된 ‘통일전자유언법’은 웹캠을 통한 비대면 증인 참여와 디지털 작성을 허용하며, 이른바 ‘데스 테크(Death-Tech)’ 시장을 열었다. 한 유언장 작성 플랫폼에 접속해 보니 마치 온라인 쇼핑을 할 때처럼 재산 종류와 소재지 등을 양식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었다.상속 전문 이양원 변호사는 “일일이 작성하기 힘든 재산 목록의 경우 자필로 작성하지 않더라도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민법을 부분 개정하고, 디지털 유언장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순무 유언법제변호사모임 회장은 “작성한 유언장을 생전에 국가기관의 확인을 거쳐 보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 사후 유족들의 반대로 유언장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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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화장실 허락받고 가라”…강남署 경감 ‘직장내 괴롭힘’ 감찰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직장 내 괴롭힘(갑질) 신고가 접수돼 서울경찰청이 감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강남서 소속의 한 경감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월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피해자 2명이 당시 관리자급이었던 해당 경감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경찰청 내부비리신고센터에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피해자들의 변호인은 “해당 경감이 ‘화장실에 갈 때도 말하고 가라’는 등의 인권을 침해하고 부서 내 따돌림을 유도하는 등 괴롭힘을 벌였다”고 주장했다.1월 서울경찰청이 감찰에 착수하면서 해당 경감은 대기발령 조처됐다. 그러나 3월 정기인사에서 피해자는 다른 과로 전출된 반면 해당 경감은 원 부서로 복귀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은 “피해자가 전출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출된 피해자 측은 “부서 내에 전출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부서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신고 전인 지난해 10월 이미 다른 곳으로 전출된 상태다.해당 경감에 대한 감찰 조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경감의 변호인 측은 괴롭힘 신고에 대해 “정상적인 업무 조정 등 과정의 대화와 조치가 사후에 왜곡된 것”이라며 “업무 특성상 장시간 자리를 비울 경우 대직이 필요해 미리 알리라고 한 것이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일일이 보고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특정 직원을 강제로 전출시키려 한 적도 없다”고 했다.이 밖에도 강남서는 소속 직원이 2024년 유력 사업가의 수사 무마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직원은 최근 팀장에서 팀원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 비위가 잇따르자 다음 달 3일까지 경보를 발령하고 관서장 주관 대책 회의와 비위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수사 비리, 미진 등과 관련해 전국 경찰서 수사 부서 점검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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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사기 혐의 필라테스 업체 대표 “모델은 빼달라” 고소인과 통화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기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새로운 물증을 확보했다. 사건 피의자가 고소인에게 연락해 인플루언서를 고소에서 제외해달라는 취지로 종용한 정황이 드러난 것.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필라테스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고소인에게 “OOO(인플루언서)은 (사건과) 관계없지 않으냐. (고소 대상에서) 빼달라”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다. 이 통화는 경찰이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 약 한 달 전인 2024년 말에 이뤄졌다.이 사건은 2024년 필라테스 가맹점주들이 업체 대표 등을 사기 및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예상 수익을 부풀려 광고하고 기구 렌탈료 등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업체 광고 모델이었던 인플루언서가 단순 모델을 넘어 경영에 깊이 관여했다며 함께 고소했다.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2024년 12월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피고소인 6명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인플루언서의 남편이 당시 수사팀장(경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며 수사 무마를 청탁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검찰은 업체 대표가 고소인에게 인플루언서를 빼달라고 요구한 것이 경찰의 수사 무마 과정과 연관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검찰은 강남서의 또 다른 수사관이 고소인들에게 인플루언서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의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20일 해당 경감에게는 뇌물수수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인플루언서의 남편에게는 뇌물공여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2일 진행된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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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범죄피해 불법체류자 신분 보호’ 유명무실, 작년 이용 109명뿐

    범죄 피해를 입은 불법 체류자의 신분 노출을 막아주는 ‘통보의무 면제’ 제도가 시행 14년째를 맞았지만 지난해 수혜자는 전체 외국인 피해자의 0.2%에 불과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최근 한 불법 체류자가 ‘에어건 학대’로 장기가 파열되고도 한 달 넘게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경우처럼 추방 위험 때문에 숨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상담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 침해 막자’고 도입했지만 이용자 극소수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르면 경찰 등 공무원은 불법 체류자를 발견하면 원칙적으로 출입국·외국인청 등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다만 폭행 등 범죄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불법 체류 신분이 밝혀졌을 땐 예외적으로 통보하지 않는다. 사실상 수사기관이 불법 체류를 묵인하는 것이지만,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도 추방이 두려워 숨는 것보단 낫다’는 합의와 유엔의 권고에 따라 2013년 3월 관련 규정이 마련됐다. 지난해 11월부턴 임금체불 피해자도 혜택을 보게 됐다. 문제는 저조한 이용률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 제도를 이용한 불법 체류자는 109명에 불과했다. 시행 첫해인 2013년(110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불법 체류자를 포함한 국내 전체 외국인 범죄 피해자가 5만975명이었고, 국내 외국인 중 12.8%가 불법 체류자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극소수만 제도를 이용한 셈이다. 실제로 태국인 불법 체류자 J 씨(49)는 2월 20일 경기 화성시의 한 제조업체에서 고용주 이모 씨(61)가 쏜 고압 공기 분사총(에어건)에 맞아 직장 등 장기가 파열됐지만, 그 사실이 이달 초 알려질 때까지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체류 신분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했다. 2024년엔 한 20대 모로코인 여성이 불법 체류 중 남자 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피해자 조사를 거부해 결국 가해자를 검찰에 넘기지 못했다.● “병원 등서 홍보하고 상담 창구 늘려야” 현장에서는 통보의무 면제 제도에 대한 홍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비자 발급이나 입국 심사 등 과정에선 이 제도를 안내하는 절차가 없다. 전부 ‘적법한 체류’를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고지운 대표변호사는 “어렵사리 상담소를 찾아온 피해자 중에서도 해당 제도를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도를 안내해도 ‘정말 추방되지 않는 게 맞냐’며 의심하다가 종적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불법 체류 신분을 빌미로 학대를 서슴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024년 한 부부는 불법 체류자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거나 성매매 업소에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2020년엔 한 고용주가 밀린 임금을 요구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추방당하고 싶냐”고 폭언하며 폭행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폭행이나 임금체불 피해를 겪은 외국인이 가게 되는 병원과 상담센터에서부터 안내를 강화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상담 창구를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고 변호사는 “가해자가 ‘쌍방 폭행’ 등으로 맞고소하면 실체와 관계없이 통보의무 면제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구금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최소한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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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산 다툼에 굴착기로 집 부숴” 유언장 부재가 남긴 ‘노윌 비극’

    지난달 숨진 김미란(71·가명) 씨는 미혼으로 자녀가 없었다. 유언장 없이 아파트 한 채를 두고 떠나자 형제와 조카 등 10명이 상속인이 됐다. 수십 년간 왕래가 없던 이들 중 일부는 해외에 있거나 행방불명 상태였다. 아파트 처분엔 상속인 모두가 합의해야 했지만 불가능해 유족은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상속재산 분할 소송에 돌입했다. 유언장 한 장이면 피할 수 있었을 소모전이다. 1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고령층 자산은 2022년 3684조 원에서 지난해 4604조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유언장 작성률은 채 1%가 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부의 이전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사후 설계는 전무한 셈이다. 유언장을 남기지 않으니 자연히 분쟁도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속재산 분할 사건은 2014년 771건에서 2024년 3075건으로 크게 늘었다. 상속 전문 이양원 부천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가족 구조가 파편화할수록 소액의 유산 분배도 유언장에 명확히 남기는 게 중요하다”며 “공공기관이 유언장 작성과 등록, 보관을 지원할 때가 됐다”고 했다.시니어 머니 4600조 시대, ‘유산 전쟁’ 10년새 4배로[유언 없는 유산 전쟁]‘유산 전쟁’ 10년새 4배로… “죽음은 먼 얘기” 유언장 작성 미뤄유족간 법정 소모전… 범죄 비화도“유언장 자필로 쓰고 날인해야 효력… 작성과정 영상녹화-공증도 효과적”형제와 조카만을 상속인으로 남기고 떠난 김 씨의 사례는 한국 사회 내 ‘노 윌(No Will·유언장 없는 죽음)’ 비극의 전형이다. 고령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딩크족’이 많아지고 친척 간 교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준비 없는 이별은 곧장 법정 소모전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유산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유언장 작성을 기피하는 인식을 개선하고, 유언장 작성의 문턱을 낮춰줄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니어 머니’ 4600조 원, 갈등의 씨앗으로민법상 유언장 없이 사망하면 유산은 법정 순위대로 분배된다. 1순위 자녀, 2순위 부모, 3순위 형제자매 순이다. 배우자는 1·2순위와 공동 상속하며 50%를 가산받는다. 문제는 ‘기여도’다. 상속인 중 누군가 “내가 고인을 더 극진히 모셨다”거나 “재산 형성에 더 기여했다”며 유산을 더 받겠다고 나서는 순간 소송전이 시작된다. 상속 분쟁은 통상 변호사 수임료 등 10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들고 결론까지 1, 2년이 걸린다.고령층 자산이 늘면서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0대 이상 가구주는 2022년 762만 명에서 지난해 859만 명으로 늘었는데, 이들의 평균 순자산도 같은 기간 4억8327만 원에서 5억3591만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4600조 원이 넘은 ‘시니어 머니’는 낮은 유언장 작성률과 맞물려 갈등의 씨앗이 되는 형편이다. 소순무 유언법제변호사모임 회장은 “유언장을 쓰는 성인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며 “죽음을 ‘먼 얘기’로만 보고 혐오하는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유언장을 남기지 않아 격화한 갈등은 범죄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해 한 남성은 아버지가 남긴 집을 굴착기로 부순 혐의(재물손괴)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1년 아버지가 숨진 뒤 집 소유권을 두고 다른 유족과 갈등하다가 조카가 집을 매도하자 이에 항의하며 범행했다. 그는 “아버지가 생전 나에게 주기로 한 집”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이 없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유언장이 있어도 본인 의사로 작성했다는 증거를 명확히 남기지 않으면 상속받지 못한 유족이 ‘치매에 의한 것’이라며 무효를 주장하기도 한다. 장남과 손녀에게 재산을 모두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2016년 숨진 한 노인의 사례가 그랬다. 가족은 “아버지가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했다”며 유언무효 확인청구를 제기했다.● “‘미리 유언장 쓰기’ 인식 높여야”전문가들은 후손의 분쟁을 예방하고 뜻대로 유산을 나누기 위해 민법상 효력이 인정되는 유언장의 작성법을 숙지해 미리 작성해 두길 권장한다. 녹음이나 구술도 효력이 있지만 인정 요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건 자필 유언장이다. 반드시 자필로 써야 하며 유언을 완성한 날짜와 주소, 이름을 적고 도장과 지장으로 날인해야 한다. 서명은 허용되지 않는다. 작성 과정을 동영상으로 녹화해 두는 것이 사후 무효 주장을 막는 방법이다. 증인 2명을 대동한 채 공증인 앞에서 공정증서 형태로 유언장을 남겨도 효력이 확실하다.유언장은 젊을 때 작성해도 효력이 있다. 다만 내용을 바꿀 땐 자필로 고친 부분과 날짜를 표시해 날인해야 하고, 많은 부분을 고칠 거라면 기존 작성분을 폐기하고 새로 쓰는 게 낫다. 이 변호사는 “유언장은 사후 분쟁의 ‘백신’이나 다름없다”라며 “작성 시기는 큰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나 삶을 정리해 보고 싶을 때 등으로 자유롭게 정하면 된다”고 했다.개인의 노력을 넘어 유언장을 안전히 보관할 수 있는 등록·보관 제도 등 공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영국에선 법원이 직접 유언장을 보관해 준다. 미국은 일리노이주 등에서 행정기관이 유언 등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 유언자가 직접 방문해 유언장을 접수시켜 보관할 경우 실제 작성자가 유언장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다툼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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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직거래 사기 사회적 비용 1.2조 원”… 공식 피해액의 3.7배

    중고거래 사기 등 직거래 사기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1조 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14일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사이버 직거래 사기는 경찰 공식 집계(10만539건)의 3.5배인 35만3300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직거래 사기는 물품이나 용역을 거래하기로 하고 이를 제공하지 않거나 대금을 주지 않는 범죄인데, 전체 사이버 사기 범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연구진은 직거래 사기 피해가 평균적으로 28.4%만 신고된다는 기존 통계를 적용해 수사기관에 포착되지 않은 이른바 ‘암수 범죄’가 25만2761건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서 교수 팀은 직거래 사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총 1조2208억 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직접적인 피해액(5880억 원)뿐 아니라 두려움·불안·우울 등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1040억 원)와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 교정시설 등의 대응 비용(1542억 원), 사기를 막기 위해 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는 안전결제 시스템의 수수료(2505억 원) 등이 포함됐다. 이는 공식 집계된 피해액인 3340억 원의 3.7배에 해당한다.연구진은 “사이버 직거래 사기는 단순한 소액 재산범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광범위한 온라인 거래 환경을 기반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민생범죄”라며 개인의 책임을 넘어 플랫폼과 금융기관 등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지난달 ‘경찰학연구’에 게재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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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인 이혜성 ‘아너 소사이어티’ 됐다…1억 이상 기부 약정

    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방송인 이혜성 씨가 사랑의열매에 고액 기부를 약정하며 ‘아너 소사이어티’ 서울 483호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냈거나 5년 내 납부를 약정한 경우 가입할 수 있다. 기부금은 이 씨의 유튜브 수익금으로 마련됐으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를 통해 소아암 아동을 위한 도서 지원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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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108차례 허위신고” 60대에 손배청구

    ‘교도소에 가고 싶다’며 1년 새 100번 넘게 허위 신고를 일삼은 60대 남성에게 경찰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8일 서울경찰청은 60대 상습 허위 신고자를 상대로 758만8218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112에 허위 신고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구속 기소돼 지난달 20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교도소에 수용되고 싶다’며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가스 불을 켜놨다. 칼을 준비하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코드 제로(CODE 0·위급 상황 최고 단계 지령)’를 발령하고 대응해야 했다. 이 남성은 한 달 후에도 “가스를 폭발시키겠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 법원은 “2회에 걸친 허위 신고로 경찰관 등 26명이 출동해 공권력이 무의미하게 낭비됐다”고 판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재판 대상이 된 2건을 포함해 지난 한 해 “누군가 라면을 훔쳤다”는 등 108회에 달하는 허위 신고로 경찰관이 46회 출동하게 했다. 여기에 누적 168명이 동원됐다. 경찰은 이에 따른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손해액으로 산정해 소송을 내기로 했다. 테러 예고 등 공중협박 혐의가 아닌 일반 허위 신고 대상으로는 서울경찰청이 11년 만에 낸 소송이다. 2015년 서대문구의 한 주점을 지목해 “성매매를 한다”면서 총 4차례 허위 신고를 한 문모 씨(당시 32세)는 형사 처벌 외에 125만 원의 배상을 명령받았다. 전국 단위로도 최근 10년간 허위 신고 범죄로 손해배상이 진행된 건 3건에 불과하다. 서울경찰청은 손해배상과 별개로 출동한 경찰 개인별 위자료 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관 개인이 아닌 경찰청 차원의 위자료 소송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허위 신고는 2021년 4153건에서 지난해 5107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허위 신고는 선량한 시민이 받아야 할 치안 서비스를 가로채는 심각한 중범죄”라며 “공권력을 약탈하는 행위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민사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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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교도소 가려고” 108회 허위신고 60대, 경찰에 거액 배상할 판

    ‘교도소에 가고 싶다’며 1년 새 100번 넘게 허위 신고를 일삼은 60대 남성에게 경찰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테러 예고가 아닌 일반 허위 신고 범죄와 관련해 서울 경찰이 직접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8일 서울경찰청은 60대 상습 허위 신고자를 상대로 758만8218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112에 허위 신고 2건을 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구속 기소돼 지난달 20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1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교도소에 수용되고 싶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2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자택에서 “가스 불을 켜놨다. 칼을 준비하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코드 제로(CODE 0·위급 상황 최고 단계 지령)’를 발령하고 대응해야 했다. 이 남성은 같은 해 11월 27일에도 “가스를 폭발시키겠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 법원은 “2회에 걸친 허위 신고로 경찰관 26명 등이 출동해 공권력이 무의미하게 낭비됐다”고 판시했다.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재판 대상이 된 2건을 포함해 지난 한 해 “누군가가 무전취식한다. 라면을 훔쳤다”는 등 108회에 달하는 허위 신고를 해 경찰관이 46회 출동하게 했다. 동원된 경찰력만 누적 168명에 이른다. 경찰은 이에 따른 인건비와 유류비 등을 손해액으로 산정해 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번 소송은 테러 예고 등 공중협박 혐의가 아닌 일반 허위 신고 대상으로는 서울에서 11년 만이다. 2015년 서대문구의 한 주점을 지목해 “성매매를 한다”면서 총 4차례 허위 신고를 한 문모 씨(당시 32세)는 형사 처벌 외에 125만 원의 배상을 명령받았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최근 10년간 허위 신고 범죄로 손해배상이 진행된 건 3건에 불과하다. 서울경찰청은 손해배상과 별개로 출동한 경찰 개인별 위자료 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관 개인이 아닌 경찰청 차원의 위자료 소송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경찰청에 따르면 허위신고는 2021년 4153건에서 지난해 5107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허위신고는 선량한 시민이 받아야 할 치안 서비스를 가로채는 심각한 중범죄”라며 “공권력을 약탈하는 행위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민사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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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3년 약물운전 검출성분,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 최다

    최근 3년간 약물 운전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미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등이 지난달 ‘경찰학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과수에 약물 운전과 관련해 의뢰된 약물 1046건 중 졸피뎀은 370건 검출돼 가장 많았다. 이어 불안과 수면장애에 처방되는 알프라졸람(144건), 플루니트라제팜(126건)이 뒤를 이었다. 항정신병약, 항우울제로 쓰이는 쿠에티아핀(108건)과 트라조돈(74건)도 다수 검출됐고, 필로폰(28건) 등 불법 마약류는 비교적 검출 빈도가 낮았다. 한편 2일부터 약물 운전에 따른 징역형 상한이 3년에서 5년으로 강화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 ‘감기약만 먹어도 처벌되냐’는 우려가 나오자 경찰은 “복용 자체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몽롱해지는 등 사고 위험이 있는 상태가 단속 대상”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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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3년 ‘약물운전’서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졸피뎀

    최근 3년간 약물 운전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미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등이 지난달 ‘경찰학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과수에 약물 운전과 관련해 의뢰된 약물 1046건 중 졸피뎀은 370건 검출돼 가장 많았다. 이어 불안과 수면장애에 처방되는 알프라졸람(144건), 플루니트라제팜(126건)이 뒤를 이었다. 항정신병약, 항우울제로 쓰이는 쿠에티아핀(108건)과 트라조돈(74건)도 다수 검출됐고, 필로폰(28건) 등 불법 마약류는 비교적 검출 빈도가 낮았다.한편 2일부터 약물 운전에 따른 징역형 상한이 3년에서 5년으로 강화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 ‘감기약만 먹어도 처벌되냐’는 우려가 나오자 경찰은 “복용 자체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몽롱해지는 등 사고 위험이 있는 상태가 단속 대상”이라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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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일제 영어유치원’ 운영 제한, ‘놀이식 교육’은 허용… 기준 논란

    정부가 사실상 ‘종일반 영어유치원’(영어학원)을 제한하는 초강력 대책을 꺼내 든 것은 ‘4세·7세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사교육 대상이 저연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6세 미만의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절반이 사교육을 받았고, 1인당 월평균 33만 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영유아 학원 가운데 놀이 교구를 활용해 체험 위주의 교습을 하는 곳이 많아 정부가 금지하려는 ‘주입식 교습’을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를 피해 ‘놀이형 사교육’으로 수요가 몰리거나 음지로 더 숨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어유치원’ 하루 3시간 이상 교습 금지1일 교육부의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만 3세 미만에게 ‘인지 교습’을 전면 금지하고, 3세 이상 유아에게는 ‘인지 교습’ 시간을 하루 3시간(주당 15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연내 학원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인지 교습은 국어, 영어, 수리 등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한 학원의 주입식 강의를 뜻한다. 예를 들어 강사가 ‘A는 Apple’이라고 칠판에 적고 아이들에게 10번씩 따라 읽게 하거나, 숫자 카드를 보여주며 1부터 100까지 순서대로 외우게 하고 틀리면 다시 반복시키는 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세 미만은 오감과 신체 활동으로 생존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며 “과도한 주입식 교육은 아동 발달을 저해한다”고 했다. 아울러 유아의 학습 결과를 점수, 등급, 순위 등으로 표시해 성적표를 발송하는 식의 비교·서열화도 금지할 방침이다. 앞서 학원법 개정을 통해 올해 10월부터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도 금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일제 영어유치원이 무조건 문을 닫는다는 뜻은 아니고 3시간까지만 주입식 교습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인지 교습의 기준을 담은 지침서나 사례집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또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위반 학원을 대상으로 매출액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신설하고, 기존 과태료도 100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신고 포상금도 현행 1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대폭 높인다.● 학부모-교원단체 “실효성 의문” 그 대신 아동의 신체 발달과 감각적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 교육이나 돌봄 예체능 교습은 계속 허용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많은 영유아 학원들이 율동이나 상황 체험 등으로 영어나 수학을 가르치는 식으로 교육 방식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놀이학교나 놀이식 영어유치원을 표방하는 학원들은 이런 식의 수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6세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강모 씨(37)는 “학부모들이 제재가 없는 놀이형 영어유치원을 찾을 것”이라며 “지금도 놀이형 학원은 비싼데 가격이 더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영어유치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 원, 놀이학원은 116만7000원에 달했다. 직장인 허모 씨(39)는 “과거 중고교 과외를 금지했을 때처럼 영유아 사교육도 음지로 숨어들어 더 비싼 비밀 교습소가 생겨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도 사교육 경감이라는 대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근본 해법이 빠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원 입학시험을 금지하거나 시간을 제한하는 식의 규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국공립 유치원 교육의 질을 높여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수요 억제 없이 단속 정책만으로는 고액 비밀 과외나 변칙 사교육의 팽창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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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5년후 설계수명 넘기는 풍력발전기 208개 “교체 서둘러야”

    23일 경북 영덕군 풍력발전기 점검 도중 발생한 화재 사고는 향후 5년 안에 2배 이상으로 급증할 노후 기기의 안전 우려를 드러낸 전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이후 최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5건의 풍력발전기 화재 및 붕괴 사고 중 4건은 전부 설계 수명(20년)을 넘겼거나 임박한 기기에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개별 사고가 아니라 20년 전 풍력발전기 보급 확대에만 급급해 사후 관리 대책을 놓친 ‘예고된 인재’로 보고 대책을 촉구했다.● ‘시한폭탄’ 풍력발전기, 5년 내 200기 넘어지난달 초 풍력발전기 사고가 잇따르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비슷한 위험에 처한 전국 114기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했다. 그 결과 26기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됐다. 블레이드(날개)에서 균열이 발생한 경우가 7기로 가장 많았다. 기어박스나 변압기 등이 파손된 사례는 6기였고, 블레이드와 몸통을 연결하는 피치베어링이 고장 나 진동이 심한 사례는 4기였다. 구조물 부식 등 노후화로 폐기해야 하는 경우는 3기였다. 고장 난 부품이 단종돼 정비가 불가능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는 하나같이 대형 안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 결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영호 한국해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거대한 구조물을 회전하게 하는 베어링, 기어박스 등을 오래 사용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금속끼리 부딪치다가 파손되거나 순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열이 발생해 대형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3명이 숨진 영덕 풍력발전기 사고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원인이 됐다. 문제는 노후화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기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치한 지 20년이 넘은 풍력발전기는 3월 기준 총 80기에서 2031년 기준 208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 풍력발전기는 바람 자원이 풍부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설치에 따른 국고 보조금을 환영한 영남과 강원 등에 주로 설치됐는데, 노후 풍력발전기 대다수도 경북 영덕(23기)과 영양(41기), 강원 평창(32기), 횡성(20기) 등에 주로 분포돼 있다.● ‘쥐어짜기’ 부추기는 수익 구조 이런 노후화 우려를 알면서도 운영사들이 노후 설비 가동을 강행하는 것은 수익 구조 때문이다.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풍력발전기 단지는 신규 설치에 따른 초기 비용을 회수하는 데 통상 10∼15년이 걸린다. 한국전력공사는 노후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도 같은 값에 사준다.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오래 운영할수록 수익이 극대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박기범 경일대 건축토목학과 교수는 “1년이라도 더 가동할수록 운영사의 수익이 늘어나다 보니 안전 보강보다는 가동 연장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민간 풍력 시대를 열며 끼운 첫 단추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설계 수명을 넘겨도 3년 단위 정기 검사만 통과하면 기기 철거나 교체를 강제할 규정은 없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보급에만 치중했을 뿐 설비가 수명을 다했을 때 어떻게 안전하게 정리할 것인지는 법에 담지 않았다. 반면 영국과 독일 등에선 철거 상황을 대비해 풍력발전기의 철거 비용을 예치해야 설치 허가를 내준다. 외국산 기종에 의존한 초기 보급 정책에 따른 ‘정비 절벽’도 한계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도입된 외국산 모델은 제조사의 보증 기간이 끝났거나 부품이 단종된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적기 대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구형 모델들의 경우 부품이 없고 서비스 기간도 지나 정비할 방도조차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설계 수명이 지난 풍력발전기의 전기 값을 싸게 책정하거나 고장이 잦은 곳에 대해선 해체 적합성을 평가하는 등 안전 우려가 큰 기기의 교체를 유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철도나 댐 등 국가 기반 시설물처럼 설치 후 20년이 지난 풍력발전기도 매년 점검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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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풍력발전기 추가 사고 우려 ‘부적합’ 판정 25개 더 있다

    점검 도중 발생한 화재로 작업자 3명이 숨진 경북 영덕군 풍력발전기처럼 부품 노후화 등으로 수리 또는 가동 중단 판정을 받은 ‘부적합’ 풍력발전기가 전국에 25기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을 통해 한국전기안전공사(KESCO)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ESCO가 지난달 5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풍력발전기 특별 안전점검에서 총 26기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풍력발전기 사고가 잇따르자 전국 890기 가운데 설치한 지 20년이 지난 80기, 사고가 난 것과 제조사가 같은 34기 등 총 114기를 긴급 점검한 결과 22.8%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26기 중 타워 부식이나 부품 단종 등으로 철거가 요구된 발전기는 17기였다. 나머지 9기에서도 발전기 날개(블레이드) 균열이나 날개와 몸통을 연결하는 베어링 손상 등 결함이 발견됐다. 모두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결함들이다. KESCO 등에 따르면 부적합 발전기는 제주 11기, 경북·전북 각 6기, 경기·경남·인천 각 1기였다. 더 큰 문제는 통상적인 설계 수명인 20년을 넘긴 풍력발전기가 향후 5년 이내에 208기로 늘어나지만 현행법상 장기간 운영된 풍력발전기들의 철거나 교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풍력발전기와 관련해서는 3년마다 안전 점검을 받는 규정만 있을 뿐 연한 초과에 따른 철거 및 교체 규정 등은 없다. 이런 이유로 영덕의 사례처럼 민간 풍력발전 업체들은 노후화된 풍력발전기들을 최대한 수리해 운영하는 상황이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노후 발전기의 점검 주기라도 우선 현행 3년보다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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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허위협박 출동비 전액 받아낸다… 경찰 “1분까지 계산해 청구”

    1월 7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 게시판에 섬뜩한 댓글이 올라왔다. “실탄을 들고 간다. 벌집이 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하라”는 내용이었다. 술래잡기의 일종인 ‘경찰과 도둑’ 게임 참가자를 모집하는 게시물에 달린 이 댓글 하나로 일선 경찰서는 비상이 걸렸다. 추적 결과 이는 한 30대 남성이 장난삼아 올린 허위 협박으로 드러났다. 과거라면 이런 허위 테러 예고는 단순 장난으로 치부해 별다른 조사나 처벌 없이 종결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경찰의 대응이 달랐다. 경찰은 이 남성을 공중협박 혐의로 입건하는 동시에 수사에 투입된 경찰관 8명의 인건비와 형사 차량 유류비 등을 정밀 산정해 11만765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심의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협박에 낭비한 골든타임에 대해 기름 한 방울, 1분 인건비까지 책임을 물리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본보기’ 넘어 ‘전수 대응’으로 전환서울경찰이 이처럼 소규모 공중협박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소송 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서울경찰청은 올 들어 허위 테러 예고 13건을 손해배상심의위원회에 회부해 그중 8건에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결된 1건을 제외한 나머지 4건도 추가 심의 중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지난해 3월 공중협박죄가 신설된 이후 그해 12월까지 경찰이 심의한 사건이 4건, 소송 제기는 1건뿐이었다. 불과 1년 만에 대응 기류가 ‘적극 환수’로 완전히 선회한 것이다. 이는 경찰 수백 명이 동원된 대형 테러 협박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하던 과거와 달리 소규모 사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리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올해 초 “(공중협박범은) 미검거 상태이거나 (손해액이) 소액이어도 모든 건에 대해 손해를 산정해 놓고 검거되면 형사 처벌과 함께 민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심의위원회에 오른 15건 중 7건은 동원된 경찰이 15명 미만이고 이로 인한 손해액이 60만 원에 못 미치는 소규모 사건이었다. 1월 6일 한 30대 남성이 온라인 게시판에 폭발물 사진과 함께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터뜨리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을 당시 서울청에서 동원된 인력은 5명, 손해액은 12만5903원이었지만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심의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유소 폭파 예고’를 올린 10대 여성에게도 출동 직원 7명의 인건비 등 55만7203원을 청구할 예정이다.● “10대 협박범도 예외 없이 ‘금융 치료’” 경찰이 허위 테러 예고 등에 대해 규모와 경중을 가리지 않고 강력 처분에 나서기로 한 것은 잇단 협박 탓에 다른 주요 사건 대응의 골든타임을 빼앗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협박죄의 벌금형 상한은 2000만 원으로 일반 업무방해죄(1500만 원)와 큰 차이가 없다. 또 협박범 다수가 미성년자여서 형사 처벌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재범을 막으려면 미국 등 선진국처럼 이른바 ‘금융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공중협박뿐 아니라 치안 일선을 지켜야 할 경찰을 헛걸음하게 만드는 상습적인 거짓 신고에 대해서도 칼을 빼 들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상습 허위신고 108건으로 총 46회나 경찰을 출동하게 하고, 흉기를 사용해 경찰관을 위협까지 한 60대 남성에 대해 758만8218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거짓 신고는 5107건으로 2021년(4153건)보다 23.0% 증가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손해배상이 결정되면 부모가 대신 내야 하거나, 성인이 되어 배상할 때까지 지연 이자(연 12%)가 붙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라도 부모에게 연대 책임을 물음으로써 가정 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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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조직화된 치매머니 사냥… 태양광-대출 사기까지

    인지 기능이 떨어진 노인 등을 대상으로 2000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조직의 주범이 최근 구속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치매 노인에게 조직적으로 접근해 태양광 사기를 벌이거나 아파트 담보 대출금을 빼돌리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과거 가족이나 지인에 의한 ‘쌈짓돈 횡령’ 수준에 머물렀던 치매 노인 대상 범죄가 이제는 기업형 조직이 가동되는 ‘약탈 산업’으로 악화하고 있지만, 정부엔 관련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말귀 어두운 노인 전 재산 뜯어내”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8월까지 고령층 3만여 명으로부터 다단계(폰지) 사기로 투자금 2089억 원을 끌어모은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로 조직 주범인 50대 남성을 1월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 등에 투자하면 원금의 1.5배를 보장하겠다”고 속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에 대한 지식이나 인식이 부족한 60∼80대 고령층을 노려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피해자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노인들에게 그럴싸한 가짜 서류를 보내며 브리핑했다”면서 “재개발 보상금 8억 원가량을 몽땅 날린 노인과 평생 번 돈을 쏟아부은 시각장애인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식으로 신고한 피해자 328명 외에 치매 등으로 인해 신고조차 힘든 이들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국 35개 지사를 두고 투자자를 모으는 등 기업형 범죄 조직의 모습을 보였다. 유명 가수를 동원해 사업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치매 환자를 비롯한 고령층의 자산을 빼돌리는 가해자가 지인이나 가족 등에 그치지 않고 ‘조직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산업이 된 ‘치매머니 사냥’, 실태 파악부터치매 환자를 노린 범죄가 점차 조직화·기업화하는 건 이들의 재산 관리가 허술하고, 사기 피해를 봐도 이를 즉각 알아채거나 일관되게 진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사기 조직의 시각에서는 ‘적발 위험은 낮은 반면 수익은 확실한’ 대상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엔 90대 치매 노인에게 ‘큰 수익을 내주겠다’며 접근해 아파트 담보 대출금 9억7500만 원을 빼돌린 일당에게 법원이 최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층이 적은 농촌 지역에선 치매 노인들이 ‘집단 표적’이 되기도 한다. 2022년 한 태양광 사기 조직은 전남 해남군 등 농촌 지역에서 80대 치매 환자 4명 등 노인으로부터 175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치매 환자의 가족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반강제로 계약금을 뜯어내는 등 애초에 인지 기능이 떨어진 이들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노인 인구 100만 명이 가진 자산이 172조 원으로 추산되면서 이를 노린 약탈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국가의 감시망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노인학대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대 피해 노인 중 치매(의심 포함) 비율은 24%에 달하지만,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 피해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경찰도 치매 노인 대상 경제 범죄를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전담 수사팀도 없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가 75세 이상이 되는 2030년 이전에 치매 노인 대상 범죄를 유형화하고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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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난로 나누고, 장애인에 자리양보… 안전 지켜낸 ‘에티켓 아미’

    21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는 국적과 세대의 경계를 허문 거대한 축제의 무대로 변신했다. 할머니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유아부터, 처음 만난 해외 팬과 함께 밤을 새운 40대 여성, 휠체어를 탄 60대 부부, 무대가 끝난 뒤에도 남아 쓰레기를 주운 일본인 팬까지. 주최 측 추산 10만4000여 명(행정안전부 추산 6만2000명)이 모인 광장은 각양각색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취재팀은 공연 전후 27시간 동안 현장을 지키며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D-24시간(20일 오후 8시)공연을 24시간 앞둔 광장 일대는 설치 작업이 막바지인 무대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일찍부터 몰린 팬들로 북적였다. 딸 이체리 양(4)을 목말 태우고 온 이규한(33) 강초이(26) 씨 부부는 “BTS가 리허설하는 모습은 보지 못해 아쉽지만 벌써 축제 분위기가 나서 흥이 난다”고 말했다. 이경희(60) 박태수 씨(64) 부부도 “아미들과 공연 전날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광화문으로 왔다. 내일 ‘왕의 길’을 걸어 나와 공연할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밤 12시가 가까워져 오자 노숙을 준비하는 팬들도 보였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에미나 후세이노바 씨(25)는 “BTS가 좋아 한국으로 유학까지 왔다”며 “공연이 기대돼 추위도 안 느껴진다”고 했다. 이날 에미나 씨와 BTS라는 공통 관심사로 하루 만에 친구가 됐다는 박소연 씨(43)는 그가 무사히 밤을 새우도록 종합비타민과 손난로, BTS 풍선, 굿즈 등을 손에 꼭 쥐여줬다. 인근 24시간 운영 커피숍에는 21일 새벽에도 BTS의 새 앨범을 들으며 몸을 녹이는 팬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온 하니사 씨(45)는 오전 3시 “티켓이 없지만 명당자리를 잡기 위해 왔다”며 “엄마와 자매가 하늘나라로 떠나 슬퍼하던 시기에 접한 BTS 노래가 나를 위로했다”고 말했다.동이 트는 오전 6시가 되자 팬들의 설렘이 고조됐다. 이순신 장군상 인근에선 미국에서 온 헤더 사하지안 씨(29), 영국 유학생 무스달리파 아하메드 씨(20),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 투이 둥 씨(20)가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처음 만났지만 현장에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응우옌 씨는 옆에 있는 일본인에게 “ARMY?”라고 물으며 서로 가진 굿즈를 보이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50대 일본인 팬 미즈타니 아즈사 씨는 BTS 공연을 보러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친구 사카시타 요시코 씨와 나고야에서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21일 오전 7시부터 공연장 인근에 도착해 사진을 찍던 아즈사 씨는 “공연 후에는 지민이 다녀와서 유명해진 ‘약수삼계탕’ 등 ‘BTS 성지’를 방문하며 한국 문화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D-8시간(21일 낮 12시)공연장으로 통하는 검문검색대에 본격적으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경찰이 설치한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기 위해 검문소마다 40m가 넘는 긴 줄이 생겼다. 경찰과 서울시 직원들은 비좁은 이동로에서 인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이동하셔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안내했다. 한 50대 여성이 가스 분사기와 전기 충격기를 소지한 채 입장하려다 차단당해 일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고 조사한 결과 호신용으로 파악되면서 현장은 금세 안정을 찾았다. 통제 구역 인근의 일부 행인과 점포 주인이 통행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시민 대다수는 “혹시 모를 인파 사고를 막기 위해선 따라야 하는 조치”라며 수긍하는 모습이었다.한국의 고궁과 아리랑을 콘셉트로 한 공연에 ‘드레스 코드’를 맞춘 팬도 눈에 띄었다. 미얀마에서 온 따진 미인 미옛 우 씨(28)와 이래떠 씨(21)는 BTS 아리랑 콘셉트에 맞춘 빨간색의 한복을 입고 검문소를 통과했다. 유학생인 이들은 “BTS에 빠지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게 돼 이렇게 복장을 갖춰 입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글로벌 팬들은 ‘K-푸드’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네팔 출신 유학생 라마상기 씨(20)와 카트리 카루나 씨(19), 라이 로사니 씨(19)는 점심으로 불닭볶음면과 김밥을 사서 먹었다. 라마상기 씨는 “네팔에서 처음 먹었는데 맵지 않고 입맛에 맞았다”며 웃었다. 독일에서 온 루이자 씨(25), 차비아 씨(23), 소피아 씨(22)도 “점심과 저녁으로 먹을 김밥도 숙소 근처에서 챙겨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D-30분(오후 7시 반)공연을 30분 앞둔 행사장 주변에서는 장애인의 관람을 위해 시민들이 길을 터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탄 최희욱(65) 씨와 이기상(69) 씨 부부가 관람석에 들어서자 다른 이들은 선뜻 길을 터줬다. 박제경 씨(69)도 “다른 팬들이 많이 배려를 해줘서 들어오기 수월했다”며 “내 나이에 광화문에서 이렇게 큰 공연을 하는 걸 언제 보겠나 싶어서 직접 전화로 예매했다”고 말했다.공연의 막이 오르자 국적과 직업의 경계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의 전주가 울려 퍼지자 광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글로벌 팬들은 멜로디에 맞춰 일제히 ‘BTS’를 연호했고, 인파를 통제하는 경찰관들도 흥으로 몸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관람객 10명 중 4명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일 정도로 현장의 나이대는 다양했다. 부산에서 온 권모 씨(34) 가족은 할아버지부터 유모차에 탄 손자까지 3대가 나란히 자리를 지켰다. 권 씨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BTS 공연을 보러 간 적도 있다. BTS는 세대와 사돈을 이어주는 가교이기도 하다”고 했다. 손자와 함께 온 이모 씨(64)는 “트로트만 좋아했는데, BTS가 ‘아리랑’이라는 곡으로 공연한다니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김길성 씨(69) 부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현장을 찾아서 신문지 한 장을 바닥에 깔고 하염없이 스크린 앞자리를 지켰다. 김 씨는 “우리나라를 빛낸 사람들을 직접 응원하고 싶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여행차 한국을 찾은 모이라 하비 씨(64)와 씨에라 맥크나일 씨(70)는 “다리가 아프지만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은숙(63) 임정용(67) 씨 부부는 반려견 아리(12)·초롱(10)을 ‘개모차’에 태운 채 공연을 즐겼고, 한 60대 남성은 무대가 시작되자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연신 ‘인증샷’을 남기며 축제를 기록했다. 마지막 앙코르곡 ‘소우주’가 흐르자 중년 남성부터 20대 외국인까지, 일면식 없는 이들이 마치 ‘군무’를 추는 듯 멜로디에 몸을 흔드는 장관이 연출됐다.#D+2시간(오후 10시)모든 무대가 오후 9시경 종료됐지만 축제의 여운은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이어졌다. 많은 팬이 공연장에 남아 뒷정리를 도왔다. 가즈코 사쿠라이 씨(62)는 ‘아미 자원봉사단’ 동료들과 함께 객석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오후 10시 20분까지 남아 청소한 그는 “처음 왔을 때보다 (광장을)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함께 뒷정리에 참여한 BTS 팬 유모 씨(45)는 “모든 아미의 문화다. 응당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종로구 소속 환경미화원 이재성 씨(47)는 “행사의 규모를 고려하면 쓰레기가 많이 남지 않은 편이었다”고 했다. 미화원의 광장 청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예정보다 이른 오후 10시경 마무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의식이 발전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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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갑이지만 나도 아미”…남녀노소-국적도 허문 ‘BTS의 광화문’

    21일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는 20, 30대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 아들을 목말 태우고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온 손녀까지, K팝을 매개로 세대를 넘어 아우러지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공연 직전인 오후 7시 47분경,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인근은 전광판을 통해 공연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 명당’으로 변했다. 객석에 들어가지 못한 수백 명의 시민이 화단 근처에 돗자리를 깔거나 캠핑용 의자에 앉아 축제의 서막을 기다렸다.눈에 띄는 것은 관객의 연령대였다. 현장 관람객 10명 중 3, 4명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아들을 목말 태운 채 전광판을 응시하던 김모 씨(49)는 “한국에서 이런 규모의 행사는 드물고, 특히 오늘은 역사적인 공연이라 생각해 아이에게 이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공연의 막이 오르자 국적과 직업의 경계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의 전주가 울려 퍼지자 광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글로벌 팬들은 멜로디에 맞춰 일제히 ‘BTS’를 연호했고, 한 60대 남성은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연신 ‘인증샷’을 남기며 축제를 즐겼다.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소우주’가 흐를 때는 광장 곳곳에서 장관이 연출됐다. 생면부지의 중년 남성과 20대 외국인 여성, 30대 한국인 커플 등 20여 명이 서정적인 선율에 맞춰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국적도 세대도 제각각이었지만, K팝이라는 매개체가 이들을 하나의 ‘군무’로 묶어낸 셈이다.이날 공연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러시아에서 온 나탈리아 마르티노바 씨(50)는 스크린을 향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사랑해”를 또렷하게 외쳤다. 본인의 생일을 기념해 콘서트 관람을 위해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공연장을 배경으로 양손으로 큰 하트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눈시울을 붉힌 채 스크린을 바라보며 여운을 즐기기도 했다. 마르티노바 씨는 “최고의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오후 9시, 공연이 종료되자 현장은 다시 질서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경찰과 공무원들은 “멈추지 말고 걸어달라”고 독려하며 인파 분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종일 대기한 손찬호 소방교는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어 다행”이라며 “모든 관객이 안전하게 귀가할 때까지 최종 점검을 마친 뒤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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