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수

최동수 팀장

동아일보 미디어솔루션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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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동수 팀장입니다.

firefl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산업30%
경제일반20%
부동산17%
사고10%
사회일반7%
문화 일반7%
건설3%
운수/교통3%
인사일반3%
  • “광화문은 서울 상징… 서울만을 위한 ‘송 1’ 버전 선보일 것”

    미국 워싱턴 ‘공공미디어아트의 성지’인 허시혼 미술관 외벽을 감싼 거대한 영상, 캘리포니아 사막 위에서 풍경 속으로 사라지듯 반짝이던 거울 건축, 샌타카탈리나섬 바닷속에서 생명처럼 흔들리던 수중 조각. 지난 20여 년간 영상과 건축을 넘나들며 도시 풍경을 ‘움직이는 예술’로 바꿔온 더그 에이트킨(57)의 작업들이다. 에이트킨은 1999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황금사자상은 현대미술 최고 권위를 가진 상 중 하나다. 그의 작품은 공간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오브제가 아니다. 도시와 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완성되는 양방향 예술 작품이다. 작품이 놓인 공간이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되고,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는 이유다. 에이트킨의 작품이 다음 달 12일 서울의 심장 광화문으로 향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의 대표 연말 행사로 자리 잡은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이다. 에이트킨의 미디어아트 대표작 ‘송(SONG) 1’은 행사 메인 무대인 경복궁 광화문 외벽을 밝힌다. 송 1은 올해 서울라이트 광화문의 주제 ‘광화, 빛으로 숨쉬다’에 맞춰 ‘빛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다. 에이트킨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광화문은 역사와 강렬함을 동시에 지닌 장소”라며 “그 공간이 다시 숨 쉬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먼저 2025 서울라이트 광화문 참여 계기와 광화문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소감은….“광화문은 정말 놀라운 공간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그 자체로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아름답고 전통적인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숨 쉬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에 선보이는 제 작품 ‘송 1’은 전통적 공간을 ‘시각적 음악(visual music)’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이다. 음악처럼 흐르는 빛의 움직임이 건축 위를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변한다. 그 변화가 이야기처럼 확장된다.”―‘송 1’은 어떤 작품이며, 서울라이트 광화문 주제와 어떤 연결점이 있나.“‘송 1’은 제 작업 중에서도 상징적인 작품이다. 1934년 재즈 스탠더드 ‘당신밖엔 안 보이죠(I Only Have Eyes for You)’를 중심에 두고 여러 인물의 목소리와 도시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엮어 만든 35분 길이의 영상 작품이다. 배우 틸다 스윈턴과 뮤지션 벡 등이 참여해 노래를 재해석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도시의 얼굴·빛·속도와 함께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관객은 스크린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음악과 영상 속을 걸어 들어가는 사람처럼 경험을 쌓게 된다. ‘송 1’은 여러 나라와 문화권에서 상영돼 왔지만 한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인다. 서울 버전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제작된다. 이 작품은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잇는 작업이다. 경계나 장벽 없이 모두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국경 없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공공미술과 미디어아트는 시민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보나.“지금 우리는 예술과 문화의 놀라운 르네상스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같은 작업을 통해 우리는 건축이 예술로 변모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도시 곳곳에서 예술과 음악이 울리고, 사람들은 화면과 액자 너머의 세계에서 예술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단순히 이미지를 보는 것을 넘어, 예술을 찾아 나서고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 아울러 현대 도시에서의 감정, 시간, 소리의 파편이 어떻게 관객의 감각을 흔들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신작 ‘블로 데브리(Blow Debris)’가 내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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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만든 ‘가상 옥외광고’ 콘텐츠 수백만 클릭… 기업들 新마케팅 눈독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 등이 결합된 ‘가상 옥외광고(FOOH·Fake Out of Home)’ 콘텐츠가 광고·마케팅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FOOH 콘텐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영상 플랫폼에서 주목받으면서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29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식음료·정보기술(IT)·유통 등 다양한 업종에서 FOOH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FOOH 콘텐츠는 현실의 건물이나 도시 풍경에 가상의 장면을 합성해 제작된다. 촬영과 설치에 드는 비용이 적고, 온라인 확산 속도도 빠르다. 2024년 석촌호수 위에 거대한 대관람차가 떠오르는 츄파춥스 캠페인은 조회수 300만 회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인천공항을 배경으로 한 네이버페이 광고는 천장 사이로 거대한 거품이 터지는 영상으로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남양유업을 비롯해 보스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FOOH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FOOH가 단순히 ‘보는 콘텐츠’를 넘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확장되는 추세다. 단순히 가상의 장면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실 공간에서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 홍보를 위해 제작된 콘텐츠는 시민 참여형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드라마 속 설정인 ‘천사의 고지’(죽음을 예고받는 장면)를 생성형 AI 기술로 구현했다. 사용자가 이름을 입력하면 AI가 직접 낭독하는 개인 맞춤형 영상을 만들어 준다. 김찬희 위에이알 대표는 “FOOH 콘텐츠는 시각적 재미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콘텐츠 안에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광고 포맷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업종에서 FOOH를 활용한 마케팅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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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밤 불멍-책멍’ ‘동네방네 자랑회’… 룩스와 함께 19일까지 시민참여 행사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사이니지 ‘룩스(LUUX)’는 15일부터 19일까지 ‘디지털 오프닝 주간’을 운영한다. 3개 방면에서 볼 수 있는 3000m² 크기의 대형 화면을 활용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오프닝 주간 동안에는 6개월간의 룩스 구축 과정을 담은 타임랩스 영상과 함께 베일을 벗는 커팅식이 미디어아트로 송출된다. 별도의 오프라인 행사를 대신해 디지털 영상으로 시민들에게 룩스의 등장을 알리겠다는 의미다. 또 룩스 오픈과 함께 동아미디어그룹은 당근마켓과 손잡고 시민 참여 이벤트인 ‘동네방네 자랑회’를 진행한다. 결혼, 출산, 입학, 취업 등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룩스를 통해 선보인다. ‘동네방네 자랑회’는 15일부터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를 통해 사연을 받고, 선정된 내용은 28일부터 룩스를 통해 공개된다. 새로운 형식의 공공 이벤트도 열린다. 17일에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 야외도서관’과 협력해 ‘북을부글-불멍·물멍 그리고 책멍’ 특별 행사를 개최한다. 청계천에서 진행된 ‘서울 야외도서관-청계천 책 읽는 맑은 냇가’를 청계광장까지 확대한 행사다.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장작불 영상을 배경으로 가을밤 ‘불멍’을 하며 책을 읽는 콘셉트로 꾸며진다. 행사는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며 장작불 영상은 오후 6시부터 송출된다. 장작 타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채우는 청계광장 일대에서는 ㈜HNF의 ‘듀가나디’ ‘누누씨’ ‘포코리프렌즈’ ‘고마쭈’ 등 유명 캐릭터 포토존도 함께 운영된다. 앞으로도 룩스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콘서트가 룩스를 통해 생중계되는 ‘오픈 스테이지’, 룩스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유튜브 예능 등이 곧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룩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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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타임스스퀘어”… 광화문 새 랜드마크 ‘룩스’ 켜졌다

    “광화문을 향해 걸어오면서 보이는 화려한 영상들이 너무나 인상적이네요. 거대한 전광판으로 계속 눈길이 갑니다.” 15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을 찾은 오스트리아 관광객 툰데 메제리 씨(57)는 동아미디어센터 외벽에 들어선 미디어 사이니지 ‘룩스(LUUX)’를 보며 이같이 감탄했다. 이날 본격 가동을 시작한 룩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광판이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룩스는 정식 운영을 시작하면서 광화문 일대를 지나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룩스는 ‘보다(LOOK)’와 ‘빛(LUX)’을 결합한 이름으로 도시의 시선과 빛을 연결한다는 의미다. 사전 제작된 영상을 송출하는 것을 뛰어넘어 시민 참여가 더해지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다. 마라톤 대회나 K팝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룩스에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다양한 이벤트도 노출된다. 룩스가 본격적으로 불을 밝히면서 서울 광화문 일대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버금가는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의 도약을 본격화했다.● 국내 최대·최초 원통형 사이니지룩스는 가로 50m, 세로 60m로 총면적이 3000m²에 이른다. 농구장 7개를 합친 크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중구 명동 일대에 설치된 기존 대형 전광판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국내 미디어 사이니지 중 최초로 ‘J’자 형태의 원통형 곡면부를 구현해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북쪽, 서쪽, 남쪽 세 방향에서 모두 룩스 화면을 볼 수 있다. 룩스는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생중계 시스템도 구축했다. 송출을 총괄하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공연, 스포츠, 국가 행사 등 대형 이벤트를 광화문 한복판으로 옮겨올 수 있다. 실제로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2025 서울레이스’에서는 채널A의 중계차와 드론을 활용한 룩스 생중계가 이뤄졌다. 대회에 참가한 1만2800명의 러너들은 룩스를 통해 나오는 출발 카운트다운을 함께 외치고,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자신들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서울레이스에 참가한 유치웅 씨(33)는 “다른 마라톤 대회와 달리 전광판을 통해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니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전광판에 나온 모습을 지인이 찍어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했다”고 말했다.● 시선 사로잡은 ‘우주선·거인·오르골’룩스는 정식 운영과 함께 예술과 최신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채널A B&C가 ‘도전’을 주제로 제작한 ‘너에게 우주를 줄게’가 대표작이다. 매 시간 송출되는 이 콘텐츠는 우주선이 지구를 떠난 뒤 빛이 돼 도시의 밤하늘을 가르고, 이 빛이 우주 공간을 지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내용이다. 또 ‘거인이 산다’는 풍선의 질감을 가진 거인의 모습을 팝아트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시계의 정교함과 오르골의 섬세한 움직임, 서커스의 역동성을 결합한 ‘시간의 오르골’도 매시 정각에 시민들을 만난다. 광화문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조혜진 씨(36)는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뉴욕의 타임스스퀘어가 연상된다”며 “광화문의 볼거리가 풍성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룩스가 본격 가동되면서 광화문 일대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졌다. 9월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 전광판이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룩스까지 더해지면서 광화문 일대 어디서나 대형 전광판을 볼 수 있게 됐다. 김세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의 역사, 문화, 비즈니스의 중심축인 광화문∼시청 일대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청계천이 교차하는 위치에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사이니지인 룩스가 들어선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전 세계의 창작자, 마케터, 콘텐츠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광장과 가상 공간을 넘나들며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신엽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도 “동아미디어그룹의 콘텐츠 역량을 바탕으로 광화문 일대의 여러 사이니지와 연동한다면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반응형 콘텐츠 기획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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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브랜드 단골 전시장 DDP… 글로벌 디자인-패션 허브 됐다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동대문)을 지나 시선을 올려보면 부드러운 은빛 곡면이 감싼 거대한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후 햇살이 금속 외벽에 부딪치면 사방으로 넓게 반사되고 해 질 녘 노을이 깔리면 주황빛이 곡면을 따라 미끄러져 외벽과 하늘의 경계가 옅어진다. 밤이 내리면 외벽 전체가 대형 캔버스로 변모해 빛과 영상이 흐르고 곡면을 따라 다채로운 레이저가 겹겹이 펼쳐진다. 샤넬과 까르띠에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무대로 삼고 세계적인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전시를 열기 위해 찾는 곳, 바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개관 11년을 맞은 DDP는 이제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의 문화·예술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축제와 글로벌 패션 브랜드 쇼케이스가 이어지며 패션·디자인·기술이 교차하는 플랫폼이 됐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DDP는 서울의 창의성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며 “세계적 행사와 시민 참여가 결합된 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건물 자체가 무대인 ‘강북의 코엑스’ 전시·컨벤션 업계에서 DDP는 흔히 ‘강북의 코엑스’로 불린다. 굵직한 국제 박람회와 전시가 연이어 열리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두 공간의 성격은 다르다. 강남 코엑스가 대규모 박람회와 회의를 위한 전형적인 비즈니스 전시 중심지라면, DDP는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무대다. 단순히 행사를 위한 공간만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까지 담아내는 플랫폼이다. DDP는 미디어 파사드가 열리면 외벽 전체가 거대한 스크린이 되고 패션위크 때는 곡면 통로와 야외 광장이 런웨이로 변한다. 배경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건물이 행사 서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DDP는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현대 예술과 디자인을 빠르게 실험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대표 격이 ‘서울라이트 DDP’다. 222m 길이의 비정형 외벽을 초대형 미디어아트 캔버스로 활용해 건축물 자체를 작품으로 만든다. 올해 여름과 가을 두 차례 열린 서울라이트는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았다. 특히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 3D 매핑 디스플레이’로 등재됐다. 참여 작가도 다양하다.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는 태양풍을 시각화한 ‘솔라 윈드’를 선보였다. 미디어아트 그룹 디스트릭트는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탐구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대만 아카 창은 레이저와 안개를 활용한 설치 작품을, 오픈(Open)AI 협업 아티스트들은 생성형 AI ‘소라’를 이용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경훈 에이치에스플랜 건축사무소 대표는 “DDP는 건축물 그 자체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예술과 공공성을 함께 담아내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디자인·패션·뷰티 허브로 확장 DDP는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디자인·패션 산업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달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는 그 변화를 잘 보여준다. 파리·뉴욕·마이애미를 거쳐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어온 이 전시가 처음으로 아시아 개최지로 서울 DDP를 택했다. 런던·파리·로스앤젤레스·뉴욕 등 16개 갤러리와 한국 디자이너 71팀이 참여해 전통 공예부터 현대 디자인까지 170여 점을 선보였다. 다녀간 관람객만 25만 명이다. 제시 리 디자인 마이애미 회장은 “서울의 창의성과 DDP의 공간 매력이 결합해 아시아 디자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내년에도 서울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2027년에는 ‘세계디자인기구(WDO)’ 창립 70주년 총회가 DDP에서 열린다. WDO 총회는 전 세계 디자이너, 기업, 학계가 모여 디자인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다. 개최 도시에 선정됐다는 건 그만큼 세계 디자인 중심지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토머스 가비 WDO 회장은 “서울은 세계적 디자인 중심 도시로 평가받고 있고 그 중심에 DDP가 있다”고 강조했다. DDP를 대표하는 서울패션위크와 서울뷰티위크도 해마다 관심도가 높아진다. 올해 8월 28∼30일 열린 서울 뷰티위크에는 시민과 관광객, 국내외 바이어, 뷰티업계 관계자 등 4만1000여 명이 방문했다. 이달 1∼7일 열린 ‘2026 SS 서울패션위크’는 7만4000여 명이 관람했다. DDP의 또 다른 강점은 개방성이다. 건축적으로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언제든 시민이 드나들고 머물 수 있다. 이런 개방성을 바탕으로 DDP는 관람 위주 행사에서 참여형 프로그램의 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달 14일 열린 시니어 패션쇼 ‘펫션 is 패션’에서는 50여 명의 시니어 모델이 런웨이에 올랐다. 같은 날 열린 반려견 패션쇼 ‘댕댕런웨이’에서는 100팀의 반려동물 가족이 제로 웨이스트 의상을 입고 무대를 걸었다. 행사장에는 메이크업 체험, 패션 컨설팅, 반려견 플리마켓이 함께 열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로 확장됐다. 차 대표는 “DDP는 빛·패션·예술·기술이 만나는 열린 플랫폼”이라며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을 더 늘려 365일 살아 있는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11년간 전시회 1000건 넘어… 준비 기간 포함하면 ‘연중 풀가동’서울 랜드마크 된 DDP2년 연속 시설 가동률 80%킨텍스-부산 벡스코보다 ↑올 방문객 2000만 명 넘을듯샤넬·디올·까르띠에·펜디·구찌·롤스로이스·벤츠·포르셰 등등….지난 11년 동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시회와 신제품 론칭쇼를 개최한 주요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들이다. DDP는 2014년 이후 지금까지 1000건이 넘는 전시와 행사를 치러내며 서울 강북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28일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2024년과 올해 DDP의 시설 가동률은 80% 수준이다. 작년 고양 킨텍스(60%), 부산 벡스코(64%) 등 비슷한 성격의 복합문화공간보다 높다. 행사 사이의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일 년 내내 ‘풀가동’ 중인 셈이다. 특히 디자인박물관은 2028년 3월까지 예약이 완료됐다.2015년 샤넬 크루즈 컬렉션 쇼를 시작으로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회고전, 장 폴 고티에 전시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예술가들이 DDP로 모여들었다. 2023년 10월 이곳에서 세계경영진회의를 연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DDP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회의를 열겠다”며 정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DDP를 찾는 방문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연간 방문객은 역대 처음으로 2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에는 누적 방문 인원 1억 명을 돌파했다. 주요 이벤트와 행사가 이어지며 연말까지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다음 달에는 디자인 축제인 ‘2025 서울디자인위크’가 열린다.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DDP 루프톱 투어’는 올해 11월 정식 운영을 앞두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DDP는 디자인 중심의 전시와 행사를 할 수 있는 서울의 유일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전 세계가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며 “K디자인 문화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DDP의 가치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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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복근무자에 대한 존중과 감사는 생활 속에 더욱 확산될 것”

    “국가 등 공공부문에서 의무복무 제대군인(현역·보충역·대체역 등)의 호봉을 산정할 때 복무 기간을 반영해 주는 제도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반드시 특별한 보상으로 답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군 경력 반영 의무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국가보훈부는 제도 도입을 위해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권 장관은 “군 복무 경험이 사회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군에서 복무했던 경험이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부는 의료·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제대군인별 맞춤형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10개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는 중장기 복무 제대군인에게 직업교육 훈련, 창업 컨설팅, 전직 지원금 등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권 장관은 “경력 단절과 경제적 불안정에 놓인 단기 복무자, 연금 비대상자 등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며 “복무 기간이나 직업군의 특성에 따라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정책의 빈틈을 메우겠다”고 했다. 제대군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지는 ‘제대군인 주간’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제대군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행사다. 서울 광화문광장 국민 참여 행사, 채용박람회, 고용 우수기업 인증식 등을 진행한다. 권 장관은 “제대군인을 위한 행사가 단순하게 기념만 하는 행사가 되면 안 된다”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장을 만들어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군인 경찰 소방관 해양경찰 교정공무원 등 국민 안전을 지키는 제복근무자를 위한 감사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권 장관은 “지난해 캠페인 이후 제복근무자에 대한 국민 존경도와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기업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도 늘면서 사회 전반에 감사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리스펙트런(Respect Run)은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한 대표 행사다. 27일 경기 하남시 미사경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일반 시민과 제복근무자들이 함께 달리기를 한다. 5km, 10km 코스로 열린다. 권 장관은 “(리스펙트런은) 시민과 제복근무자가 함께 뛰며 세대와 계층을 넘어 하나 되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돼 가고 있다”며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로, 제복근무자에 대한 존중과 감사가 생활 속에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훈부는 기념 사업과 국제 교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2026년 6·10만세운동 100주년과 2030년 4·19혁명 70주년 등을 국민 참여형 기념 사업으로 추진한다.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 국외 현충시설 조성 등 국제 보훈사업도 대폭 확대해 ‘국격에 걸맞은 보훈’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권 장관은 “나라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으로 답해야 한다는 철학에 부합하는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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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능도, 게임도 통한다…중동서 판 키우는 K콘텐츠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열린 콘텐츠 수출상담회에서 중동 현지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파트너십에 신중한 중동 기업들이 첫 미팅 이후 협약을 맺은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며 중동 시장에서의 관심과 수요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2025 K 콘텐츠 엑스포 in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원글로벌, 난센스, 썸씽스페셜, 캐릭터링크 등 4개 콘텐츠 업체가 쿠웨이트 애니메이션 제작사 엠비비전(MBVISION) 스튜디오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영상 콘텐츠 제작사 망그로브는 사우디아라비아 제작사 엘리건트 미디어와 MOU를 맺었다.게임·예능·캐릭터… 영역 넓히는 K 콘텐츠이번 업무협약은 게임, 예능 포맷, 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졌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는 손범동 난센스 대표는 “방송이 이뤄진 적 없는 아이디어에도 관심을 보였다”며 “성인들이 미국 아이들을 만나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 포맷을 현지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해외에 이미 수출된 K 콘텐츠를 리메이크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황진우 썸씽스페셜 대표는 “치매를 소재로 한 ‘언포게터블 듀엣’ 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예상보다 더 큰 관심을 보여 놀랐다”고 했다.애니메이션과 캐릭터, 특수영상 분야에서도 협업 제안이 이뤄졌다. 조태연 캐릭터링크 대표는 “아트와 접목된 ‘달리’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앞으로 중동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수영상 장비로 해양 콘텐츠를 촬영하고, 확장현실(XR) 체험 버스를 운영하는 신용수 망그로브 대표는 “XR 체험존을 활용한 콘텐츠를 시도해 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사우디가 콘텐츠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향후 진출 기회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K 콘텐츠 기업과 꼭 협업해 보고 싶다”한국 콘텐츠 기업의 진출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설립한 미스크 재단(Misk Foundation)의 자회사 망가 프로덕션의 무디 빈 카미스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는 “애니메이션·웹툰·게임·만화 제작 사업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엑스포를 방문했다”며 “일본 회사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한국 기업과도 협업해 보고 싶다”고 했다.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국 심천(8월), 튀르키예 이스탄불(9월), 폴란드 바르샤바(11월) 등에서 ‘K 콘텐츠 엑스포’를 추가로 개최할 예정이다. 엄윤상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수출본부장은 “이번 K 콘텐츠 엑스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단순한 에너지 수출국을 넘어, 콘텐츠 산업 교류를 포함한 다변화된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였다”며 “사우디 정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센터 개소 등 국내 콘텐츠 기업의 중동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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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는 협업, 노래는 떼창’… K콘텐츠에 푹빠진 사우디

    “젊은 세대에서 K팝이나 K드라마·예능의 인기는 폭발적입니다. 공동 제작할 콘텐츠를 찾고 있어요.”(칼리 구드 사우디 MBC 그룹 콘텐츠 수급 및 제휴 담당자)“애니메이션·웹툰·게임 분야에서 하루빨리 한국 기업과 협업해 보고 싶어 왔어요.”(무디 빈 카미스 사우디 망가 프로덕션 마케팅 담당자)22일 오후 1시 30분(현지 시간) ‘K-콘텐츠 엑스포’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래디슨 블루 호텔 2층. 행사 시작을 앞두고 한국 콘텐츠 기업들을 만나려는 현지 기업 관계자들로 장내는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이날부터 24일까지 3일간 열린 이번 엑스포는 사우디에서 개최된 첫 B2B(기업 간 거래) 간담회다. 지금까지 사우디에서는 콘서트 등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행사가 주를 이뤘지만, 콘텐츠 시장이 개방되며 기업 간 교류의 장이 마련된 것. 한국에서는 방송과 게임, 애니메이션, 교육 등 콘텐츠 기업 30곳이, 현지에서는 사우디·이집트·요르단·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 12개국에서 80곳이 넘는 회사가 참여했다.3일 동안 이뤄진 개별 기업 간 일대일 수출 간담회만 총 420건이다. 엄윤상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수출본부장은 “사우디 등 중동 콘텐츠 시장이 열리고 있어 이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안에 사우디 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해 국내 콘텐츠 기업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K 드라마·예능·애니메이션과 협업하고 싶어”특히 이번 엑스포에서는 한국 드라마, 예능과 협업하고 싶다는 중동 콘텐츠 업체의 문의가 이어졌다. 지텐 햄데브 인도 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국 드라마는 인도에서 반응이 뜨겁다”며 “단순 박람회가 아니라 일대일 미팅을 제대로 할 수 있어서 직접 찾아왔다”고 전했다.중동·북아프리카 지역(MENA) 1위 스트리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샤히드’(Shahid)를 운영 중인 사우디의 MBC(Middle East Broadcasting Center) 그룹 관계자들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최대 주주로, 샤히드 외에 20여개 채널을 보유한 MBC 그룹은 올해 CJ E&M과 계약을 맺고 드라마 20편을 독점 공급 중이다. 하스나 카탑 샤히드 해외 아동 및 애니메이션 콘텐츠 리드는 “오늘만 5개 기업을 만나 논의했다”며 “한국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예능 등 질 높은 콘텐츠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성공한 콘텐츠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거나, 공동으로 제작하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김승욱 에이스토리 전략경영본부 글로벌사업 팀장은 “리메이크 판권과 공동 제작 요청이 꽤 많았다”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예상보다 높아 놀랐다”고 평가했다.박나나 데스티니 대표는 “(현지 기업들이) 국적이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소개팅하는 문화 교류 예능 프로그램에 흥미를 보였다”며 “시즌1이 중국 남성과 한국 여성 소개팅이었는데, 시즌 2는 사우디를 주제로 제작하자는 제안도 나왔다”고 했다.교육·게임 콘텐츠에도 뜨거운 호응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중동 최대 규모 포장재 생산 업체이자 출판 및 교육 사업을 병행하는 사우디 오베이칸 그룹의 모하메드 압둘라 알프리아 출판 팀장은 “교육 및 캐릭터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기업을 찾았다”며 “사우디에는 없는 콘텐츠 기업을 접하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실제로 오베이칸 그룹은 미팅 다음 날 일부 기업을 본사로 초청했다. 김철영 단비 교육 이사는 “유아 및 초등 교육 콘텐츠에 대한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며 “향후 추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모바일 게임부터 PC게임, 블록체인 기반 게임 등 다양한 게임 콘텐츠도 현지 기업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요르단에서 온 자이드 사마디 타마템 게임즈 퍼플리셔는 “한국 게임을 높이 평가해 이미 한국도 다녀온 적 있다”며 “K-콘텐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으러 왔다”고 밝혔다.일인칭 총싸움(FPS) 게임 ‘워록2’를 개발 중인 최진욱 네비스게임즈 이사는 “미팅 중에 20년 가까이 된 워록 1을 해봤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사우디 게임사 10곳 이상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환호·떼창… K 콘텐츠에 빠진 사우디”기업 간 비즈니스 행사뿐 아니라 현지 대중을 위한 문화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엑스포 둘째 날인 23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호텔 1층 공연장에서는 ‘K팝 드라마 OST 콘서트’가 열렸다. 500석 규모의 공연장은 공지 직후 매진됐다.공연 3시간 전 K팝 팬들이 몰리면서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무대에 오를 가수 황치열 씨와 김기태 씨의 플래카드를 직접 만들어 온 팬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학생 달랄 알카바 씨는 “10대부터 20대까지 K팝과 K드라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며 “아시아 문화 중에서도 한국이 단연 최고 인기”라고 말했다.두 시간 동안 공연장은 환호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공연 전 열린 K팝·K드라마 퀴즈쇼에서는 문제를 내자마자 수백 명이 동시에 손을 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자 떼창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이날 콘서트에는 1020 여성 팬들뿐 아니라 자녀와 함께한 가족 관객도 다수 자리했다.직장인 리마 알모젤 씨는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빠져 2016년부터 한국어를 공부했다”며 “결국 네이버 사우디 지사에 취업하게 됐고, 콘서트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예매했다”고 전했다.리야드=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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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인삼산업… 현대화-규모화-규격화로 혁신해야”

    “이대로라면 10년 뒤 우리 인삼 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인삼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혁신이 절실합니다.” 지난달 28일 강원 횡성군에서 만난 김명수 한국인삼협회 회장(49)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인삼 산업은 기후 위기, 소비 위축, 재고 증가, 유통관리 시스템 부재, 인력 부족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약용 작물로 1500년 역사를 이어온 고려인삼. 밭에서 캔 인삼을 증기로 쪄 건조한 ‘홍삼’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인삼 농가를 대표하는 김 회장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김 회장은 “홍삼 제품 중 원료 비중이 적은 상품이 늘면서 정작 재고는 쌓이고 있다”며 “더욱이 최근 비타민 등 인삼 외 건강기능식품 규모가 커지면서 인삼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회장은 인삼 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삼 시장은 크게 홍삼으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제약용 약재 및 원료, 밭에서 바로 캔 신선 인삼(수삼) 등 크게 3개 시장으로 나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삼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인삼 생산량 총 2만2223t 중 홍삼 비중이 1만7479t으로 78.6%에 달한다. 그러나 전 세계 인삼 시장에서 홍삼 비중은 20% 남짓, 나머지 70% 이상은 바이오·제약 원료로 유통된다. 김 회장은 “시장에 자리 잡은 홍삼은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등 계속 키우되 홍삼에만 집중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바이오·제약 원료 시장을 공략해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농가가 산다”고 했다. 인삼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책으로 김 회장이 제시한 전략은 ‘현대화·규모화·규격화’다. 현대화는 스마트팜 도입을 의미한다. 김 회장은 “인삼은 재배 기간만 6년이고, 예정지 관리에 2년이 더 필요하다”며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면 재배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고, 휴지기도 필요 없다”고 했다. 대규모 스마트팜 농장을 만들면 생산 비용이 적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소비자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선별장도 세운다. 김 회장은 “한우처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등급이 필요하다”며 “충남 금산지역을 중심으로 24시간 가동되는 산지 스마트 공공형 선별장(APC)을 설치해 인삼을 등급·규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인삼농협을 중심으로 수출 전용 수삼 포장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청년농 육성과 기후 위기 대응도 발등의 불이다. 3대째 인삼 농업을 영위하고 있는 김 회장은 “강원 횡성군 우천면 우항리에 40대 인삼 농가가 혼자뿐”이라며 “청년농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협회 산하에 ‘이상기후 재해대책위원회’를 신설해 탄소 저감 농법, 차광막 재활용, 장기 재해보험 도입 등을 추진한다. 인삼 농가가 십시일반으로 내는 자조금이 소비 촉진 이외에 재해 대응과 수급 조절, 연구개발(R&D)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한다. 김 회장은 “인삼을 먹고 재배하는 문화는 우리의 역사라는 생각으로 인삼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202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달성해 고려인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이 문화를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횡성=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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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아세안 실질적 교류 늘리고 정책 일관성 보여야”

    “전 세계는 지정학적 갈등, 급변하는 기술, 기후 위기 등 복합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긴밀한 협업이 절실합니다.”(김재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아세안 관련 외교 정책 명칭이 바뀝니다. 정책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부호 주한 베트남대사) 한·아세안센터는 지난달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제주 포럼에서 ‘경계를 넘어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CSP)하의 한국과 아세안의 시너지 강화’ 토론회를 열고, 협력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가 형식적 외교에 그쳐선 안 된다”며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늘리고,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간 경제·사회·문화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2009년 출범한 정부 간 국제기구다. 양측은 지난해 관계를 기존 전략적 동반자 관계(SP)에서 CSP로 격상했다. CSP는 외교 관계상 동맹 다음으로 맺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파트너십이다.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각국 대사 “한·아세안 협력, 구체적 이행 방안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주한 아세안 국가 대사들은 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액션 플랜 마련을 강조했다. 송깐 루앙무닌턴 주한 라오스대사는 “CSP는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큰 틀일 뿐이고 진짜 중요한 건 올해 나올 한-아세안 행동계획(POA)”이라며 “계획에 그치지 않으려면 예산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세부 협력 분야는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친환경 기술 등이 언급됐다. 타니 상랏 주한 태국대사는 “한국과 사이버 안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협력을 기대한다”며 “중소 및 중견기업, 스타트업을 비롯해 스마트시티, 미래형 모빌리티 등 분야에서도 교육과 투자, 기업 교류 등이 활발히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밖에 탄소 중립, 재생에너지, 식량 안보 등과 문화, 노동 등이 협력 분야로 제시됐다. 한·아세안 협력이 개별 국가 이익에 국한되지 않고 아세안 국가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하멧 잠루니 빈 칼리드 주한 말레이시아대사는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진행 중인 그린 기술·스마트시티·수소에너지 분야 협력은 양자 간 접근이지만, 다른 아세안 국가들도 함께 참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특정 국가 간 협력을 시작점으로 삼되, 이를 아세안 다수 회원국이 함께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책 일관성 보여줘야” 한국 정부가 아세안에 대한 일관된 정책 기조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잠루니 대사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달라진다”며 “아세안에서 한국은 중요한 무역 동반자라는 인식은 크지만 경제 비전을 주도하는 설계자로는 미흡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장근 주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는 “한국 정부는 아세안과 지속해서 협력하길 원했고, 새롭게 탄생할 정부도 마찬가지로 아세안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아세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내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비롯해 교육,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리아 테레사 디존 데 베가 주한 필리핀대사는 “K팝 등 한국 문화가 아세안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한국의 문화적 힘만으로는 영향력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며 “아세안 국적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 및 이주 정책을 개선하고, 아세안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층 교류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상랏 태국대사는 “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5만 명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입국이 거절되는 사례도 있다”며 “한국 내 대학들이 아세안 학생 수용력을 확대하고, 비자 시스템을 개선해 입국을 거절하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제주=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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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랜딩기어 안 펴진채 동체착륙… “기체결함 가능성 배제 못해”

    제주항공 7C2216편의 무안국제공항 추락 사고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란 추측이 나오지만 원인을 특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항공기 조종사들과 전문가들은 “동체착륙 이유 등 규명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비행 중 엔진 및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종종 있지만 동체착륙을 시도한 사례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국토교통부는 29일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조사원 8명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국토부는 외부 환경 요인이나 기체 결함 등 사고 원인과 함께 조종사나 공항 측의 규정 위반 여부까지 ‘투 트랙’으로 조사에 나선다.●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국토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버드 스트라이크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다. 예를 들어 시속 370km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공항공사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는 조류 충돌이 623건 발생했다.의문은 비상 착륙이 참사로 이어진 과정이다. 사고 동영상을 본 조종사들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7C2216편은 무안공항 01방향 활주로로 접근을 하다가 엔진 계통에 문제가 발생해 ‘고어라운드(go-around·복행)’를 했다. 일반적인 경우 복행을 한 이후 항공기 상태를 점검한 뒤 원래 착륙을 시도했던 01방향 활주로로 다시 착륙을 시도한다. 그런데 7C2216편은 복행과 동시에 곧장 방향을 180도 틀어서 19방향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기름을 버리지 않아 폭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지만, 해당 기종은 공중 방류 기능이 없다.● 랜딩기어 등 기체 결함 가능성도전문가들은 설사 엔진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착륙 때 사용하는 바퀴인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본다. 항공기는 착륙할 때 동체 뒤편에 있는 2개의 랜딩기어와 조종석 아래에 있는 노즈기어가 모두 펼쳐져야 한다. 그런데 7C2216편은 모든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채 착륙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도 “동영상으로는 (랜딩기어가) 안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랜딩기어 등을 펼치는 데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엔진 이상과 랜딩기어 작동 여부는 통상 연관성이 적다”며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사고 기종인 B737-800 항공기는 랜딩기어가 자동으로 펼쳐지지 않으면 수동으로 펼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기장이 수동 작동 지시를 내리면 부기장이 수동 레버를 돌려서 랜딩기어 등을 펼친다. 일각에선 기내로 연기(스모크)가 들어오면서 수동 전환을 하지 못한 채 급히 동체착륙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항공사 기장은 “기내로 스모크가 들어오면 이유 불문하고 배(동체)로 착륙해야 한다”고 말했다.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것을 놓고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정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육안으로 불꽃이 튀는 게 보이는데 버드 스트라이크가 아니라 이물질이 유입되거나 기체 자체 결함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 밝히는 데 최소 1년 전망 이번 참사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우선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과 기체 결함 여부, 동체 착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장 등 승무원이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도 조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잔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면서 “기장이 안전 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비롯해 정비 이력이나 교육훈련일지 등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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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81명중 179명 사망

    29일 태국 방콕을 출발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불시착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1997년 미국 괌 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으로 229명이 숨진 뒤 27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우리나라 여객기 참사다. ‘버드 스트라이크(새 떼와 충돌)’와 랜딩기어(바퀴) 미작동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당국은 블랙박스 기록 등 조사에 나섰다. 이날 오전 태국 방콕공항에서 이륙한 7C2216편은 5시간 뒤 무안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항공기가 무안공항에 접근할 무렵인 오전 8시 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2분 뒤 조종사는 ‘메이데이’(긴급구조신호) 호출을 했다. 그로부터 2분이 지난 후 7C2216편은 착륙을 시도했지만 바퀴가 동체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몸통으로 활주로에 부딪히듯 착륙했다. 이후 수백 m를 미끄러져 가다가 조종석 부분으로 공항 담벼락을 들이받은 뒤 오전 9시 3분 폭발했다. 기체는 꼬리날개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새카맣게 불탔다. 제주항공 등에 따르면 이 여객기에는 한국인 승객 173명과 태국인 승객 2명 등 승객 175명, 기장 등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중에는 단체관광을 떠난 화순군 공무원, 3세 아이를 데리고 첫 가족여행을 떠났던 부부와 광주 지역 여행사가 모집한 ‘크리스마스 여행’ 상품으로 태국으로 향한 이들도 있었다. 생존자 2명은 꼬리 쪽 칸에 타고 있다가 생명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여객기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운용되는 보잉 737-800 기종으로, 2009년 8월 첫 비행을 시작했다. 사고 이후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이후 최근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기 국제선이 끊겼으나 최근 다시 부활했다. 그 첫 노선이 무안∼방콕 제주항공 노선이었는데 불과 운항 21일 만에 사고가 벌어졌다.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이날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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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박스 일부 훼손, 해독 한달넘게 걸릴 듯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정보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 해독 작업이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장치가 일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9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의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수거됐다. 항철위 관계자는 “CVR은 손상 부분이 크지 않아 해독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FDR은 부품이 일부 분리됐다”며 “FDR을 해독하는 데는 최소 한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상이 발생하지 않은 정상 블랙박스는 해독하는 데 일주일이면 가능하다. 사고 원인은 이들 장치의 기록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명확히 밝혀낼 수 있다. FDR이 손상되면서 사고 원인 조사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FDR은 비행기의 비행 경로와 기체 내 엔진 등 각 장치의 작동 상태 정보를 담고 있다. 기체 결함 등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치다. 항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분석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해독 작업이 6개월가량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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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한푼도 안 쓰고 13년 모아야 ‘서울에 내 집 마련’

    지난해 기준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전월세를 사는 세입자는 월 소득의 20%가량을 임대료로 지출했다. 국토교통부가 27일 공개한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13배(중간값 기준)로 조사됐다. PIR은 월급을 고스란히 모았을 때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12월 전국 표본 6만1000 가구를 대상으로 면담 조사를 한 결과다. 지역별로 서울 다음으로 세종시 PIR이 8.7배로 높았다. 경기 7.4배, 대전 7.1배, 부산과 대구가 각각 6.7배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 PIR은 6.3배로 전년과 동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PIR은 2022년 15.2배에서 지난해 13배로 줄었다”며 “지난해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은 늘었다. 지난해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중(RIR)은 15.8%로 집계됐다. 서울 RIR은 22.7%로 소득 대비 임대료 지출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 부산 16.9%, 경기 16.7%, 인천 16.5% 등 순으로 집계됐다.주택 자가 보유율은 전국 기준 60.7%로 나타났다.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거주하고 있는 자가점유율은 전국 57.4%였다. 지난해 주택 점유 형태는 자가가 57.4%, 임차가 38.8%였다. 가구주로 독립한 후 생애 첫 집을 장만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7.7년으로 전년(7.4년) 대비 4개월 늘었다.주택 보유에 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87.3%로 전년보다 2.3%포인트 줄었다. 주거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구가 전체 응답자 중 40.6%로 전년 대비 3.0%포인트 늘었다. 필요한 지원은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35.6%), ‘전세자금 대출지원’(24.6%), ‘월세보조금 지원’(11.0%),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0.7%) 순으로 조사됐다.이 밖에 청년(만 19세 이상~만 34세 이하) 가구의 81.1%가 전월세 집에 살고, 68.4%가 비아파트에 거주했다. 신혼부부는 46.4%가 자가에 거주했으며 아파트(73.9%)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고령 가구는 75.7%가 자기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은 아파트(45.4%)와 단독주택(40.8%)의 비율이 높았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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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지정… 토지보상 등 과제 산적

    삼성전자가 2052년까지 최대 360조 원을 투자해 짓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지난해 3월 후보지 선정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통상 4년 이상 걸리는 일정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하지만 용수(用水), 전력, 토지 보상 등 지금부터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투자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국토교통부는 26일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계획을 승인해 31일 고시한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 728만 ㎡에 시스템 반도체 공장(팹) 6기, 발전소 3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투자 규모는 2052년까지 360조 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정부는 2026년 12월 착공, 2030년 12월 첫 공장 가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고 환경 규제를 신속히 완화했다. 이날 산단을 조성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삼성전자는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실시협약을 맺었다. 김용관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최근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급부상한 반도체 패권 경쟁에 주요 경제국과 신흥국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려면 용인 국가 생산이 계획대로 추진돼 선제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게 높다. 가장 가까운 시일 안에 풀어야 할 문제는 토지 보상이다. 정부는 원주민에게 상가 등을 지을 수 있는 용지를 우선 공급하고, 산단 지역 내 총 542가구에는 인근 270채 규모 택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김종율 김종율아카데미 원장은 “토지 보상가는 해당 사업으로 인한 가치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원주민들의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용수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1장을 만들려면 초순수 7t가량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는 2035년부터 강원 화천군 화천댐에서 일일 발전용수 60만 t을 끌어다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화천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실제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415만 ㎡)도 용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다. 주 수원지를 여주보로 결정했지만 인허가권을 쥔 여주시가 반발한 것이다. 2022년 11월 SK하이닉스와 여주시는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이는 산업단지 계획이 승인 고시된 지 1년 8개월이 흐른 뒤였다. 지방 발전소에서 전력을 실어나를 송전망도 시급히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는 송전망 구축을 위해 전력망 관련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설립하는 내용의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여야 갈등 끝에 결국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재발의됐으나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해 여야 합의가 시급하다는 게 반도체 업계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갈등 중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 갈등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전력망특별법 등 관련법도 조속히 통과돼 반도체 클러스터가 차질 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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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츠 시장 규모, 23년만에 100조원 돌파

    국토교통부는 국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자산 규모가 도입 23년 만에 100조 원을 돌파했다고 26일 밝혔다. 리츠는 1960년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됐고 국내에선 2001년 첫선을 보였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간접투자기구다. 2001년 당시 4개에 불과하던 운용 리츠는 지난달 말 기준 395개까지 늘어났다. 부동산 유형별 리츠 자산 비중은 주택(47.3%), 오피스(29.1%), 물류(7.6%), 리테일(7.5%) 순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약 2배로 성장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부는 이날 자문기구인 ‘리츠자문위원회’ 위촉식을 진행했다. 법률·금융·부동산 분야 민간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제도·인가·감독 3개 분과위원회로 운영된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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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 28% 주는데, 분양도 30% 넘게 감소”

    내년 수도권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올해보다 30% 넘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2, 3년 뒤 입주량을 가늠할 수 있는 분양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주택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민간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은 8만5840채로 조사됐다. 올해 12만6808채보다 32.3%(4만968채) 줄어든 수준이다. 25개 주요 건설사의 내년도 민간분양 물량(158개 사업장·임대 포함)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지역별로 내년 서울의 분양 물량은 2만1719채로 올해(2만6484) 대비 18.0%(4765채) 감소한다. 이는 2021년(8256채) 이후 최소다. 당시엔 2020년 7월 민간 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영향으로 분양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며 물량이 전년(3만677채) 대비 73.1% 급감했다. 내년 경기와 인천의 분양 물량은 올해 대비 각각 35.7%(2만8075채), 37.5%(8128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수도권 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건 고금리, 공사비 상승, 내수 부진 등으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된 영향이다.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를 꺼리고 ‘옥석 가리기’에 치중하면서 새로운 사업장 발굴보다는 기존에 수주한 물량을 소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내년 분양 계획 물량은 총 14만6130채로 집계됐다. 부동산R114가 통계를 발표한 2000년 이후 최소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22만2173채)보다는 34.2%(7만6043채) 감소한다. 사업 유형별로는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이 6만8973채(47%)고, 나머지 신규 개발 및 자체 사업 등이 7만7157채(53%)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10대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10만7612채로 올해(15만5892채)의 69%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0대 건설사 분양 실적이 당초 계획(15만5892채)의 77.3%(12만538채)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실제 분양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입주와 분양 물량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향후 서울 등 수도권 도심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은 12만5382채로 올해(17만4559채)보다 28% 줄어든다. 서울은 올해 입주가 지연된 물량이 더해지며 내년 입주량이 3만2339채로 올해(2만7877채)보다 16.0% 증가한다. 반면 경기(7만405채)와 인천(2만2638채)은 각각 39.8%, 23.9% 감소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2026년부터는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해져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공사 기간이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짧은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非)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해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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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KTX ‘특실 30% 할인’ 광고, 실제론 20%”

    KTX 특실 승차권을 할인 판매하면서 실제보다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것처럼 써놓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23일 공정위는 코레일의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이 2014년부터 약 7년간 인터넷특가, 청소년드림 등 할인 상품을 팔면서 특실과 우등실에는 낮은 할인율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누락하거나 정확히 알 수 없게 표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코레일은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30% 할인’ ‘20% 할인’ 등으로 할인율을 표시하는데, 실제 특실·우등실의 승차권 할인율은 이보다 낮았다. 일반석과 특실·우등실의 승차권 가격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석과 달리 특실·우등실에는 여객 운송 대가인 ‘운임’(여객 운송 대가)에 더해 별도의 ‘요금’이 붙는다. 요금은 넓은 좌석 등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통상 운임의 40% 수준이다. 문제는 KTX 할인 상품의 할인율이 운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30% 할인’이라고 표시된 상품을 사더라도 특실 승객이 적용받는 할인율은 20% 안팎에 그쳤다. 다만 코레일은 2021년 언론 보도로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가 문제가 되자 이를 즉각 시정했다. 이에 공정위도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코레일 측은 “2021년 국정감사 때 지적이 나와 바로 할인율 표기를 변경했다. 정확한 운임·요금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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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비 현실화로 공공건설 힘 싣는다… 급등한 원자재값-인건비 반영하기로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주택이나 도로 철도 등 공공 공사를 발주할 때 급등한 원자재 값과 인건비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책정한다. 거듭된 유찰과 공사비 갈등으로 지연되는 주택 및 교통, 인프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장기 불황으로 위축된 건설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공사비를 현실에 맞게 보정할 수 있도록 할증 기준을 31개로 세분화했다. 지하 공사가 깊어지거나 층수가 높을수록, 스마트 기술이나 특수공법을 쓰는 경우 등에 공사비를 더 책정하는 식이다. 공사비 300억 원 미만 중소 규모 공사에 대해서는 급여와 일반 경비 등 일반관리비를 늘려준다. 일반관리비 인정 비율이 현재 최대 6%(공사비 50억 원 미만 기준)에서 8%로 늘어난다. 입찰 가격의 최저 하한선을 올리는 방식으로 저가 입찰 관행도 개선한다. 공사비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사의 경우 최저 하한선은 공공기관 기준 가격의 85%에서 88%로 올라간다. 국토교통부 측은 “최저 하한선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낙찰가율도 1.3∼3.3%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물가 급등기 때 공사비에 상승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기준도 바꾼다. 기존에는 ‘건설공사비지수’와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 중 낮은 값만 적용했다. 앞으로는 GDP 디플레이터를 적용하고, 건설공사비지수와 GDP디플레이터의 증가율 차이가 4%포인트 이상일 때는 평균값을 적용한다. 정부가 공사비 현실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공공 공사가 줄줄이 유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발주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사업은 6차례 유찰 끝에 올해 5월 공사비를 2928억 원에서 3600억 원으로 증액해 수의계약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서울∼수서’ 구간의 개통 목표 시기가 2023년 말에서 2028년으로 미뤄졌다. 집중호우 피해를 막기 위한 서울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는 올 초 2차례 입찰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공사비를 1조2052억 원에서 1조3689억 원으로 증액한 끝에 수의계약을 했지만 예상 완공 시점은 2027년에서 2028년 말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민간 공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가 지속해서 요구해 온 내용들이 일부 반영됐다”며 “갈등이 심각한 민간 공사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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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원자재-인건비 급등 속 ‘공공 공사비 현실화’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주택이나 도로·철도 등 공공 공사를 발주할 때 급등한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책정한다. 거듭된 유찰과 공사비 갈등으로 지연되는 주택 및 교통, 인프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장기 불황으로 위축된 건설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취지다.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공사비를 현실에 맞게 보정할 수 있도록 할증 기준을 31개로 세분화했다. 지하 공사가 깊어지거나 층수가 높을수록, 스마트 기술이나 특수공법을 쓰는 경우 등에 공사비를 더 책정하는 식이다.공사비 300억 원 미만 중소규모 공사에 대해서는 급여와 일반 경비 등 일반관리비를 늘려준다. 일반관리비 인정 비율이 현재 최대 6%(공사비 50억 원 미만 기준)에서 8%로 늘어난다.입찰 가격의 최저 하한선을 올리는 방식으로 저가 입찰 관행도 개선한다. 공사비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사의 경우 최저 하한선은 공공기관 기준 가격의 85%에서 88%로 올라간다. 국토부 측은 “최저 하한선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낙찰률도 1.3%~3.3%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물가 급등기 때 공사비에 상승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기준도 바꾼다. 기존에는 ‘건설공사비지수’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중 낮은 값만 적용했다. 앞으로는 GDP 디플레이터를 적용하고, 건설공사비지수와 GDP디플레이터 지수의 증가율 차이가 4%포인트 이상일 때는 평균값을 적용한다.정부가 공사비 현실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공공 공사가 줄줄이 유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발주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은 6차례 유찰 끝에 올해 5월 공사비를 2928억 원에서 3600억 원으로 증액해 수의계약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서울~수서’ 구간의 개통 목표 시기는 2023년 말에서 2028년으로 미뤄졌다. 집중호우 피해를 막기 위한 서울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는 올 초 2차례 입찰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공사비를 1조2052억 원에서 1조3689억 원으로 증액한 끝에 수의계약을 했지만 예상 완공 시점은 2027년에서 2028년 말로 밀렸다.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민간 공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가 지속해서 요구해 온 내용들이 일부 반영됐다”며 “갈등이 심각한 민간 공사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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