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GP에 총격’ 北, 김정은 위중설에 불만?…軍 “의도적 도발 가능성 낮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3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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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3일 강원 철원지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아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한 이유와 의도를 두고 군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군은 총격 당시 기상 조건과 해당 지역의 남북 GP간 지리 전술적 여건 등을 볼 때 ‘의도적 도발’로 보기 힘들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간의 잠행을 깨고 ‘깜짝 등장’으로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자마자 북한군이 최전방 지역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9·19 남북군사합의를 정면 위반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軍, “9.19 군사합의 위반 맞아”

3일 오전 7시 41분경 강원 철원지역 육군 3사단이 관할하는 DMZ 일대에서 ‘타타탕’하는 총성이 울렸다. 현장 인근의 아군 GP 병력들은 총성이 북측에서 날아든 걸로 보고, 즉각 경계태세를 격상한 뒤 부대 점검에 나섰다. 이어 GP 외벽에서 4발의 탄흔과 탄환을 발견한 뒤 북한군이 쏜 걸로 결론내리고, 대응 절차에 착수했다.

군 관계자는 “현장 지휘관 판단 하에 교전규칙 등에 따라 북측 GP 방향으로 10여 발씩 경고사격을 2차례 실시한 뒤 대북 경고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경고사격은 K-6 기관총·소총 등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경고 방송은 ‘귀측에서 아군 GP로 총탄이 날아왔다. 이는 정전협정과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더는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내용이 담긴 걸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은 대응사격 등 추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상황이 종료됐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DMZ내 아군 GP에 총격을 한 것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게 맞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MDL)·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접적지역 일대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금지를 위해 설정한 ‘육해공 완충구역’ 합의에 정면 위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의도적 도발로 보기 힘들다고 군은 설명했다. 당시 짙은 안개로 시계(視界)가 1km 안팎에 그친 점, 남북 GP간 거리가 유효사거리를 벗어날 정도로 떨어진 점, 아군 GP가 북측 GP보다 고지대에 위치한 점 등 도발효과를 거두기엔 부적절한 상황이었다는 것.

총격 전후로 북한군 GP 인근의 영농지역에서 영농활동이 정상 진행되는 등 특이동향이 없다는 점도 ‘우발적 총격’을 뒷받침하는 징후로 군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이 GP 근무 교대 과정에서 우리 군 GP에 조준된 기관총 등을 잘못 건드려 오발이 났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남측 반응 떠보면서 고강도 도발 ‘예고편’일 수도

하지만 한발도 어니고 여러 발의 총탄이 아군 GP에 날아든 것을 우발적 사건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북측의 교묘한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김 위원장 관련 남측의 언론 보도와 각종 설에 대한 불만 표출일 가능성도 있다. ‘최고 존엄’의 중태설·사망설 등 신변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탈북인사와 보수단체 등에 대한 간접경고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깜짝 행보’를 공개해 건재함을 과시한 다음날 북한군이 DMZ에서 아군에 총격을 가한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9·19 군사합의 이후 우리 군의 최전방 지역 경계태세와 대응절차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군사적 노림수’가 깔렸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그동안 대남타격 신종무기 등 미사일 도발에 주력하던 북한이 확전 가능성이 높은 최전방 지역에서 총격을 가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이후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한미가 꿈쩍하지 않자 북한이 보다 노골적이고 강도 높은 국지적 대남 도발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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