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 강풍타고 확산…주민-장병 2400명 한밤 긴급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일 0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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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8시 30분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주택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어 산림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이 불로 산불재난 국가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됐다.

산불이 난 곳은 지난해 4월 4일 산림 700ha가 타고 주택 500여 채가 피해를 봤던 토성면 원암리에서 약 4km 떨어진 곳이다. 지난해 4월 산불로 113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고성 산불을 조기에 진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산불을 잡기 위해 진화인력 164명, 진화장비 235대(소방차 25대, 진화차 9대 등 포함)가 투입됐다.

고성군은 직원 소집령을 발령하고 소방 당국과 함께 진화 차량 30여 대와 2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바람이 거센 데다 날이 어두워 소방 헬기를 띄우지 못하면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산불이 도원리에서 인접한 학야리로 번지자 고성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271세대 600여명이 토성면의 천진초등학교로 대피했다. 또 육군 22사단 장병 1800명이 고성종합체육관으로 옮기는 등 2400여명이 대피했다. 육군소방 당국은 도내 2개 이상의 소방서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확산 저지를 위해 22사단 주변에 진화자 6대가 배치됐다.

산불 발생 당시 현장에는 초속 6.3m의 바람이 불었지만 오후 9시 40분경에는 “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인 초속 16.9m로 더 거세졌다. 이날 강원도 전역에는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이고 고성을 포함한 속초와 양양 평지, 중부 산지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영동 동해안 지역(속초·고성·양양)에는 다음 날인 2일 오전 9시까지 초속 (10~18m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관측돼 진화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는 1일 밤 현재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강원도 산불방지대책본부 관계자는 ”바람이 거세 산불이 확산되고 있지만 날이 어두워 헬기 등 장비와 인력을 대거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일 날이 밝는 대로 산림·소방을 대거 투입해 진화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1일 산불은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더해져 빠른 속도로 번졌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고성) 사이에 부는 국지성 강풍을 일컫는 말이다. 2000년 4월 강원 고성 등 5개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과 2005년 4월 낙산사를 전소시킨 강원 양양 산불, 지난해 산불 등이 모두 양간지풍으로 피해가 커진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도 관련 보고를 받고 ”주민 대피에 철저를 기하고, 산기슭 민가나 어르신 등의 대피에도 만전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도 ”산림청장과 소방청장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조하고 진화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조속한 산불 진화에 최선을 다하라“며 ”산불이 강풍으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 대피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산불 진화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진 장관은 ”산불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하라. 산불이 번질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주민 대피 등 선제적 조치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고성경찰서 및 속초경찰서 직원이 비상동원했고 고성경찰서장이 현장에 나가 지휘에 나섰다. 경찰은 산불 현장 인근 주민대피 지원 및 주요 교차로 등 교통통제를 도왔다. 산불이 번지면서 황금연휴를 맞아 고성군 등 강원도 일대 관광명소를 찾은 관광객들도 불안해 했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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