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서 씹은 이쑤시개만 7962개…감독 25년 만에 ‘우승반지’ 낀 베이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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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베이커 감독의 우승반지를 둘러싼 흥미로운 기록들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73)이 6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얻게 되면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그의 인내심이었다. 감독으로 25번째 시즌, 12번째 포스트시즌, 3번째 월드시리즈 끝에 얻은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6일 필라델피아와 치른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 휴스턴=AP 뉴시스
베이커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감독으로 데뷔했던 1993년에만 해도 44세로 당시 리그 감독 중 가장 ‘어린’ 감독이었다. 그가 감독 데뷔전을 치렀던 1993년 4월 6일 상대팀 세인트루이스의 선두타자는 제레니모 페냐(55)였다. 이번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휴스턴 유격수 제레미 페냐(25)가 그의 아들이다. 베이커 감독이 우승감독이 되기까지 문자 그대로 ‘한 세대’를 걸친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의 우승반지를 향한 여정을 둘러싼 흥미로운 기록들을 소개한다.

●우승까지 더그아웃에서 씹은 이쑤시개 7962개
이쑤시개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덕에 과거 신시네티 감독 시절 구단은 그의 버블헤드 인형과 이쑤시개 통을 세트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베이
베이커 감독은 경기장에서 늘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감독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당시 치주염이 있어 입에 침이 고이는 게 좋지 않았던 그는 치과에서 ‘티트리 오일‘을 바른 씹는 이쑤시개 사용을 추천받았다. 베이커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늘 이쑤시개를 주머니에 몇 개씩 지닌다. 주로 경기 후반부에 씹는데 한 경기에 두 개 정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 25년 동안 정규시즌 3884경기, 포스트시즌 97경기를 치렀으니 그가 씹은 이쑤시개는 적어도 7962개가 된다는 뜻이다. 이 이쑤시개 길이는 하나에 8.3cm인데 그동안 씹은 이쑤시개를 세우면 660m를 넘는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555m)를 넘는 높이다.
●선수우승에서 감독우승까지 41년 최장 간극
베이커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1981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다. 올해 휴스턴 사령탑으로 우승하면서 그는 41년 만에 선수-감독 우승 조각을 맞췄다. 이전 최장 기록이었던 밥 레몬 전 뉴욕 양키스 감독의 40년 기록을 1년 늘렸다. 레몬 감독은 1948년 클리블랜드에서 선수로 우승하고 1978년 양키스 지휘봉을 잡은 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포스트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 첫 우승감독
베이커 감독은 LA 다저스 시절이던 1977년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NLCS)에서 타율 0.357, OPS(출루율+장타력) 1.295를 기록하며 당시 시리즈 MVP로 뽑혔다. 역대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 중 포스트시즌 MVP 경력이 있는 건 베이커 감독이 유일하다.
●북미 스포츠 통틀어 최고령 챔피언십 우승감독
이번 우승으로 베이커 감독은 월드시리즈 역대 최고령 감독이 됐다. 사실 MLB에서만 기로깅 아니다.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통틀어도 베이커 감독보다 많은 나이에 팀을 챔프전 승리로 이끈 감독은 없다.
●함께한 선수 558명
베이커 감독은 “우승을 늦게 해 더 많은 어린 선수들에게 인내가 인생에서 인내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이커 감독에게 영향을 받은 선수가 얼마나 될지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가 감독을 맡은 MLB 팀에서 한 번이라도 선수생활을 한 선수는 558명에 달한다. 베이커 감독은 “‘저 사람은 이건 못 해’ 이런 소리를 듣는 데 지쳤다. 다들 내가 뭘 할 수 없는지만 말하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인내를 가르쳐 주셨다. 스스로를 믿어야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자상한 지도자로 명성이 높다. 휴스턴 선수단 내에 신망이 높다. 이변이 없는 한 베이커 감독은 내년에도 휴스턴을 이끌 전망이다. 올해 계약이 끝나는 베이커 감독은 “한번 우승하면, 두 번 우승하고 싶을 것 같다”며 재계약 희망 의사를 밝혔고 짐 크레인 휴스턴 구단주와 이주 초반 재계약을 의논할 예정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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