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경업체 뒤엔 한국 여성 있었다… ‘West8’ 뉴욕 지사 최혜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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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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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디자인 공모 ‘네덜란드社-이로재 컨소시엄’ 1등 화제

24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조경가 최혜영 씨가 국가공원으로 재탄생할
용산미군부대 터를 가리키며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4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조경가 최혜영 씨가 국가공원으로 재탄생할 용산미군부대 터를 가리키며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국의 센트럴파크’ ‘국내 최초의 국가공원’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관심을 모았던 용산공원의 설계디자인 국제공모에서 함께 1등을 차지한 네덜란드 업체 ‘West8’와 국내업체 ‘이로재’는 어떻게 손을 잡았을까? 세계적인 조경업체지만 국내 시장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West8가 용산공원에 관심을 둔 계기도 궁금했다.

이런 의문의 배경에는 West8의 유일한 한국인 출신 여성 조경가인 최혜영 씨(30)가 있었다. West8 뉴욕 지사에서 일하는 최 씨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본사를 설득해 용산공원 공모전에 참여토록 하고, 파트너로 이로재를 찾아내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실무작업도 도맡아 했다. 로테르담∼서울∼뉴욕의 시차 때문에 공모 준비 처음 몇 달 동안은 잠을 거의 자지 못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최 씨는 대학 시절부터 용산공원에 관심이 많았다. 휴가차 귀국한 그는 24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용산 미군기지 터는 남산에서 한강으로 흘러내려가는 자연지형을 갖춘 곳인데,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훼손이 많이 돼 반드시 재정비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유펜 졸업 후 미국 설계회사 ‘이도’에 다니던 2009년 용산공원 아이디어공모전에 ‘이볼빙 히스토리(evolving history·진화의 역사)’란 작품으로 1등 없는 2등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용산공원 정비사업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국제공모전 소식을 접한 뒤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득하고 나선 것.

West8와 이로재 컨소시엄이 제출한 용산공원 기본 설계의 주제는 ‘치유’다. 최 씨는 자연 역사 문화적 측면에서 ‘치유’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산파 역할을 했다. 그가 생각한 ‘치유’는 “과거의 흔적을 단순히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되새기며 안고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군사시설로 훼손된 한국의 자연성을 회복시키는 ‘자연의 치유’, 역사적 아픔이 남은 건물과 공간을 다양한 모임과 소통의 플랫폼으로 변화시키는 ‘역사의 치유’, 한국의 전래동화에서 차용한 ‘오작교’ 다리를 통해 도시와 공원을 이어주고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문화의 치유’가 도입돼 각종 시설과 조경 조성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최 씨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용산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놀라우면서도 무척 기쁘다”며 “한국 최초의 국가 공간이자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용상공원#네덜란드#조경#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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