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 합격한 시각장애 이대생 “지난날 방황 후회스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1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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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을 하나씩 넘어서면 꼭 칭찬하고 도와주는 손길이 있었어요. 학생들에게 그런 얘길 꼭 해주고 싶어요.”

예비교사 신분으로 29일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는 김태연 씨(43)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던 평범한 삶은 5살 때 금이 갔다. 시각세포가 집중된 망막 중심부 황반의 이상 때문에 시력장애를 앓는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사물의 가운데가 검게 보이고, 주변도 흐릿해졌다. 김 씨는 그래도 일반 학교에서 공부해 1992년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건국대 수의학과에 진학했지만 시력은 백내장 때문에 더 나빠졌다.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민간요법으로 시력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부단히 해봤다. 하지만 전환점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서 찾아왔다. 장애인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36세가 돼서야 연락한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인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희망을 안겨줬다. 김 씨는 “눈이 안 보인다고 귀까지 막고 지내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영어교사라는 새로운 목표로 수능시험을 준비해 2012년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학교 측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매 학기, 매 과목마다 도우미를 붙여주며 공부를 도왔다. 4.3점 만점에 평점 3.97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며 임용고시에 합격한 김 씨는 다음달 서울 구로구 경인중학교에서 영어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김 씨는 “좋은 사람들이 늘 도와줬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한 때의 방황이 후회스럽다”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만나면 그런 얘기를 차분하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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