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농단 유무죄 판단 매듭… 불행한 역사 접고 다음 章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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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무원의 뇌물죄는 다른 죄와 분리해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고등법원이 위반했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삼성이 최 씨 측에 제공한 승마용 말 3마리도 형식적 소유권에 관계없이 실질적 처분 권한이 넘어간 것으로 봐 뇌물 액수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가장 액수가 큰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재단이 아닌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직접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뇌물로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게다가 이 부분은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1, 2심 모두 인정한 강요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였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뇌물죄와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아 형이 줄어들지만, 수뢰액은 늘어나고 뇌물죄가 분리돼 선고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형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총 32년형을 선고받고 29개월째 복역 중이다.

대법원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 원에 대해서는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뇌물로 인정했다. 영재센터 후원금은 제3자 뇌물에 해당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뇌물로 취급된 최 씨 측 승마 지원과 달리 부정한 청탁이 전제돼야 한다. 대법원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는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묵시적 청탁이 가능하다고 봐 1, 2심보다도 넓게 부정한 청탁의 성립을 인정했다. 하지만 삼성이 청탁의 대가로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는 특정하지 못해 청탁만 있는 뇌물이 되고 말았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취지대로 선고하면 증뢰액과 횡령액은 항소심의 36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말 3마리와 영재센터 후원금은 뇌물로 보더라도 기업 측이 권력을 움직인 적극적인 뇌물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압박에 따른 기업 측의 수동적인 뇌물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이 부회장 모두 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 쟁점에 대한 사법부 유무죄 판단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법원은 신속한 재판의 원칙에 따라 파기환송심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 불행한 역사를 매듭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사법 판단의 종료가 국정농단을 둘러싼 정치적 반목을 끝내고 국민 통합과 기업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정농단#최순실#박근혜#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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