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야, 수건 2장 부탁해”… 음성으로 호텔 룸서비스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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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기가지니’ 활용분야 확대

9월 KT 기가지니와 롯데슈퍼가 손잡고 선보인 AI 장보기 서비스. 기가지니 사용자가 TV 화면을 보면서 음성으로 제품을 주문한 후 결제하면 된다. 오후 6시 전에 주문한 상품은 당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KT 제공
9월 KT 기가지니와 롯데슈퍼가 손잡고 선보인 AI 장보기 서비스. 기가지니 사용자가 TV 화면을 보면서 음성으로 제품을 주문한 후 결제하면 된다. 오후 6시 전에 주문한 상품은 당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KT 제공
“지니야, 수건 2장만 부탁해.”

침대 협탁 위 모니터 화면에 곧바로 주문 확인 창이 뜬다. “확인”이라고 말한 지 몇 분이 흐른 뒤 수건을 든 호텔 직원이 방문을 두드린다. 태블릿 PC와 스피커가 결합된 소형 단말기는 투숙객의 개인비서나 다름없다. 음성으로 룸서비스 신청은 물론이고 TV를 끄고 켜거나 호텔 시설 안내 등 수십 가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4월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호텔에서 첫선을 보인 KT의 호텔 전용 ‘기가지니’ 서비스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적용해 만든 이 서비스의 객실별 이용량은 하루 평균 30건에 달한다. 일일이 프런트 데스크에 전화할 필요가 없어 투숙객들은 이전보다 손쉽게 호텔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 호텔 측 반응도 긍정적이다. 투숙객 전화 응대 같은 단순 업무가 줄어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다.

다른 호텔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 중구의 레스케이프호텔과 그랜드 앰배서더 풀만 레지던스가 추가로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국 손님들이 많이 방문하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의 호텔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 AI와 TV를 접목한 승부수
7월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 선보인 KT 기가지니 호텔 서비스. 화면과 스피커가 결합된 기기를 통해 투숙객은 음성으로 룸서비스 주문, 객실 조명 및 냉난방 제어 등을 할 수 있다. KT 제공
7월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 선보인 KT 기가지니 호텔 서비스. 화면과 스피커가 결합된 기기를 통해 투숙객은 음성으로 룸서비스 주문, 객실 조명 및 냉난방 제어 등을 할 수 있다. KT 제공
호텔 전용 기가지니 서비스는 2017년 1월 출시한 KT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응용해 설계했다. 기가지니는 AI 스피커와 인터넷TV(IPTV)의 셋톱박스를 결합한 제품이다. 음성 인식만 가능한 기존 AI 스피커와 달리 TV 화면으로 시각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영상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다.

KT는 사실 AI 스피커 분야의 후발주자였다. AI 스피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에코와 알렉사를 출시하면서부터다. 한국 통신사와 인터넷 플랫폼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AI 스피커 개발에 나서고 있었다. KT가 장고 끝에 찾아낸 제품 차별화 해법은 TV에 있었다. AI 스피커에 KT가 가진 강점인 IPTV를 결합한다면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자신이 있었다.

AI 스피커가 단순히 음성 명령어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화면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상호 작용하면 사용자 경험(UX)이 크게 향상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기가지니 사업을 이끄는 김채희 KT AI사업단장은 “TV 화면이 점점 대형화하고 영상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점, 그리고 KT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IPTV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2016년 5월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AI 스피커와 IPTV 셋톱박스를 결합한 상품의 개발이 시작됐다. 개발 기간만 2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8개월 만인 2017년 초 서비스 론칭에 성공했다. 개인비서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의미에서 요술램프 지니를 빗댄 ‘기가지니’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IPTV 셋톱박스와 AI 스피커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기가지니 서비스를 받아들였다. 심플한 디자인 덕분에 인테리어용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가입자 수는 빠르게 늘어 9월 가입자 120만 명을 돌파했고 내년 초에는 15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 1위다.

○ 생태계 확대하는 ‘잘 알아듣는’ AI

기가지니의 또 다른 강점은 탁월한 음성언어처리 기술이다. 음성언어처리 기술은 인간의 음성을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문자 데이터로 바꾸는 ‘음성 인식 기술’과 문자 데이터의 의미를 분석해 컴퓨터가 맥락을 이해하도록 하는 ‘자연어 인식 기술’로 구성된다.

KT는 두 가지 분야 모두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간 통신사업자로서 축적한 노하우 덕분이다.

KT는 25년 전부터 고객이 콜센터에 걸어오는 전화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2002년에는 고객이 ARS에 상호명을 말하면 바로 전화 연결을 해주는 서비스도 시범 운영한 적이 있다.

김 단장은 “한국어는 동일한 상황을 설명할 때나 같은 명령을 내릴 때도 언어 사용이 다양해 AI가 음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게 매우 어렵다. KT는 오랜 기간 데이터를 확보해 왔기 때문에 고객에게 최적화된 음성 UX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가지니는 엔터테인먼트, 유통,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부문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관련 업체들과의 기업 간 거래(B2B)를 통해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선보인 롯데슈퍼 장보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TV를 켜고 기가지니의 롯데슈퍼 서비스에 접속해 음성으로 상품을 검색한다. 화면에 원하는 상품이 나오면 말로 주문하고 결제한다. 롯데슈퍼는 고객이 장을 본 상품들을 당일 집으로 배송해준다.

‘기가지니 아파트’도 주목받는 서비스다. KT는 지난해 7월 롯데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과 손잡고 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벽에 설치한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 안을 모니터링하고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서비스다. 음성 제어는 물론이고 TV 영상을 통해 단지 정보나 집 안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올해 7월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함께 집 안에서 음성으로 차 시동을 켜고 끄는 등 제어를 할 수 있는 홈투카(home-to-car)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금융 정보나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어린이 및 성인용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해 기가지니가 제휴한 업체만 130여 개에 달한다. AI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출시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스스로 증명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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