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작비는 달라도 티켓값은 다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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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티켓 가격, 어떻게 책정될까

7, 8월 여름 시즌 공연장을 달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스위니토드’ ‘위키드’ ‘브로드웨이 42번가’(위 사진 왼쪽부터). 대극장용 뮤지컬인 이 작품들의 티켓 가격은 6만∼14만 원으로 똑같다. 각 제작사 제공
7, 8월 여름 시즌 공연장을 달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스위니토드’ ‘위키드’ ‘브로드웨이 42번가’(위 사진 왼쪽부터). 대극장용 뮤지컬인 이 작품들의 티켓 가격은 6만∼14만 원으로 똑같다. 각 제작사 제공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스위니토드’ ‘위키드’ ‘브로드웨이 42번가’ ‘모차르트’ ‘페스트’….

7, 8월 여름 시즌에 쏟아지는 주요 뮤지컬 공연의 가격대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6만(A석)∼14만 원(VIP석)으로 형성돼 있다. 지금은 막을 내린 ‘마타하리’의 제작비는 125억 원이었지만 30억 원인 ‘브로드웨이 42번가’와 티켓 가격이 비슷하다.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뮤지컬 티켓 가격의 책정 기준은 뭘까.

○ 티켓가격 결정 1순위는 ‘눈치 보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제작사들은 이른바 ‘시장 통상가격’에 따라 티켓 가격을 정한다. 작품별 제작비가 각기 달라도 경쟁작들이 내건 티켓 가격대와 같게 책정하는 것. 현재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등급별로 6만∼14만 원, 중극장 5만5000∼8만 원, 소극장 뮤지컬은 1만∼3만 원대의 티켓가를 형성하고 있다. EMK 엄홍현 대표는 “5년 전보다 공연 제작비는 30% 이상 올랐지만 어떤 제작사도 선뜻 티켓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서로 눈치를 보며 시장에 형성된 가격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티켓 가격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시장 통상가격이라고 해도 기본 항목들은 존재한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대개 △제작비(순수제작비+배우개런티+홍보마케팅비+대관료+인건비 포함) △디덕트(deduct·공제) 비용(로열티+티켓 수수료+기본 할인료+부가가치세) △제작사 수입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신시컴퍼니, EMK, 오디컴퍼니, CJ E&M, 설앤컴퍼니, 쇼노트 등 주요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티켓가의 60∼70%는 제작비, 20∼30%는 디덕트 비용, 10% 내외는 제작사 수입(투자자별로 분배)이다.

○ 수익의 비밀… 너도나도 VIP석·R석

티켓의 통상가격은 정해져 있고 작품별 제작비가 다르다 보니 제작사들은 손익분기점(BEP)을 설정한 뒤 좌석으로 수익을 맞추고 있다. VIP석, R석, S석, A석의 비율을 달리하는 것. BEP가 높은 공연일수록 VIP석과 R석 비율이 높아진다. 10년 전과 비교해 뮤지컬 티켓 가격이 2만∼3만 원밖에 오르지 않은 이유도 VIP석·R석 비율에 그 답이 있다. 과거에는 최고가 좌석인 VIP석이 전체 객석의 10∼20% 선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30∼50%에 이른다(표 참조).



○ 브로드웨이의 가격탄력제… 장당 98만 원 티켓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브로드웨이는 어떨까. 이곳의 티켓 가격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관객이 많으면 티켓 값을 올리고, 적으면 할인하는 ‘가격탄력제’가 시장을 지배한다.

지난달 토니상 시상식에서 11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해밀턴’은 7월 이후 10개월가량의 공연이 모두 매진됐고 암표도 성행하고 있다. 제작사는 암표 거래의 마진을 줄이겠다며 공식 티켓의 최고 가격을 849달러(약 98만 원)까지 올렸지만 인터넷엔 7900달러(약 900만 원)짜리 암표가 등장했고 위조표도 떠돈다. 반면 브로드웨이에선 로터리 티켓(공연 시작 2시간 전에 추첨을 통해 좋은 좌석을 할인), 티켓부스 반값 할인, 입석(SRO) 티켓 등을 통해 50∼75%의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는 “국내의 경우 제작사들의 눈치 보기로 다소 높게 가격이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며 “제작사들이 스타 캐스팅으로 제작비를 높이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말고, 티켓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뮤지컬#티켓값#노트르담 드 파리#스위니토드#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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