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부산/경남]섬유복합소재 개발… 무게 1.3kg ‘꿈의 자전거’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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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파워기업]<9>티포엘

슈퍼섬유 디자인 회의 경북 경산시 티포엘 기술연구소에서 천진성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연구원들이 슈퍼섬유 자전거 몸체 디자인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슈퍼섬유 디자인 회의 경북 경산시 티포엘 기술연구소에서 천진성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연구원들이 슈퍼섬유 자전거 몸체 디자인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회사가 발전하니 나 자신도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섬유복합소재 전문기업인 ㈜티포엘에 근무하는 김하나 씨(23·여)는 1일 “일하고 배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근로자의 날이지만 직원 대부분이 출근했다. 대기업 연구소의 시제품 주문이 밀려 있는 데다 신기술 개발도 늦출 수 없어서다. 김 씨는 “‘서로 아끼고 배려하자’는 사훈처럼 동료들이 한마음”이라며 “거의 매일 야근인데도 힘들지 않은 것은 국내 최고 기술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기본에 충실한 기술이다. 2001년 영남대 섬유공학과 대학원생 2명과 교수들이 “세계적 기술을 만들자”며 만든 벤처회사다. 회사 이름도 ‘섬유를 위한 인생’이라는 영문 약자를 따서 만들었다.

슈퍼섬유 첨단기기 점검 티포엘 연구원들이 슈퍼섬유를 꼬아서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3차원(3D) 브레이딩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슈퍼섬유 첨단기기 점검 티포엘 연구원들이 슈퍼섬유를 꼬아서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3차원(3D) 브레이딩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처음에는 섬유 자동화 기계를 생산해 기업에 납품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7년에 고강도 고기능 슈퍼섬유를 활용한 복합소재 개발을 시작했고 2010년 연구소를 설립했다. 직원 20여 명이 기계와 섬유 분야에 연구 열정을 쏟은 결과 특허 30여 개를 획득했다. 슈퍼섬유 소재로 발사체 부품과 압축천연가스(CNG) 용기를 생산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중소기업으로부터 제품 주문과 과제 해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은 2012년 20여억 원에서 올해 40여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에는 신기술 장비가 많다. 지름 5m가량인 브레이딩(섬유를 꼬는 기계)은 자랑거리다. 둥근 기계가 돌아가면서 탄소섬유 등 여러 종류의 굵은 실을 엮어 필요한 모양을 일체형으로 만든다. 국내 최고 기술로 다양한 복합소재 개발이 가능하다. 최근 생산 속도와 품질을 향상시킨 3차원(3D) 응용 기계도 개발했다.

이 기계 덕분에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의 산업원천기술 개발 사업에 선정돼 5년 만에 탄소섬유(카본) 소재를 이용한 자전거 개발에 성공했다. 알루미늄이나 철로 만든 자전거보다 무게가 절반 이하로 가볍고 7배 정도 단단해 ‘꿈의 자전거’로 불린다. 프레임(바퀴를 제외한 몸체) 무게가 1.3kg에 불과하다. 여러 마디(부품)를 붙여 만들지 않고 일체형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자전거 부품은 2000여 개다. 이 중 바퀴를 포함해 전체 부품을 떠받치는 프레임은 자전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프레임 제작 회사 이름을 자전거 브랜드로 사용하는 이유다. 티포엘은 프레임을 비롯해 핸들 휠 안장 지지대 등 대부분의 자전거 부품을 슈퍼섬유로 생산하는 능력을 갖췄다. 독일 영국 등 유럽이 사용하는 안전기준(EN)도 통과했다.

제품은 연말 출시할 예정이다. 2년 전 가능했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미뤘다. 외국산은 최소 300만 원 이상인데 100만 원대 보급형으로 만들 계획이다. 부품 대량생산 체제도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 ‘엠투스(MTOOS)’를 부품 재생(리페어) 시장에 선보여 홍보했다. 외국산 탄소섬유 자전거의 경우 찌그러짐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 과실로 판단해 수리가 쉽지 않다.

우남경 전무이사(46)는 “일체형 몸체 생산 기술을 활용해 문제 부위를 손쉽고 값싸게 재생할 수 있었다. 전국 자전거 대리점 180여 곳이 자전거 판매 동참을 약속할 만큼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티포엘#섬유#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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