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쟁론]상속법 개정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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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또는 부인이 사망했을 때 현행 상속법에 따르면 배우자와 자녀들은 1.5:1:1의 비율로 재산을 상속받습니다. 이 중 배우자 상속분을 지금보다 늘리는 개정안이 다음 달 입법 예고될 예정입니다. 고령화 추세와 함께 자녀들이 부모 부양을 꺼리는 문화가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배우자에게 경제적 혜택이 가도록 한다는 게 법 개정 취지입니다.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며 상대적으로 여성의 평균수명이 긴 현실에서 여성들에게 유리하다며 여성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배우자 상속분 규정을 망자(亡者)의 유언보다 더 구속력을 갖게 한다든지, 배우자 상속분을 지나치게 인정해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주가 죽었을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황혼 이혼과 재혼이 늘고 있는 요즘, 상속분이 적어질 것을 걱정하는 자식들의 반대로 부모들의 선택이 제한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문가 두 분의 기고를 통해 찬반토론을 벌여 봅니다. 》
▼ 홀로 남은 배우자에게 노후보장할 재산 더 줘야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속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그 내용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개정안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이 자리에서 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함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푸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오늘날 상속제도가 인정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상속재산으로 유족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속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가족에게 그에 상응하는 분배를 한다는 것이다.

1960년 민법 시행 당시 우리 사회 평균수명은 52세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이미 80세를 넘어섰다. 과거와 달리 부모가 사망하여 유산을 물려받게 될 때 자녀가 이미 30대 이상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자녀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독립했기에 상속재산으로 생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반면 노후에 홀로 남은 배우자에게는 상속재산이 노후 생활의 유지를 위한 유일한 재산인 경우가 많다.

또한 오늘날 부모가 남긴 유산을 형성하는 데 자녀가 기여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유산은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이룬 것이다. 기여한 정도에 따라 분배하더라도 배우자에게 많은 몫이 가는 것이 공평하다. 현행 상속법에 따르면 자녀가 많을수록 배우자의 몫이 줄어든다. 자녀가 한 명이면 5분의 3이지만 둘이면 7분의 3, 셋이면 9분의 3이 된다. 이를 가리켜 ‘다산에 대한 징벌’이라고 하기도 한다.

한편 혼인기간이 오래된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할 때를 보자. 이 경우 아내가 전업주부라 해도 절반가량의 재산을 나눠 갖는 것이 오늘날 판례의 경향이다. 부부가 혼인기간에 형성한 재산은 실질적으로 부부의 공동재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산분할로 받는 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한다. 그 재산은 원래 배우자의 몫이었으며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증여’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에 받는 상속분이 이혼할 때 받는 재산분할의 액수보다 적은 경우가 허다하다. 혼인 중에 부부가 협력하여 형성한 재산이 실질적인 부부의 공동재산이라면 이혼할 때뿐 아니라 사별한 경우에도 배우자의 실질적인 몫을 배우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는 혼인기간에 증가한 재산의 절반을 다른 상속인에 우선해 받을 수 있다(이를 배우자의 선취분이라고 한다). 이는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이 실질적인 부부의 공동재산이라는 민법과 판례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50%라는 선취분의 비율이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재산형성 과정이나 배우자의 생활 보장, 혼인기간 등의 사정에 따라 줄어들 수 있고, 아예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유언으로 선취분을 침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에 대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선취분은 원래 배우자의 몫을 배우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선취분으로 인정되는 재산은 원래 배우자의 것인 셈이다. 따라서 배우자의 선취분까지 타인에게 준다는 유언은 거꾸로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1990년대에 92세의 남편이 혼인기간 동안 모은 재산의 대부분을 대학에 기부하자 78세의 아내가 이혼 청구와 동시에 재산분할 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대학에 기부한 재산의 3분의 1을 아내에게 분할하라고 판결하였다. 법원은 남편의 재산권을 침해하려는 아내의 손을 들어준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남편이 재산을 마음대로 기부하여 아내의 재산권을 침해하려 하자 아내의 재산권을 지켜준 것이다. 유언으로 재산을 기부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재산 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무시한 유언은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노후에 재혼한 배우자의 몫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혼인기간 동안 증가한 재산에 대해서만 선취분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반적으로 60대 이상의 노후에 재산이 증식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혼인기간에 증가한 재산이 없다면 배우자는 지금처럼 법정 상속분을 받는 데 그친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는 선취분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선취분 도입의 주된 목적은 배우자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데 있다. 예컨대 상속재산이 450억 원이고 자녀가 셋이 있는 경우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배우자의 상속분은 150억 원에 이르므로 선취분은 별도로 인정될 필요가 없다. 이미 상속분만으로도 노후생활 보장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선취분의 감액 사유에 해당되어 법정 상속분 이외에 별도로 선취분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본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필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법무부 상속법개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現제도 활용으로 충분… 법개정, 부작용만 초래▼

김서현 변호사
김서현 변호사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의 50%를 먼저 떼 주고(선취분) 나머지 50%를 현재의 법정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대로 나눈다는 것이다. 배우자(특히 여성)의 생계를 배려한 측면이 크다. 이혼할 경우에도 배우자 재산의 50%를 받는 상황에서 배우자가 사별했을 때의 상속분이 이혼의 경우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최대 문제는 신설된 법정 선취분이 사망자의 유언보다 더 앞선 효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망자(亡者)가 생전에 소유했던 재산을 나누는 것인데도 당사자의 뜻보다 법이 우선하는 것이다.

현행 상속법에서도 ‘유류분제도’라는 게 있다. 이는 망자가 죽으면서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해도 배우자와 자녀들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나눠 받게 된다. 유언의 자유와 상속인들의 상속권을 조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망자가 유언으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를 지나치게 줄였다. 배우자 선취분을 50% 떼고 나머지를 자녀들과 1.5 대 1의 비율로 상속토록 하면 망자 재산의 50%+나머지 50%의 1.5를 배우자가 상속하게 된다.

또 부부가 혼인 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 중 상속 시 현존하는 재산을 선취분 대상으로 정한 것도 문제다. 아마도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남편 명의로만 해 놓은 채 사망한 경우를 상정하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전업주부인 배우자가 기여한 부분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라면 이런 보호가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부 공동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거나 부부 각자의 명의로 따로 재산을 가질 때도 많다. 그렇다면 한쪽 배우자 명의의 재산을 뺀 상태에서 나머지 부분을 선취분으로 또 뗀다면 불평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법원에서 선취분 비율을 줄일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다.

개정안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와 달라진 부양 문화를 근거로 든다. 1990년 상속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장자에게 더 많은 상속을 했고, 아들 딸 차등도 두었다. 이를테면 배우자와 장남, 장남 아닌 아들, 출가하지 않은 딸, 출가한 딸의 비율이 각각 1.5 대 1.5 대 1 대 0.5대 0.25였다. 장남은 상속을 더 받는 대신 생존 부모의 부양 책임을 지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1990년에 배우자는 1.5, 직계 자녀는 장·차남 아들딸 상관없이 모두 1로 같아졌다. 이와 더불어 장남이 반드시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인식도 많이 없어졌다.

개정안은 남편이 먼저 죽을 것을 상정해 홀로 남겨진 아내의 노후를 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혼과 재혼이 빈번해진 최근의 변화를 담고 있지 못하다. 만약 개정안대로 상속법이 개정된다면 자녀들은 노골적으로 부모의 재혼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 과연 어떤 자녀가 자신에게 돌아온 유산 변동을 초래할 부모의 황혼 재혼에 찬성하겠는가.

여기에 기업주가 죽었을 경우에는 사정이 더 복잡해진다. 자칫 경영권을 둘러싼 암투가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개정 상속법대로 하면 기업주의 자식이 아닌 부인이나 남편이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가업 승계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배우자가 많은 상속을 받을 경우 기업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속법 개정안은 지나치게 경직된 것이 문제다. 만약 개정안의 취지가 남편이 먼저 죽고 홀로 남겨진 아내의 노후를 걱정해서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범위를 넓혀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현행법에 있는 ‘기여분’ 규정을 적극 활용하는 게 올바른 해법이라 생각된다.

기여분 규정에 따르면 △간호나 동거 등의 방법으로 망자를 평소 잘 부양했거나 △망자의 재산 형성에 (노동력 제공 등으로) 특별히 기여했다면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이 기여분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선취분이 남은 배우자에게 기계적으로 ‘50%+α’를 규정했다면 기여분제도는 가족 간의 합의 여지를 충분히 남겨놓고 있다.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을 통해 가릴 수도 있다.

기여분제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동안 법원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활용하지 않았다는 면이다. 즉, 배우자가 내조를 해도 이를 기여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적극적인 법해석을 통해 활성화한다면 굳이 법 개정까지 할 필요가 없다.

한편 망자가 사망하기 전에 유언을 남겨 상속재산을 정리하는 문화 정착도 필요하다.

상속법을 개정하려면 지금까지 논의된 많은 취약점을 고려해 개정안을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

김서현 변호사

※ 필자는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파트너)이며 서울중앙지방법원 상근조정위원 및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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