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진 조루치료제, 한박스 챙겨놨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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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 드러그’ 관심 늘며 소비자들 인식부족으로 오남용 우려

‘써보니 효과가 있어 저는 일부러 처방을 많이 받았어요. 접대용으로도 한 박스 챙겨놨어요.’

한 인터넷 게시판에 새로 나온 ‘먹는 조루(早漏) 치료제’의 효능을 묻는 글이 올라오자 달린 댓글 내용이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조루 치료제 사용 후기를 올려 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불법이지만 판매 관련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조루나 발기부전, 탈모 등을 치료하는 이른바 ‘해피 드러그’(Happy Drug·‘삶의 질’을 높여주는 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조루 치료제의 경우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국산 신약이 먹기 편한 알약 형태로 시판돼 주목을 받고 있다. 동아ST와 종근당, JW중외제약, 제일약품 등은 최근 이름만 다를 뿐 성분이 같은 먹는 조루 치료제를 잇달아 시판했다. 이러다 보니 가격 경쟁이 심화돼 한 알당 가격이 3000∼4000원대에 형성됐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가 팔던 기존 조루 치료제 ‘프릴리지’ 가격(9000∼1만 원대)의 30% 수준이다.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도 탈모 인구가 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해피 드러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07년 16만6000여 명에서 2011년 19만4000여 명으로 약 17%나 늘었다.

문제는 이처럼 해피 드러그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확한 복용법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낮아 약품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아직도 ‘접대 골프’가 끝난 후 선물이라며 발기부전 치료제를 돌리는 사례가 있으며, 이런 행태가 조루 치료제에서도 재현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조루·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발기부전 치료제는 심혈관 질환자에게 위험하고 두통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탑연합비뇨기과 서준형 원장은 “조루가 아닌 사람은 조루 치료제로 사정 지연 효과는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약에 포함된 항우울제 성분 때문에 의욕이 떨어지는 등 정신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도 잘못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 약은 전립샘비대증 치료제와 같은 성분에 함량만 줄인 제품이다. 따라서 약값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를 쪼개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확히 쪼개기가 어렵고, 적정 함량 이상을 먹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여성이나 영유아는 프로페시아를 만지기만 해도 호르몬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늘어나는 해피 드러그의 오남용을 사전에 차단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최근엔 인터넷에서 불법 판매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일이 단속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이라도 병원에 가서 ‘약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대다수 의사는 다시 처방해 준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약의 정확한 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명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조루 치료제#탈모 치료제#해피 드러그#오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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