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위대 버스’ 부산 휘젓더니 이번엔 서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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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대가 폭우로 수해(水害)를 입었음에도 민주당 민주노동당 및 노동계 일부 세력은 지난 주말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부근에서 이른바 ‘희망버스’ 3차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1, 2차 시위에서 교통체증, 소음, 쓰레기공해에 시달린 부산 시민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 규모는 5000여 명(경찰 추산) 정도로 2차 시위 때보다 줄었고 주민들의 분노를 의식해 대규모 거리 행진을 포기했다.

1, 2차 시위 때 이슈였던 한진중공업 문제는 3차 시위에선 반(反)정부 구호에 묻혀 버렸다. 3차 시위 현장에선 “의료민영화 안 된다” “대학 등록금 내려라” “야권 단일화하라” 등의 구호가 난무했다. 왜 한진중공업 앞까지 와서 이런 구호를 외치는지 부산 시민은 더 화가 났다. 한 야당 인사는 “이 싸움의 종착지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철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버스’는 ‘반(反)정권 시위버스’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6월 27일 노조의 파업 철회와 희망퇴직을 통한 정리해고에 합의했다. 그런데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200여 일째 벌이는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회사 시설물의 불법 점거다. 김 씨를 지원한다는 ‘희망버스’는 정치판을 벌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시위대는 4차 시위 장소를 서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 시민이 난장판 시위를 거부하자 서울 도심에서 광우병 촛불시위의 속편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나라가 수해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데 반정부 굿판이나 벌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녕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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