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난 굴욕참는 한신”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코멘트
“특조법 연장 위해 비아냥 들으며 야당에 굽실”

총리 취임후 ‘저자세 노선’ 中고사 인용해 옹호

“나는 정말 가랑이 사이를 기는 한신(韓信)이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사진) 일본 총리가 19일 공동 여당인 자민당 및 공명당 간부들과의 회식에서 야당에 대한 자신의 ‘저자세 노선’을 한신의 고사에 비유했다.

한신은 진나라 말기 유방이 항우를 누르고 중국을 통일하도록 도운 명장. 초야에 묻혀 있던 젊은 시절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라”는 불량배의 요구를 묵묵히 따랐다는 그의 이야기는 큰 뜻을 펴기 위해서는 작은 굴욕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된다.

후쿠다 총리는 이날 회식에 앞서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열린 중국고서적전시회를 관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1000년 전 중국 서적을 보니 한신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돌연한 사임으로 정권을 잡은 후쿠다 총리는 취임 이후 제1 야당인 민주당에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자위대가 인도양에서 미군에게 급유 활동을 하는 근거인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연장을 위해 야당의 양보를 얻어 내려는 전술.

후쿠다 총리는 17일 이 법을 둘러싼 야당 의원과의 토론에서 비아냥거림과 역(逆)질문 등의 공세를 편 뒤에도 “나는 어디까지나 저자세”라고 강변했다.

또 18일에는 공무원 개혁에 대해 야당 의원의 지적을 받고 맹반격을 펼친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행정개혁상에게 “민주당의 의견에도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내각의 방침”이라며 주의를 줬다.

후쿠다 내각의 저자세 노선은 미국과의 관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주일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일본인 종업원의 급여와 수당을 깎아 연간 예산 100억 엔을 절약하기로 했다.

신문은 재정난에 몰리고 있는 일본 정부가 미국 측의 부담이 늘어나는 광열비와 수도료 삭감 대신 미국 측의 반발이 적은 일본인 종업원 노무비 삭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도양에서 해상자위대의 급유가 중단될 가능성이 생기는 등 미일 관계가 불안정해진 점을 의식한 조치라는 것.

한편 일본 정부는 후쿠다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미일 정상회담을 다음 달 16일 개최하는 방향으로 미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