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자인 민주주의자”…카림 라시드 방한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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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라시드 씨. 사진 제공 63시티
카림 라시드 씨. 사진 제공 63시티
카림 라시드(46) 씨가 10년 전 이세이 미야케의 새 향수 케이스를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것은 흔한 직육면체 종이상자가 아니라 얇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손가방 모양이었다. 디자인만 예쁜 게 아니라 실용적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이 케이스를 가방으로 썼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라시드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벌써 세 번째 방한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가구 디자인을 맡은 63빌딩 전망대 스낵바의 완공을 보기 위해서다.

그는 “올 때마다 거리 곳곳을 활보하는 역동적인 사람들에게서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카드를 디자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의 이름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일찌감치 알려진 터다. 백화점의 인테리어숍에서 유명한 쓰레기통인 1만5000원짜리 ‘가르비노’를 포함해 ‘Design by Karim Rashid(디자인 바이 카림 라시드)’가 새겨진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제품을 쓰길 바랍니다. 이번에 63빌딩 가구 디자인을 할 때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캐나다에서 촉망받는 신예 디자이너였지만 ‘세계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꿈에 1993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라시드 씨. 애지중지했던 LP판마저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면서 고생하던 그는 쓰레기통 ‘가르보’와 가르비노, 금속 꽃병 ‘놈베이 시리즈’, 이세이 미야케의 향수 케이스가 잇달아 히트하면서 유명해졌다.

“많은 디자이너가 대중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기발한 제품을 선보여서 이름을 알렸어요. 그렇지만 전 사람들이 자주 쓰는 물건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서 출발했지요. 그 초심을 언제나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라시드 씨는 소니의 각종 전자제품에서부터 아우디 승용차, 프라다와 메이블린 등의 화장품 용기, 야후 홈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유명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디자인을 많이 맡아 왔다. 그러면서도 대중이 합리적인 가격에 실용적인 디자인 제품을 써야 한다는 ‘디자인 민주주의’를 신봉한다. 라시드 씨가 만든 단어 ‘디자이노크라시(designocracy)’는 이제 유명한 신조어가 됐다.

라시드 씨는 1년 중 180일간 해외에 출장을 다니고 인터넷 쇼핑을 너무 좋아해서 별장까지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디지털 노마드’이기도 하다.

그는 이집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집트와 프랑스, 영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덕분에 ‘노마드’의 삶이 일찍이 몸에 뱄다.

“디지털 기술이 세계의 국경과 인종을 허물어 하나로 뭉치게 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그는 ‘세계 어느 누구든 좋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다.

“내가 디자인한 물건을 사람들이 즐겁게 사용하는 것을 볼 때 최고로 행복합니다. 예쁜 컵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면 더욱 맛있게 느껴지잖아요.”

그는 또다시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많은 사람이 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는 꿈을 얘기하고 있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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