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최병식]미술 경매시장 ‘열기’ 이어가려면

  • 입력 2006년 3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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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은 지난해 5조 원을 넘어서 2004년에 비해 10% 이상 성장했다.

10억 원이 넘는 작품이 무려 500여 점에 이를 정도다. 중국의 경매시장만 해도 연간 1조 원이 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 호황을 누린 것으로 평가되는 1990년의 거래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하지만 우리 미술시장은 오랫동안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요즘에야 다소간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열린 서울옥션의 100회 경매에서는 국내 작품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조선시대 17세기 전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철화백자운룡문호’가 7억 원에 시작돼 무려 16억2000만 원으로 두 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됨으로써 탄성을 자아냈다. 이 가격은 2004년 10억9000만 원에 낙찰된 ‘고려청자 상감매죽조문매병’의 가격을 넘어선 것이다.

이 경매에서는 근대 작가 중 최고가 행진을 계속해 온 박수근 작품 역시 9억1000만 원에 낙찰되어 또 다른 기록을 세운 한편 100명이 넘는 입찰자에다, 작품 가운데 78%가 낙찰되는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열기는 얼마 전 문을 연 K옥션에서도 읽을 수 있는 풍경으로 미술시장의 지도가 바뀌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드러나는 사례들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미술품 경매가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역사도 짧고 아직 경매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보편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미술품의 공개 거래에 익숙하지 못한 사회 인식이나 매회 수십 명으로 제한된 응찰자 수도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그러다 보니 우리 미술품 중 세계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백자나 청자 등의 도자기류는 국내보다 외국 경매에서 오히려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1996년 10월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조선백자철화용문 항아리’가 당시 765만 달러(약 63억4950만 원)로 낙찰된 것이 지금까지 우리 미술품의 최고가인 것에 비하면 이번 경매에서 낙찰된 16억2000만원은 오히려 아쉬움을 남기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1000억 원을 넘어서는 피카소의 회화작품 낙찰 기록이나, 작년에 런던 크리스티에서 약 288억 원의 낙찰가를 보인 중국 도자기와 비교한다면 아직도 우리의 경매시장은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초기이다 보니 미술품 경매의 기능에 대하여 많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술관의 경영 구조, 몇 명의 인기작가로 한정된 작가 구성, 종합상사나 백화점과 같은 나열식 경매방식, 결과 분석이나 예측 정보들의 입체적 서비스 부재 등을 감안해 볼 때 아직 우리 경매시장은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술품 경매는 미술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리무중이던 미술품 가격의 베일을 벗기는 역할에다, 미술품 애호와 투자를 겸하는 소장층의 저변을 넓히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 여기에 최근에는 아트펀드를 설립한다는 말까지 거론되면서 새로운 자금의 유입까지도 기대되고 있다.

이 시대의 경매시장은 두 개의 잣대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예술성’이라는 기본 가치와 함께 최정상의 ‘작품 값’으로 승부하는 경영 전략이다. 이번 최고가 백자 가격에서 보다시피 국내 경매시장이 아직은 꿈틀거리는 단계지만 팽창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는 갤러리, 아트페어 등도 탄탄한 기획력으로 승부하며 공격 경영을 실천해 고미술, 근대작품만이 아니라 현역작가들의 작품도 세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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