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33>良將不怯死以苟免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良(량)은 그 본뜻에 대해 가득함이라는 설과 요리를 잘하는 것이라는 설이 있다. 선량하다, 현명하다, 훌륭하다, 吉(길)하다의 뜻이 있다. 그런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良弓難張(양궁난장)은 좋은 활은 시위를 당기기 어렵다는 말로, 훌륭한 인재를 부리는 것의 어려움을 비유한다. 將(장)은 將帥(장수)를 가리킨다.

怯(겁)은 두려워하다 또는 약하거나 겁이 많다는 뜻이다. 본래 글자는 심(심) 대신에 개를 가리키는 견(견)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卑怯(비겁)은 비열하고 겁이 많다는 뜻이다. 以(이)는 흔히 까닭이나 방법 등을 표시하는데, 때로는 而(이)처럼 단순히 앞뒤의 말을 이어준다.

苟(구)는 苟且(구차)하다, 즉 눈앞의 일만 생각하여 그럭저럭 되는 대로 행하는 것을 뜻한다. 구절 앞에 놓여 가정을 표시하며 ‘만약’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원래는 풀의 일종이다. 苟免(구면)은 구차하게 피하다의 뜻이다.

免(면)의 아랫부분인 인(인)은 사람이고 윗부분은 머리에 모자를 쓴 모습이 변한 것이다. 이를 빌려 모자나 옷 따위를 벗다 또는 피하거나 달아나다의 뜻으로 사용하고, 면류관이라는 본뜻은 冕(면)을 새로 만들어 사용한다. 減免(감면)처럼 免除(면제)하다, 免職(면직)이나 罷免(파면)처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다, 赦免(사면)이나 免罪(면죄)처럼 용서하다의 뜻도 있다.

장수로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구차할 일이 없다. 수염이 멋져 美髥公(미염공)으로 불린 關羽(관우)가 曹操(조조)의 장수 龐德(방덕)의 격렬한 공격에 맞서며 한 말이다. “열사는 절개를 훼손하여 살기를 구하지 않는다”고도 하였다. 구차함은 늘 변명을 데리고 겁을 따라다닌다. 이들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어느 영역에서도 훌륭한 장수가 될 수 없다. 역사서 ‘三國志(삼국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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