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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경호]총선 나선 정치인-시민운동가, ‘국민’이라는 용어 남발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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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경호]총선 나선 정치인-시민운동가, ‘국민’이라는 용어 남발 말라

동아일보입력 2012-03-27 03:00수정 2012-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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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 소설가
말이 난무하고, 주장이 범람하는 세상이다. 말하기는 누워서 떡먹기보다 쉽다. 함부로 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쏟아낸다. 정치인과 시민운동가가 대체로 그렇다. 이들은 국민이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직업적 속성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깝다. ‘입버릇처럼’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상황이다.

‘국민’의 사전 풀이는 ‘한 나라의 통치권 아래에 결합하여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다’. 광의적 정의라서 그런지 정치가와 시민운동가는 연설회나 집회, 토론회 등에서 국민이라는 말을 대중없이 사용한다. 아전인수식 주장을 하거나 논리가 궁색할수록 빈번히 입에 올린다. 정연하고 진실한 어조로 상대 내지 청중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국민을 팔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다.

얼마 전 TV의 시사토론을 시청했다. 토론 주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었다. 토론자 네 명이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의 견해와 주장을 펼쳤는데, 그 자리는 토론이 아니라 말싸움의 장이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는가 하면 상대방의 말 가로막기와 말 자르기가 난무했다. 사회자가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볼썽사나운 행태는 토론 내내 계속됐다.

토론자 중 한 명은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국민이라는 용어를 상투적으로 사용하면서 ‘국민이 공사를 반대한다’ ‘공사 반대는 국민의 뜻이다’ ‘공사 강행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토론자의 단호한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국민 모두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공사를 강행하면 국민 모두가 용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설전을 벌이는 찬성 토론자를 포함해 국책 사업으로 해군기지 공사를 수행하는 대통령 이하 모든 관료가 공사를 반대한다는 뜻인가. 물론 토론자의 의도는 강정마을이나 제주도민의 일부, 나아가 자신이 몸담은 정당이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한 탓에 혼란이 생긴다. 이 때문에 국민이라는 용어를 쓸 때는 관련 대상과 범위를 정확히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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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다. 시민단체 소속 반대 토론자는 환경 훼손을 반대의 근거로 내놓는 한편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미군 함정이 드나들고 중국과 군사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으므로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이 무서우니 비위를 거스르지 말자는 것, 울타리를 높이면 도둑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얘기가 아닌가.

요즘은 말만으로 한몫 챙기는 세상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이렇다 할 노력이나 수고를 하지 않고 말만 잘해서 대가나 이익을 얻으려는 풍조를 비판하는 의미일 것이다. 사이비 위정자나 얼치기 지도자들의 모습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국민이라는 용어를 남발하고 국민을 파는 선동가들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가려내야 한다. 현재의 안보와 후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강경호 소설가


#강경호#기고#시민#총선#제주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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