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의사소통행위이론 1, 2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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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행위이론 1, 2/위르겐 하버마스 지음·장춘익 옮김/592쪽 672쪽·각 권 3만5000원·나남출판

살아 있는 지성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위르겐 하버마스(77)의 대표작. 독일에서 1981년 출간된 책이 25년 만에 완역됐다.

하버마스는 서구 지성사에서 ‘합리성의 옹호자’로 높은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흔히 프랑크푸르트학파로 알려진 비판이론의 적자로서 현실 비판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합리적 이성의 존재 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의사소통행위이론’은 그의 교수자격 취득 논문인 ‘공론장의 구조변동’(1962년),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과 일대 논박을 펼친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1985년)과 함께 합리성 옹호의 3대 주저라고 할 수 있다.

장춘익 한림대 철학과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이 세계가 ‘생활세계(Lebenswelt)’와 ‘체계(System)’의 이중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생활세계는 언어와 행위의 주체로서 인간들이 합리적 토론을 통해 진리를 상호 검증할 수 있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가능한 세계다. 사회화, 문화적 재생산, 사회통합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생활세계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생활세계에서는 우리의 윤리적 판단과 실천이 요구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게 의사소통적 합리성이다.

반면 체계는 화폐와 권력이라는 비언어적 매체를 통해 행위 조정이 이뤄지는 영역이다.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의사소통만을 통해서는 행위를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계는 윤리를 배격하고 오로지 합목적적 합리성(도구적 합리성)만을 추구한다.

비판이론이 문제시한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은 체계의 논리가 생활세계에 침입해 생활세계를 식민지화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라고 하버마스는 주장한다.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하버마스에 대한 찬사와 비판의 근거가 동시에 담겨 있다. 그는 ‘사회학계의 아리스토텔레스’라고 할 만큼 종합의 대가다. 그는 ‘서구 근대화는 합리화’로 규정한 막스 베버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G H 미드의 ‘상징적 상호작용론’, 그리고 탤컷 파슨스의 ‘사회체계론’을 치밀하게 섭렵하며 약점을 보완하는 천의무봉의 바느질 솜씨를 뽐낸다. 그러나 그 바느질에는 ‘신의 한 수’라고 부를 만한 창조적 비약이 결여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원제 ‘Theorie des kommunicativen Handelns’(1981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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