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콩쿠르 특례폐지 추진 왜 문화예술분야만 겨누나”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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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던 남성 발레무용수 김용걸 씨. 그는 국립발레단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한 뒤 2000년 프랑스 오페라 발레단에 입단해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94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던 남성 발레무용수 김용걸 씨. 그는 국립발레단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한 뒤 2000년 프랑스 오페라 발레단에 입단해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군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대신 2012년까지 공익행정요원 등 대체근무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의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방안’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국내파 젊은 예술인들의 병역혜택을 축소하는 조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이사장 이영희), 한국음악협회(이사장 김용진), 한국무용협회(이사장 김복희)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 ‘예술분야 병역특례 개악저지를 위한 대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예술계 병역특례 축소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가 인정하는 국제콩쿠르 입상자만 혜택을 주고 국내 예술경연대회(13개) 1위 입상자에 대한 특례는 폐지하며 △병역혜택을 받는 국내 콩쿠르대회 축소 통합 등의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규 서울무용제 총감독은 “정부가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만 인정하고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13개 대회)의 병역특례혜택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문화사대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최근 국내 대회 우승자가 국제 콩쿠르에서도 1위로 입상하는 현실에서 모처럼 중흥을 맞고 있는 국내 예술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상균 가무악코리아 예술감독은 “정부 여당이 선심성으로 병역특혜를 남용한 결과 생긴 문제를 엉뚱하게 문화 예술분야 공익근무요원제도 축소 및 폐지로 화살을 돌리는 것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예술계는 지난해 4월 당시 열린우리당 임종인(무소속) 의원 등이 국내 유명 콩쿠르의 1위 입상자에게 주어졌던 병역혜택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데 이어 최근 대통령의 군 복무기간 단축 발언에 맞춰 예술계 병역특례를 축소하려는 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무용계에는 국내 무용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용걸, 이원국, 홍승엽 씨 등 총 110명(대학교수 및 강사 60명, 국공립무용단 50명)이 발레 공연과 교육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린 무용대회의 경우 지난 28년간 서울무용제에서 11명, 43년 역사를 지닌 전국신인무용콩쿠르에서 60명 등을 배출했고, 주요 4개 무용대회를 다 합쳐도 1년에 평균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고석림 월간 ‘춤과 사람들’ 발행인은 “우리나라 대학 입학자가 매년 45만 명 정도인데 4개 국내 무용대회에서 많아야 매년 11명, 음악분야에서 14명이 병역 특례혜택을 받는다”며 “이를 없애거나 줄이려는 시도는 예술에 대한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립발레단원 이원국 씨는 “20대 초반에 군대에 다녀온 동료들은 대부분 발레를 포기했으며, 계속하더라도 큰 무용수로 성장한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2년간의 공백은 육체적으로도 큰 손상을 입지만 정신적으로도 예술적 여유를 잃게 한다”고 말했다.

1973년 시작된 문화 체육 분야에 대한 병역특례제도는 정부의 선심성 정책 등으로 인해 관계 법령이 자주 개정돼 왔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대회에서는 한국팀이 4강에 오른 뒤 선수들에 대해 병역혜택을 부여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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