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박대통령 “만화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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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이해광 교수와 학생들이 수업 결과물을 책으로 엮은 뒤 토론하고 있다.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이해광 교수와 학생들이 수업 결과물을 책으로 엮은 뒤 토론하고 있다.

“만화 하면 굶어죽는다고?”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화입시 전문학원이 성업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허영만전-창작의 비밀’을 관람하며 이렇게 말했다. “만화야말로 원소스 멀티유스의 대표적 콘텐츠다. 정부가 만화산업을 잘 지원해 웹툰뿐 아니라 연관 산업이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지우개질 하나로도, 펜 선 하나로도 생명력이 달라지는 만화는 이제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산업이 됐다.

그 변화의 중심에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있다. 학과는 1996년 학과 개설 이후 융복합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만화애니메이션 전문 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슬로건은 ‘여기에서 당신의 미래를 찾아라!’ ‘만화여! 디지털의 날개를 펴라!’ 요즘은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영상, 캐릭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바탕엔 21세기 디지털콘텐츠는 뉴미디어와 결합해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강한 신념이 자리한다.

학과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만화콘텐츠 3개의 트랙으로 운영한다. 만화 트랙은 카툰과 웹툰, 스토리 만화의 기획, 스토리, 콘티, 편집 등 만화 제작의 전 과정을 배운다. 실기과목과 이론과목을 병행하며 조형실습과 이야기 구성능력 연습, 오늘날 대세로 자리매김한 웹툰창작 실습, 연출법과 멀티미디어를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이미지를 익힌다.

지난해 학과에 좋은 일이 생겼다. 웹툰 기획사 ‘레진 코믹스’가 해마다 만화 전공 4학년생 5명에게 500만 원의 장학금을 주고 이들의 작품을 연재하기로 한 것. 만화를 향한 학생들의 열정과 잠재력을 높이 산 결과다. 이해광 만화애니메이션학과장은 “국내 동일 분야 학과로는 가장 많은 만화작가를 키워내고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전공 영역을 구축한 덕분이다. 자신의 미래를 이곳에서 찾겠다는 학생들의 꿈과 끼, 체계화된 교과과정, 교수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트랙은 만화와 연계된 문화콘텐츠 산업의 한 분야.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1학년 2학기 때 조기프로그램 교육을 한다. 학기별 통합 프로젝트와 학생들이 기획·발표하는 상명애니메이션영상제(SMAF)가 중요 축이다. 장경선 씨(2학년)는 “SMAF는 대회라기보다는 하나하나가 새로운 축제의 장이다. 출품 작품을 만드는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들지만 내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만화콘텐츠(응용만화) 트랙은 만화를 응용해 게임 기획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에 적용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기른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교육과정은 한마디로 빡세다. 커리큘럼이 말해준다. 2학년 2학기부터는 거의 대부분 신설 교과목으로 채워져 있다. 만화스토리텔링Ⅰ 애니메이션표현기법(2학년 2학기), 장르만화제작 만화영상콘텐츠연구(3학년 1학기), 졸업작품Ⅰ 콘텐츠기획(3학년 2학기), 캡스톤 디자인Ⅰ(4학년 1학기), 포트폴리오 콘텐츠매니지먼트(4학년 2학기) 등이 그렇다.
상명대 도서관은 1960년대 인기작가 박기정 선생의 ‘도전자’를 비롯해 고우영의 ‘삼국지’, 허영만의 ‘식객’,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이두호의 ‘임꺽정’, 윤태호의 ‘미생’ 등 한국만화사의 내로라하는 작가의 작품 2만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상명대 도서관은 1960년대 인기작가 박기정 선생의 ‘도전자’를 비롯해 고우영의 ‘삼국지’, 허영만의 ‘식객’,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이두호의 ‘임꺽정’, 윤태호의 ‘미생’ 등 한국만화사의 내로라하는 작가의 작품 2만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교과목 못지않게 단위 학점도 눈길을 끈다. 흔히 있을 법한 3학점짜리는 2학년 1학기 때 배우는 ‘3D프린팅의 이해’ 한 과목뿐이다. 나머진 거의 대부분 2학점짜리. 그만큼 공부해야 할 과목이 많다는 뜻이다. 기자가 교과목 얘기를 꺼내자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악’, 비명부터 질렀다. 이해광 교수는 “통합된 교과목 중심으로 짜다보니 새로 만든 교과가 많다. ‘3D프린팅의 이해’는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아트와 컴퓨터공학과의 기술이 만난 융합교과목이어서 예외적으로 3학점짜리다. 학생들에게 경험의 폭을 넓혀주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과목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학과의 또 다른 강점은 만화·애니메이션 분야 석·박사 과정이 개설돼 있다는 점. 그래서 실기위주의 실무형 교육과 만화·애니메이션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함께 할 수 있다.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은 창작전문인, 교육가, 작가, 대학교수와 연구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홍우 석좌교수는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는 이 분야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 교수는 ‘그림 한 컷으로 하루의 역사를 담아내는’ 시사만화가로 필명을 떨쳤다. 동아일보에서 28년간 네 칸 만화 ‘나대로’를 그렸다. 그러고 보니 이 학과 교수진이 쟁쟁하다. 인기 유머만화가 출신인 이해광 학과장을 비롯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집행위원장을 지낸 ‘만화산업’ 전문가 손기환 교수, 삽 한 자루 달랑 들고 농부가 된 만화가로 유명한 장진영 교수, 일찍이 일본유학을 하고 돌아와 선진 일본만화를 전하는 고경일 교수,미국 애니메이션회사에서 5년 정도 근무한 2D 애니메이션 전문가 정재욱 교수 등 전임 교수가 8명(만화 3명, 애니메이션 3명, 만화콘텐츠 2명)이다.

실습기자재 등 시설도 자랑거리다. 학생 1명당 컴퓨터 한 대는 기본이고 모니터태블릿과 3D프린터도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 기숙사 시설 역시 좋다. 신입생은 기숙사 생활이 가능하며 2, 3, 4학년은 선택. 장학금도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성적 우수 장학금, 면학장학금, 교내외에서 지급되는 특별장학금 등 풍부하다. 유동적이긴 하지만 학년당 15명 정도가 장학금을 받으며 평균 200만 원꼴이다.

정수정 씨(4학년)가 만화콘텐츠매니지먼트 수업에 열중한 모습. 정 씨는 올 4월 한중 신인만화콘테스트에 입상했다.
정수정 씨(4학년)가 만화콘텐츠매니지먼트 수업에 열중한 모습. 정 씨는 올 4월 한중 신인만화콘테스트에 입상했다.
졸업 후 이들은 어디로 진출할까. 웹툰·출판만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래픽노블 작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작과 게임그래픽 작가로 활동한다. 3D 애니메이션 회사, 모션그래픽 회사, 영상 포스트프로덕션, 게임개발사, 광고회사, 영화제작사 등에서도 일한다. 학원을 운영하거나 초중고 예술 강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꾸는 작가가 되려면 각종 공모전에 출품해 입상해야 하는 험난한 길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방학에도 비지땀을 흘린다. 대학과 기관이 운영하는 청년 취업 교육프로그램과 창의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에 참여한다. 이것도 모자라 학과는 비어있는 기숙사와 학과 실기실에서 현업작가들이 지도하는 창작훈련 합숙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웅비 씨(3학년)는 “학과수업 못지않게 공모전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레진 코믹스’ 공모전에 응모했으나 아쉽게도 입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다른 회사에서 내 작품을 보고 연재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비로소 스토리에 강한 작가가 되겠다는 내 꿈이 이뤄질 것 같은 희망에 부풀어있다”고 밝혔다.

“좋아하는 이 대학 출신 만화가를 꼽아보라”고 하자 학생들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너도나도 대답했다.
“외국계 마트 노동운동 이야기를 다룬 ‘송곳’의 최규석 작가,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현장을 만화로 옮긴 ‘망월’의 변기현 작가, 제3회 대학만화애니메이션 최강전(2010년)에서 만화부문 대상을 받은 ‘영수의 봄’의 이윤희 작가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송곳은 영화화가 확정될 만큼 화제를 몰고 다닌 대표적 웹툰이다.” 정두연 씨(2학년)는 “재미와 유희 위주의 상업적 웹툰과 달리 최규석 선배의 송곳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점을 끄집어 낸 것이어서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이 교수가 한마디 거든다. “웹툰이 영화와 드라마 원작으로 인기를 끄는 등 콘텐츠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을 알아채고 집중한 결과다.”

2015학년도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새내기는 61명. 수시 17명, 정시 33명, 정원외(농어촌학생 재외국인) 11명이다. 수시 경쟁률은 32.82 대 1, 정시는 4.85 대 1. 학생부 40%+실기 60%로 선발한다. 실기 시험은 ‘칸 만화’다. 수도권과 지방 합격생이 엇비슷할 정도로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든다. 남학생 8명, 여학생 53명이 말해주듯 이 학과 역시 여풍이 거세다. 만화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여성들이 맹활약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수능 성적은 수시 3.6등급, 정시 4등급.

천안=손진호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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