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빈 사무실 늘고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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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축 중인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D타워’(왼쪽)와 ‘그랑 서울’(오른쪽 뒤)의 모습.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로 대형 빌딩 신축이 잇따르면서 도심 오피스 시장에 공실률 비상이 걸렸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현재 신축 중인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D타워’(왼쪽)와 ‘그랑 서울’(오른쪽 뒤)의 모습.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로 대형 빌딩 신축이 잇따르면서 도심 오피스 시장에 공실률 비상이 걸렸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있는 지하 6층, 지상 23층 규모의 빌딩 ‘광화문 스테이트타워’는 2012년 말 완공됐지만 약 6개월 동안 문을 닫은 상태다.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한 빌딩이라며 완공 전부터 입소문을 탔지만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임차인을 제대로 모집하지 못했다. 최근 BNP파리바자산운용이 빌딩 매입을 완료했지만 광화문 스테이트타워가 세입자를 찾기는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소송에 시간을 보내는 사이 인근에 자리한 ‘더K트윈타워’가 우리카드 등 굵직한 세입자들을 낚아챘고 ‘그랑 서울’ 같은 신축 빌딩들도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광화문 인근에서 ‘공실률과의 전쟁’을 벌이는 곳이 스테이트타워만은 아니다. 중구 남대문로 상공회의소 빌딩도 서울시 부서가 빠져나가면서 공실률이 높아졌다. 서울스퀘어 빌딩은 지하1층 식당가조차도 다 차지 않아 썰렁하다.

‘오피스 1번지’ 광화문 근처 빌딩시장의 공실률이 심상치 않다. 국제금융센터(IFC) 준공의 여파로 공실률이 상승한 여의도에 이어 광화문까지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한 것. 빌딩임대관리업체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스테이트타워, 아스테리움 등 신규 빌딩이 대거 공급되며 광화문 등 도심권의 오피스 공실률은 1분기 기준 6.39%를 나타냈다. 전 분기 대비 0.08%포인트 증가한 것. 건물이 커질수록 공실률은 더 높다. 또 다른 빌딩 컨설팅업체 프라퍼트리가 4월 연면적 3만3000m² 이상 빌딩 327동을 조사한 결과 광화문 등 도심지역 공실률은 18.5%에 달했다.

○ 강남에서라도… 손님 모시기 전쟁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세입자를 모시려는 광화문 빌딩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광화문 일대 업무용 빌딩은 2.5∼3개월가량은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가 일반화됐다. 일부는 신규 임차인에게 인테리어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이를 무기로 ‘강남 손님’을 모셔오기도 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18년 동안 둥지를 틀었던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떠나 광화문 ‘더K트윈타워’ 빌딩과 계약을 맺었다. 정혜진 교보리얼코 연구원은 “도심 신규 빌딩들이 저렴한 임대료 등으로 공세를 펼침에 따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처럼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전을 결정하는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BMW코리아가 강남구 논현동 보전빌딩에서 중구 회현동 ‘스테이트타워 남산’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공실률을 낮추려고 시공사가 직접 임차인이 되거나 관계사를 불러 모으기도 한다. GS건설은 내년 초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 서울’로 이전할 계획이다. 옛 한일관 자리에 들어선 이 건물은 대지면적 1만4225m²에 연면적 17만5536m²에 이르는 대형 오피스빌딩. 시공사로서 분양 책임을 지고 있는 GS건설이 남대문로 GS역전타워를 떠나 이곳으로 입주하는 것. 강남구 역삼동 강남GS타워에 있는 플랜트본부와 발전환경 사업본부도 옮겨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GS건설의 사례처럼 ‘D타워’를 시공하는 대림산업도 이 빌딩에 직접 입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신축빌딩 공급 지속, ‘공실률 폭탄’ 터질까

광화문 일대 공실률 비상사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랑 서울’을 시작으로 대림건설의 ‘D타워’, KT의 ‘올레플렉스’ 등 신축 중인 빌딩이 모두 내년에 모습을 드러낸다.

종로구 청진동의 ‘그랑 서울’과 ‘D타워’는 각각 지하 7층, 지상 24층과 지하 8층, 지상 24층의 고층 건물이다. D타워는 연면적만 10만5795m²인 쌍둥이 빌딩으로 올라간다. 인근 KT 광화문 사옥 뒤편으로는 KT가 광화문 신사옥 ‘올레플렉스’를 지하 6층, 지상 25층 규모로 짓고 있다. 인근에서는 새로운 빌딩 공사도 한창이다. 신세계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지하 7층, 지상 24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 내년 11월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광화문 오피스시장이 미분양으로 고전하고 있는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닮아갈 것이라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대형빌딩 공급은 계속되고 있지만 수요는 정체돼있어 최소 3∼4년은 공실률로 큰 문제를 겪으리라는 것.

장진택 프라퍼트리 이사는 “주택 시장은 국토해양부 등에 의해 수급 조절이 이뤄지는데 빌딩 시장에는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초과공급 상태가 심화되다보면 중소형 빌딩 가운데서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결국 소유주가 저가에 내놓는 빌딩이 속출하는 등 아파트 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광화문#오피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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