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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대만의 MA, 한국의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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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대만의 MA, 한국의 MB

동아일보입력 2011-05-29 20:00수정 2011-05-3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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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마잉주
김순덕 논설위원
일주일 전 노란 비옷 차림으로, 노란 리본을 달고 고인을 기린 사람들은 천수이볜이라는 이름을 잊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있었다.

인권변호사 출신, 민족을 내세운 대외정책과 경제의 실정(失政), 뇌물수수라는 치욕 또는 정치탄압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종종 비교됐다. 마잉주 총통의 취임 3주년인 20일을 즈음해 대만을 찾았을 때 외교부 공무원이 말했다. “전직 대통령만 비슷한 줄 아세요? 마(MA) 총통과 이명박(MB) 대통령은 더 비슷하답니다.”

2008년 전후 전임자들과는 정반대 방향에서 경제와 실용을 강조해 당선된 두 사람은 지금 ‘성공의 덫’에서 고심하는 모습이다.

대만경제는 지난해 10.8% 성장률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도 1979년 이래 가장 많은 34.7%가 늘어 무역총액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MB도 “글로벌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자부했지만 대만에 비하면 우리의 6.1% 성장률이 무색해진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발표에서 한국이 작년보다 한 계단 오른 22위라며 역대 최고 성적을 자축했는데 대만은 6위다. 2008년 23등, 2009년 8등의 수직상승에서 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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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성장만으론 충분치 않다”

대만 경제성공의 비결은 실용이다. MA는 법인세 감세(25%→20%→17%)로 상징되는 친기업 정책을 펴면서 “나라 팔아먹는다”는 야당의 비난을 무릅쓰고 작년 6월 중국과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징역 17년 6개월 형을 복역 중인 천수이볜이 재임 중 대만독립 노선으로 중국 미국과 마찰을 일으킨 반면, MA는 “대만이 평화와 번영 속에 살려면 대륙(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실용노선으로 경제성장을 이끈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만에선 MA에 대한 열렬한 지지로 이어져야 할 성장이 오히려 독(毒)이 되는 분위기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으로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내게 돌아온 게 뭐냐, 중국과 너무 가까워져 주권을 잃는 게 아니냐는 불만과 불안이 번졌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대기업만 잘나갔다, 대미외교를 잘했지만 안보는 위험해진 게 아니냐고 MB를 비판하는 상황을 보는 것 같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이상과 명분, 현란한 말솜씨와 드라마틱한 정치 없이 교과서대로 성장과 실용만 추구해선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없는 건지 안타까울 정도다.

천수이볜 일가의 부패가 드러날 때만 해도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고 주저앉았던 민주진보당이 이 틈을 비집고 되살아났다. 내년 1월 14일 총통선거에서 MA와 맞붙을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MA와는 정반대인 소통의 리더십으로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 당 주석 3년간 9차례의 선거에서 7번을 승리로 이끈 ‘선거의 여왕’인 데다, MA와 일대일로 붙으면 이긴다는 여론조사에 따라 총통 후보가 돼서 MA는 벌써 밀리는 것 같다.

“그럼 천수이볜이나 민진당 정책으로 계속 갔다면 대만 상황이 더 좋아졌을까” 하고 물었더니 대만 사람들은 답을 하지 못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험악할 때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까지 흔들렸음을 천수이볜 집권 8년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국가라는 양국론을 주장했던 차이 주석도 “집권하면 중국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얼버무리며 성장의 그늘인 양극화 실업 빈곤만 선거이슈로 삼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의 ‘무’자도 꺼내지 않아 분당우파의 표심을 잡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비슷한 전략이다.

물론 MA와 MB는 다른 점이 더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MA는 “2008년 선거 결과는 국민이 부패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투표로 보여준 것”이라며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왔다. 2008년 대만 39위, 한국 40위로 엇비슷했던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2010년엔 대만 33위, 한국 39위로 벌어졌다. 국민의 73%가 ‘MA는 깨끗하다’고 보는 대만이 부럽고, 부패 혐의로 목숨을 끊은 전직 대통령을 보고도 달라지지 않는 우리가 부끄럽다.

자유민주·反부패 가치 공유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을 MA는 우리의 ‘균형 발전’ 같은 ‘지역 정의’를 내걸고 남부 타이난 시에서 열었다. 그는 “동북아에서 가장 긴장이 높은 곳이 한반도와 대만해협”이라며 “한국과 대만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깊이 이해하고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있는 한 북한은 민주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올해 건국 100년을 맞은 중화민국(대만의 공식 국호)의 존재 역시 황제가 지배해온 중국 사회엔 민주주의가 맞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주는 산 증거다. MB가 부패에 대한 단호한 태도에서도 MA와 가치를 공유했으면 좋겠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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