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히 러브스 미'…깜찍· 끔찍한 사랑이야기

  • 입력 2003년 2월 10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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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 러브스 미’는 깜찍한 여배우 오드리 토투가 아니었으면 평범한 심리 스릴러에 그치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사진제공 프리비젼
영화 ‘히 러브스 미’는 깜찍한 여배우 오드리 토투가 아니었으면 평범한 심리 스릴러에 그치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사진제공 프리비젼
프랑스 영화 ‘히 러브스 미(He Loves Me)’는 개봉 전에 비평하기가 난감하다.

영화 중반에 이르면 이야기가 확 뒤집히는 반전이 시작되기 때문. 홍보 전단은 ‘로맨틱 드라마’로 소개하고 있으나 그것을 받아들인 관객은 ‘배신’을 각오해야 한다. 오히려 이 영화는 스릴러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고 정교하게 구성된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를 꼼꼼히 맞춰서 보는 재미가 크다.

미술학도인 안젤리끄(오드리 토투)는 심장전문의인 의사 루이(사무엘 르 비앙)를 사랑하지만, 루이는 유부남이다. 안젤리끄는 사랑의 기쁨에 들떠 있다가도 임신한 루이의 아내를 보며 괴로워한다. 루이가 아내를 떠날 생각이 없음을 확인한 안젤리끄는 자살을 기도하고, 영화는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이제 루이의 입장에서 안젤리끄가 겪은 사건들이 재진술된다.

영화 중반부 이후 하나의 사실이 화자(話者)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고 놀라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젤리끄의 입장에서 펼쳐지는 영화 전반부에서 루이는 이기적인 유부남이며 안젤리끄의 힘겹고 슬픈 사랑은 안쓰럽다.

그러나 루이의 입장에서 펼쳐지는 후반부에서는 같은 사실의 의미와 원인이 전혀 다르게 제시된다. 안젤리끄는 더 이상 힘겨운 사랑에 눈물짓는 순진한 아가씨가 아니며, 루이의 인생은 뜻하지 않는 관계 때문에 한없이 꼬여간다. 영화의 비밀이 모두 밝혀지고 나면, 영화 마지막에 자막으로 나오는 ‘내 미친 사랑에게 이성은 속삭인다. 인내를 갖고 사랑을 붙들어라!’는 글귀가 광인(狂人)의 끔찍한 속삭임처럼 들린다.

모두 알고 보면 어두운 이야기지만, 이 영화가 끝까지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주연 여배우 오드리 토투 덕분이다. 저런 여자가 미치도록 사랑해준다면 좀 괴롭긴 해도 재미있겠다 싶을 만큼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영화의 탄력을 유지해준다. 스물여섯의 젊은 여성 감독 래티샤 콜롱바니의 장편 데뷔작. 15세 이상 관람가. 원제 ‘´A la folie...pas du tout’. 14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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