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제조업 호황 속 한국만 침체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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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약 3년 만에 최고조를 보인 반면 한국이 유독 부진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미국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1월 마켓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까지 제조업이 확장일로를 걷고 있는 반면 조사 대상 24개국 중 한국과 터키 그리스 브라질만 위축세를 보였다. PMI는 매달 기업 구매담당 임원의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하는 경기지표다. 2014년 6월부터 창조경제 간판을 내걸고 ‘제조업혁신 3.0’ 정책을 요란하게 추진해온 한국이 정정불안과 경기침체가 겹친 세 나라와 나란히 제조업 위기를 겪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제조업 부진은 수요와 무관하게 물건 값이 오르는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이 6년 만에 최고인 데다 불리한 환율이 큰 원인이라는 전문가들 지적도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에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경기도 얼어붙는 등 악재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격과 기술력으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 제조업 혁신에 성공한 선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말로만 ‘창조경제와 함께하는 제조업 혁신’을 강조했을 뿐 실질적인 혁신을 해내지 못한 탓이 크다.

 미국이 2014년 10월 제조혁신 가속화를 위한 ‘신행정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독일은 2015년 4월 ‘인더스트리 4.0’ 전략, 일본도 2015년 6월 ‘일본재흥전략’을 미래투자와 생산성 혁명에 맞춰 개편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국가들보다 ‘정책 발표’가 앞섰던 한국은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도 과감하게 하지 못하고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부실을 더욱 키웠다. 지난해 한국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4%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였다.

 제조업이 이대로 무너지게 하지 않으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3년 전 ‘제조업혁신 3.0’ 자료를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기 바란다. 책상 앞에서 만든 정책, 대통령 앞에서 보고했던 프레젠테이션 자료 가운데 무엇이 현실과 어긋나 성과를 내지 못했는지 냉정하게 성적을 매겨야 한다. 대선주자들도 기업 살리기는 뒷전인 채 재벌개혁 소리만 요란해서는 시들어가는 한국의 제조업을 구하기 어렵다.
#글로벌 제조업#제조혁신 가속화#제조업혁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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