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英 그래픽 디자이너 반브룩, ‘북한 프로젝트’ 작품전

  • 입력 2003년 4월 13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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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반브룩
영국출신의 세계적 그래픽디자이너 조너선 반브룩(37)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공개강연를 통해 2000년부터 작업하고 있는 자신의 ‘북한 프로젝트’의 일부를 소개했다.

반브룩의 ‘북한 프로젝트’란 북한 사회에서 사용되는 디자인을 직접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켜 정치적 의견을 전달하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이다.

그는 5년전 러시아를 방문해 처음 북한의 디자인을 접한 뒤 흥미를 느껴 책, 포스터, 담배갑 등을 수집해왔다.

이날 강연에서 소개된 작품 ‘차이점을 찾아보세요’는 북한 김일성이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정치선전물을 배경으로 사용해 한 어린이가 한쪽 그림에서는 호미를, 다른 한쪽 그림에는 칼을 숨기고 있는 그림을 대조시켰다. 그 호미가 언제 칼로 변할지 모른다는 암시가 들어있다. 그는 세련된 알파벳 글꼴을 개발한 사람이지만 북한 프로젝트에서는 일부러 상투적인 알파벳 글꼴을 한글 글꼴과 함께 사용했다.

작품 ‘기업전략’에서는 자본주의 경제의 침투에 의해 해체돼가는 북한 이데올로기 정권을 묘사했다. ‘더 이상 정치 이데올로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기업전략만 있을 뿐이다’라는 문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면서 아래쪽 그림에서 한반도 통일은 코카콜라, 맥도널드, 나이키 등의 기업이 협찬했다는 비판적인 내용을 집어넣었다.

작품 ‘어린이’의 경우 북한의 정치선전물을 배경으로 사용해 ‘왜 독재자들은 어린이를 사랑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그는 ‘과거는 독재자가 만들어낸 현재보다 훨씬 좋았으나 어린이들에게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고 스스로 답했다.

반브룩은 ‘프로작’(Prozac) 등의 알파벳 글꼴을 개발한 서체디자이너로 출발해 북디자인 모션그래픽 등으로 작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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