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섹스리스증후군]性애착 부족 「봉사정신」없어

  • 입력 1997년 1월 23일 20시 35분


감원이나 명예퇴직의 회오리가 몰아치는 요즘 중년의 샐러리맨들 못지 않게 신체적으로 아무런 흠이 없는 신세대 젊은 남성도 성욕 상실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결혼한지 한달이고 두달이 지나도록 신부옆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아 신부는 물론 양쪽 집안을 안타깝게 한다. 지난번 병원을 찾은 신랑은 명문대학을 나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건실한 청년이고 신부는 외국에 유학하여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한 재원이었다. 중매결혼한지 3개월만에 신랑이 성기능 이상 유무에 대한 검사를 받기 위해 왔다. 신부의 요청이었다고 했다. 결혼한지 두달이 지나도록 한번도 부부관계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랑의 얘기에 따르면 신혼여행중에 한번 시도하였으나 신부와 감정적으로 편치 않은 상태여서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고 그 후 회사일로 바빠서 그냥 지냈다는 것이다. 신혼때의 성적 갈등은 부부관계에 자신이 없고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해서 불안한 나머지 부부관계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의도적으로 피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욕의 근원은 고환이나 부신에서 생산되는 남성호르몬에 있다. 사람의 심리상태는 이 남성호르몬의 생산에 영향을 준다. 이를테면 직장에서 받게 되는 심한 경쟁심과 반복되는 스트레스 또는 무력감 때문에 우울증에 빠진 남성은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성욕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신체검사상 정상이면서도 성욕상실증을 호소하는 젊은 남성들의 남성호르몬치를 측정해 보면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현상을 순수히 심인성(心因性)인 것으로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즉 위기에 빠져 있는 사람은 당면한 곤란을 극복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므로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성관계 자체에 관심이 없는 섹스리스(sexless) 증후군으로 불리는 심리는 요즘 신세대 남성에게 흔하다. 이들 섹스리스 증후군은 성에 대한 애착이나 적극성이 부족하다. 아내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개인적인 안락함이나 회사일만을 추구한다. 앞서 소개한 환자도 외관상 건강하고 검사상 전혀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결혼을 했으면 남편으로서의 책무를 다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책을 받고 돌아갔지만 이미 때는 늦어 나중에 이혼수속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동물은 발정기간이 되면 으레 성욕이 발동된다. 하지만 사람은 아무리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검사상 정상이라 하더라도 심리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면 성욕이 발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02―748―9301김 세 철<중앙대 용산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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