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부시, 메이드인 텍사스'…미국지배하는 '텍사스힘'

  • 입력 2003년 9월 19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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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인터넷 사이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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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메이드 인 텍사스/마이클 린드 지음 임종태 옮김/364쪽 1만2000원 동아일보사

정치인의 성장 배경과 정치적 입신의 과정은 그의 대내외 정책의 근거를 이루는 세계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주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에 대한 미시적 분석을 통해 부시 대통령과 부시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의 뿌리를 깊이 있게 파헤친 저작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을 표피적으로 이해한 기존 국내외 저서들과는 명백하게 구분된다.

부시 행정부의 등장은 바로 텍사스 중심의 정치이념이 미국 중앙정치에 투영되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전 세계에 투사되는 것이기도 하다.

텍사스가 배출한 또 다른 대통령인 린든 존슨은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후예. 존슨은 뉴딜정책을 지지한 자유주의자로서 인종 차별정책의 철폐와 사회보장제도의 확립을 통해 ‘위대한 사회’ 정책을 시행했다.

이와 달리 남부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텍사스 엘리트들은 1930년대부터 뉴딜정책과 존슨의 개혁에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1990년대 들어서는 보수적인 성향의 남부 민주당원들이 공화당에 입당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이로써 1994년과 200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했고 급기야 2000년 대선에서 텍사스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부시가 백악관을 장악하게 됐다. 이 책에서는 이 일련의 과정이 유려한 필치로 서술된다.

군수산업에 대한 투자 강조, 석유와 같은 자원을 중시하는 정책,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축안 시행, 유럽 중에서도 영국과의 유대를 강조하는 전통 등 텍사스 특유의 정치문화가 현재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윌리엄 크리스톨, 윌리엄 베넷, 로버트 케이건 등과 같은 동부출신 신보수주의자들이 텍사스의 정치이념을, 동부를 포함하는 미국의 주류적 언어로 해석해 내는 이론가들임이 명백히 서술된다는 점이다. 또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진격과 후세인 제거의 확전론이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후 권력 중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폴 울포위츠 등 신보수주의자들이, 민주당 집권기인 1990년대 10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리는 과정도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4000억달러가 넘는 국방비 지출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축안의 실시로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는 5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5%에 해당된다. 경기 침체가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에 걸림돌이 되었듯이, 이러한 재정적자 폭의 확대는 미국 경제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다고 부시 행정부가 갑자기 기존의 정책 노선을 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간파하고 있다. 기존 대내외 정책의 변경은 부시 대통령 스스로 정책적 과오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와 내년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21세기 미국의 지역갈등은 더 이상 전통적인 남부와 북부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미국의 연안 지역과 내륙 지역 사이의 갈등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뉴딜정책이 저개발 상태의 남부와 서부를 부유한 북동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면, 21세기 미국의 지방 정책은 내륙과 연안의 균형적 발전을 이룩하는 데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남부의 보수주의와 연안 도시 지역의 진보주의라는 양 극단을 넘어서는 제3의 길을 통해 21세기형 지방분권적 뉴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방분권화를 정책목표로 제시하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개발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영호 교수 성신여대·국제정치학 youngho@sungshin.ac.kr

▼저자 마이클 린드는? ▼

미국의 민간연구소 뉴아메리카파운데이션의 선임연구원. 그 자신 텍사스에서 5대째 살고 있는 리버럴 성향의 정치학자다. ‘뉴요커’ ‘하퍼스 매거진’ ‘내셔널 인터레스트’ 등에 글을 기고해 왔으며 21세기 미국정치의 나아갈 바를 밝힌 공저 ‘정치의 미래’(바다)에 대해서는 뉴욕 타임스가 ‘당장 실현되기는 힘들지만 주목해야 할 정치개혁의 청사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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