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들 “위기단계 ‘심각’ 격상해야…지자체 중심 방역체계 전환도”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23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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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 권고
"정점에서의 격상이 아닌 선제적 대책으로 전환해야"
"지자체 중심 방역체계…피해최소화 전략 신속 전환"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감염병 경보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감염학회·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대한소아감염학회·대한예방의학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중환자의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대한임상미생물학회·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한국역학회 등으로 구성된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22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대한감염학회 회의실에서 대정부·대국민 권고안을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범대위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라는 변화된 상황에 맞게 방역 목표와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진자 발견 및 접촉자 격리 등 차단 중심의 ‘봉쇄 전략’보다 지역사회 확산 지연 및 건강피해 최소화하는 ‘완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현재 특정 종교집단이 연관된 사례가 많이 진단되지만, 한 번에 많은 환자가 진단되고 있고 다수 역학적 고리를 못 찾는 확진자가 발견됐다”며 “지역사회 감염 확대가 예측되는 상황이라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은 완벽한 심각 단계가 아닌 진입 초기지만, 생각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며 “정점에서 경보를 격상하는 게 아니라 미리 바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방역망 밖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생기는 상황에서 접촉자를 격리하는 방역 전략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지역사회 확산 초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봉쇄전략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완화 전략으로 이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방역 체계를 단시간에 꾸리고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기관의 신속한 역할 분배 및 효율적인 운영 관리 등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지난 22일 피해 최소화 전략을 서서히 이행하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각 지역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방역체계를 단시간에 꾸려야 한다”며 “중앙에 기대지 말고 지자체의 가용 자원과 의료시설 등을 확인하면서 지방 중심 방역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준영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모든 병원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환자를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하는데,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서 의료진 피로도가 높아지고 진료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의료 시스템을 정비해 경증 치료 병원과 중증 치료 병원을 지정해서 따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진휘 인하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도 “경증 호흡기 환자가 검사를 받기 위해 응급실에 몰리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면 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교수는 “앞으로 경증 또는 중증 확진 환자가 늘기 때문에 격리병상 부족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경증 환자는 자가격리 또는 공공병원 격리 등의 안을 찾고, 중증 환자는 대형 병원에서 집중 치료하는 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방역 당국의 감염병 경고 격상 및 전략 전환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예방수칙 지키기 등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들은 국민행동요령으로 ▲개인위생 철저(손씻기와 기침예절 준수) ▲가벼운 호흡기 증상 시 외출 자제 또는 일반감기약 복용하며 4~5일 경과 관찰 ▲만성 질환자 또는 노인층의 외출 자제 ▲어린이 개인위생 교육 ▲의료진 및 방역당국 조치 따르기 등 5가지 국민행동요령을 내놨다.

특히 경증 호흡기 증상 시 외출 자제 또는 경과 관찰하라는 요령에 대해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병원을 쉽게 방문하고, 감기가 유행하는 계절이다 보니 큰 병원 응급실이나 선별진료소를 많이 간다”면서 “이 점이 코로나19 확산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며, 병원에서도 많은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고, 정작 중증 환자들이 치료받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 취약층은 특히 모임 장소 방문을 삼가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위생 교육을 해야 한다”며 “환자 개인의 일탈 행위가 발생하면 지금 방역망으론 전염병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역 당국의 조치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관리에 대해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감염 사례가 적고, 증상이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나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유행하면서 소아 감염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수칙 등의 교육 등 도움이 필요한 연령대라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환경 소독과 실내 환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주 전파경로는 비말 감염이지만, 물건 또는 환경에 묻은 비말 또는 콧물을 다른 사람이 만질 경우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폐쇄된 공간, 건물 내 공기 순환 시스템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기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주 환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진휘 교수도 “환경 소독한다고 바닥에 약제를 뿌리는데, 손 닿는 곳에 소독을 많이 해야 한다”며 “버스 손잡이, 화장실 손잡이, 에스컬레이터 레일 소독 등 사람 손이 많이 닿는 곳을 집중 소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주로(감염원인)는 비말 감염이지만, 환경에 따라 공기중에 떠 있을 수 있고, 특히 건물의 공기 시스템의 경우 일반 가정과 달리 공기순환이 잘 안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환기를 자주 실시해 실내에 바이러스 안 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범대위는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위협으로 다가오지만,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면 위기를 타개해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태형 교수는 “새로운 바이러스지만, 새로운 도전이다.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정부가 할 일, 국민이 할 일이 있다”며 “사회적 역량을 총결집한다는 각오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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