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고객창조”… ‘경영목표’ 개념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현대 경영학 창시 피터 드러커
출간 64돌 ‘경영의 실제’ 재조명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는 1954년 발간된 경영학 분야 대표 고전이다.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명저로 꼽히는 이유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경영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저자 피터 드러커(1909∼2005·사진)는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미국 뉴욕대와 클레어몬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가르쳤다. 그는 19세기 후반 이래 따로따로 존재하던 유통, 생산관리, 회계, 기업재무, 광고, 마케팅, 전략, 리더십, 산업심리, 조직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일관된 세계관 아래 통합했다.

드러커의 핵심 사상은 바로 경영의 목적(pur-pose)이다. 그가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통합 이론의 위력은 막강했다. 특히 기업 현장 경영자에게 그랬다. 그동안 여러 이론가가 제각각 내세웠던 형식적·기계적 경영 이론의 파편성과 비현실성에 불만을 느끼던 경영자에게, 드러커의 메시지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창간 10주년(244호, 3월 1일자)을 맞아 ‘경영의 실제’를 재조명했다. 그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현대 경영학의 출발선인 ‘경영의 실제’

책은 크게 3부로 나눠져 있다. 그중 1부는 ‘경영자’에 관한 이야기다. 고전파 경제학은 경제를 자본과 노동의 관점에서 봤지만 20세기 서구 경제사상은 이를 경영과 노동의 관점으로 대체한다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즉 기업활동에서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획기적인 주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업 활동을 물질의 투입과 산출로 보는 이론이 주류였기 때문이다. 드러커의 주장은 현대 기업과 자유시장 경제에서 경영자(manager)로 분류되는 특수한 사람들의 지식, 의지, 역량이 그 어떤 기계적, 물질적, 수량적 수단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드러커는 1부에서 경영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경영자의 3대 과업을 제시했다. 여기서 경영자는 단순히 최고경영자(CEO)를 가리키지 않는다. 드러커에게 경영자는 경영 마인드를 보유한 모든 직위의 노동자를 뜻한다. 드러커가 주장한 경영자의 3대 과업은 △사업을 경영하는 것 △경영자를 경영하는 것 △노동자와 그의 일을 경영하는 것이다.

○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피터 드러커가 1954년 쓴 경영학 고전 ‘The practice of management’의
 초기 판본(왼쪽). 한국에서는 2006년 ‘경영의 실제’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돼 지금까지도 경영자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피터 드러커가 1954년 쓴 경영학 고전 ‘The practice of management’의 초기 판본(왼쪽). 한국에서는 2006년 ‘경영의 실제’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돼 지금까지도 경영자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부는 ‘경영의 목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드러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이익(profit)이 아닌 고객 창조(to create a customer)에 있다’는 말이다. 이 주장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기업 내부의 조직과 생산 활동에서 찾았던 드러커 이전 기업 이론가들의 생각에 일대 전환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드러커는 ‘목표에 의한 경영(MBO)’이라는 개념도 소개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기업의 목표는 ‘이익 극대화’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분야에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커의 주장이다.

드러커는 기업 현장에서 목표에 의한 경영이 아니라 몰아붙이기 경영(management by drives)이 횡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에 따르면 많은 경영자가 무계획적, 즉흥적으로 지시하고 행동하면서 그것이 과감한 추진력인 것으로 착각한다. 또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위기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crisis)으로 구성원을 압박한다. 하지만 정확한 목표 설정 없이 진행하는 몰아붙이기 경영과 위기에 의한 경영은 항상 실패한다. 경영자는 제반목표의 위계구조, 즉 상위 목표와 하위 목표의 중층적 연결 구조를 파악한 뒤 부문별 노동자가 그 안에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분명히 인지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 경영자 서한(manager’s letter)을 통해 상부의 목표에 따른 하부의 목표 설정이 몇 차례 오가면서 최종 합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급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목표는 조직을 오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

3부는 조직구조에 관한 것이다. 핵심은 모든 상황에 다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이상적인 조직구조는 없다는 점.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는 조직 유형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 드러커의 주장이다.

드러커는 노동자를 단순히 일손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임금에 대한 태도 차이다. 기업은 임금을 비용으로 간주하지만 노동자에게 있어서 임금은 소득이다. 즉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인간은 여타 물적 생산자원과 질적으로 다른 존재다. 물적 생산자원은 활용의 대상일 뿐이지만 인간은 자신의 노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단순히 연봉이나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보다는 책임을 부여해 스스로를 기업 내부의 중요한 인재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동기부여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책 말미에서 드러커는 경영자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는 경영자는 갈수록 거대해져 가는 권한에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통합적 사고와 진실성, 사회적 책임감을 강조한다. 기업이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시대, 한국의 기업 경영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mirobook@naver.com·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현대 경영학#창시#피터 드러커#출간 64돌#경영의 실제#재조명#기업#목적#고객창조#경영목표#개념#도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