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형 인간]치매 걱정? 외국어 공부하자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전두엽 활성화시켜… 듣기보다 말하기가 효과

뒤쪽뇌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는 곳이다.

우리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된다. 카메라 렌즈, 녹음장치, 비디오테이프는 뒤쪽뇌에 해당한다. 카메라 렌즈는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곳, 녹음장치는 청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곳이다. 비디오테이프는 기억센터에 해당한다.

반면에 앞쪽뇌는 이 테이프를 재생 편집해서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감독이나 프로듀서에 해당한다.

우리가 말을 할 때도 뇌 안에서 유사한 일이 일어난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 ‘엄마’ ‘까까’ 같은 명사부터 배운다. 이 명사에 대한 소리와 이미지는 뒤쪽뇌에 저장된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아빠가 엄마를 사랑해” 같은 문장을 구사하게 된다. 이 같은 문장을 구성하는 뇌는 앞쪽뇌다. 앞쪽뇌는 뒤쪽뇌에 저장된 아빠, 엄마 같은 명사를 탐색해서 둘 간의 관계를 문법에 맞게 문장으로 구성한다.

신기하게도 명사를 엮어주는 조사나 동사는 앞쪽뇌에 저장돼 있다. 앞쪽뇌가 손상된 뇌중풍(뇌졸중) 환자들은 ‘전보문’처럼 이야기를 한다.

뇌중풍 환자에게 “왜 병원에 오셨습니까”라고 질문하면 “말이 안 나와서 신경과에 왔습니다”라고 하기보다 주저하면서 “말…. 신경과….”라고 답한다. 마치 옛날에 전보를 칠 때 돈을 아끼기 위해 핵심 단어만을 사용하는 식이다.

아이와 어른 모두 앞쪽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수동적으로 듣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발표를 해야 한다. 독서를 하고 감상문 쓰기, 시나 논설문 쓰기,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기, 토론하기처럼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가족끼리 차를 몰고 긴 여행을 할 때 읽은 책을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특히 같은 뜻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시도해야 한다.

모국어로 말할 때보다 외국어로 말할 때 앞쪽뇌가 더 많이 발달한다. 모국어를 할 때는 좌측뇌의 전두엽만 주로 활성화되지만 외국어를 할 때는 좌우 전두엽이 모두 활성화된다.

뇌유연성 연구의 선구자인 캐나다의 브라이언 콜브 박사는 나이가 든 쥐도 뇌세포가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 외국어를 열심히 하면 전두엽이 발달한다. 미국 켄터키대의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는 ‘수녀(修女) 연구’에서 수녀들이 20대에 썼던 자서전을 조사한 결과 문장의 어휘력, 문법의 복잡성, 앞뒤 내용의 일치도가 우수할수록 고령이 돼서 치매가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아냈다.

말과 글로 발표하고 외국어로 말하기를 열심히 하면 전두엽이 발달하고 치매도 덜 걸린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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