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휘발유 붓고 불지른 60대…의료진 대응이 참변 막았다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6월 29일 09시 52분


코멘트
불길이 번진 응급실. KNN 유튜브 영상 캡처
불길이 번진 응급실. KNN 유튜브 영상 캡처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보호자인 60대 남성이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 자칫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의료진의 침착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9시 45분경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A 씨가 방화를 시도했다. KNN이 28일 공개한 사건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슬리퍼를 신은 A 씨가 페트병에 담아온 휘발유를 바닥에 콸콸 쏟아부으며 자동문을 통과했다.

의료진이 제지했지만 멈추지 않았고 응급실 구석으로 걸어가 라이터를 켰다. 불길은 순식간에 휘발유가 뿌려진 응급실 바닥으로 번졌다.

의료진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KNN 유튜브 영상 캡처
의료진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KNN 유튜브 영상 캡처
의료진들은 곧바로 화재 대응에 나섰다. 의료진 한 명은 재빨리 소화기를 가져와 진화를 시작했고, 다른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대피시켰다.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불은 1분 만에 꺼졌다.

화재로 인한 연기와 냄새 등으로 응급실은 10여 시간 넘게 운영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엔 응급실 환자 18명과 의료진 29명 등 모두 47명이 있었다.

응급실 바닥 곳곳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부산소방본부
응급실 바닥 곳곳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부산소방본부
A 씨는 자신이 저지른 방화로 인해 왼쪽 어깨부터 다리까지 2~3도 화상을 입었다. 소방관계자는 채널A에 “병원 관계자들이 신속하게 불을 다 꺼주셨다. 병원이다 보니 (A 씨) 치료도 의료진들이 바로 하시더라”고 말했다. A 씨는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응급실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다. 그는 범행 3시간 전 자신의 부인을 빨리 치료하라며 고성을 지르고, 의료진이 치료를 위해 부인의 팔을 결박하자 이를 풀어주라며 난동을 부렸다. A 씨 부부 모두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치료를 마치는 대로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불에 탄 페트병. 부산소방본부
불에 탄 페트병. 부산소방본부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