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나비효과…전쟁 발발 위기에 처한 국가들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7월 29일 1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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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국가지수(Fragile States Index)’ 기준 1, 2, 3위
대부분 가난과 내전에 허덕이는 국가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폭염·폭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몇몇 국가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치명적인 가뭄과 열대성 폭풍에 취약한 국가들이 해당된다.

28(현지시간)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이민자와 함께 일하는 단체 ‘Climate & Migration’의 대표 알렉스 랜달은 일부 국가에서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식량 부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가난하거나 불안정한 역사를 가진 국가들에서 전쟁이 촉발될 것”이라며 “심한 폭풍과 홍수 같은 기후변화는 평화 구축과 유지 활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민주주의 국가나 안정된 국가에서는 갈등이 쉽게 촉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가 꼽은 특정 국가들은 예멘, 소말리아, 남(南)수단공화국이다. 이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국가들로 과거나 현재 내전이 발생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열악한 의료 환경과 사막화로 인한 식량 부족이 문제다.

예멘, 가뭄뿐만 아니라 홍수 피해까지
무장한 예멘의 한 중년 남성. ⓒGettyImagesBank
무장한 예멘의 한 중년 남성. ⓒGettyImagesBank

예멘은 아랍 국가 중 경제 부흥이 가장 힘든 국가로 꼽힌다. 마이너스를 돌파한 경제성장률에 비해 인구 증가 속도는 빠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현재 진행 중인 7년간의 분쟁으로 약 22만 30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유엔(UN)은 추정하고 있다.

기상보안센터의 콜린 더글라스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예멘의 분쟁은 일부 가뭄으로 인해 발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물이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기상 악화로 인해 물 부족 상태에 있다”라며 “이는 예멘의 불안정으로 이어져 분쟁의 장기화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문제가 종식되더라도 예멘의 지리는 향후 분쟁에 또다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유엔개발계획(UNDP)가 밝혔다. 이미 2050년에 2.8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멘의 불볕 (평균)기온은 제한된 수자원과 취약한 농업 시스템에 더 많은 갈등과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UNDP는 “예멘은 가뭄뿐만 아니라 극심한 홍수, 강우 패턴의 변화, 폭풍 빈도수 등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예멘에서는 지난주 비계절성 폭우가 일부 지역을 강타해 최소 14명이 숨진 바 있다.

소말리아, 낮 평균 기온 40도 웃돌아
소말리아에서 버려진 UN항공기. ⓒGettyImagesBank
소말리아에서 버려진 UN항공기. ⓒGettyImagesBank

동아프리카 국가 소말리아는 대부분 지역이 건조한 사막 내지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때문에 소말리아의 가장 더운 지역의 낮 (평균) 기온은 40도에 달하지만, 당국 정부에 따르면 금세기 말까지 4도 이상 상승하리라 예측됐다.

소말리아는 이미 불볕더위로 인해 오랜 가뭄이 시작됐고 제한된 자원을 얻기 위해 농민 사회와 정착민 사이에 긴장감이 발생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제문제연구소는 “홍수, 폭염, 가뭄으로 인해 소말리아의 농업과 가축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라며 “곧 농민 사회와 정착민 사이에서 줄어든 방목장 내지 경작지에 대한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 정부는 일부 지역에 간섭을 잘 안 하기 때문에 불법적인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뚜기 떼 습격 사건까지 벌어져 소말리아의 식량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남(南)수단공화국, 아프리카계 농업인 VS 아랍계 유목민
수단 동부 카다리프 움 라쿠바 난민 캠프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뉴시스
수단 동부 카다리프 움 라쿠바 난민 캠프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뉴시스

2003년 수단 다르푸르에서 발생된 정부와 반군 단체 충돌의 원인 중에도 기후 악화가 있다고 세계식량계획(WFP)가 주장했다.

WFP는 ‘제1차 기후변화 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03년 내전이 발발하기 전 수단 북부의 사헬 지역에서 사하라 사막이 매년 거의 1마일씩 남쪽으로 광활해짐이 포착됐고 연평균 강수량이 15~30% 감소하는 것이 목격됐다”라고 밝혔다. 실제 2050년까지 남수단의 평균 기온은 3도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이어 WFP는 “이러한 장기적인 기후변화는 수단의 주요 농업 시스템에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라고 말했다.

주로 수단의 농업인들은 아프리카계인 반면 유목민들은 아랍계인 가운데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이념에 대한 갈등으로도 퍼질 것이라고 WFP는 우려했다.

앞서 이 세 국가들은 전쟁 발생 가능성이 높은 ‘취약국가지수(Fragile States Index)’ 기준에 1, 2, 3위 순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민자와 함께 일하는 단체 ‘Climate & Migration’의 대표 알렉스 랜달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기상 악화 등이 반복된다면 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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