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선 이념·정치공방에 따른 사회적 혼란 잠재우는 판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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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29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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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가려 사회 ‘균형추’ 역할 주목

서울중앙지법. 홍진환 기자
서울중앙지법. 홍진환 기자

최근 법원이 정치적 논란이 크게 일었던 사건에 대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 사회적 혼란을 종결짓는 의미 있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영 간 대립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념 논리와 정치 공방으로 얼룩진 갈등 사안에 대해 법원이 사실관계를 밝히고 법적 책임을 지움으로써 사회의 ‘균형추’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딸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기소를 부른 2019년 ‘조국 사태’는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로 딸 입시 비리를 비롯한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가 다수 드러났는데도 진영 간 대결로 변질되면서 진실이 실종되고 근거 없는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는 세태가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2월 23일 정 교수에게 내려진 1심 선고는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그간 벌어진 많은 혼란을 일거에 잠재운 판결로 평가된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많은 물적 증거와 관련 증인들의 법정증언을 통해 유죄가 인정되는데도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함으로써 ‘법의 무게’를 다시금 실감케 했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가 정 교수에 대해 “피고인 정경심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적이 없다. 법정에서 진실을 증언한 사람들에게는 ‘허위 진술을 했다’며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질타한 것은 ‘조국 사태’의 본질이 어떤 정치적 의도가 아닌 ‘사실’의 문제였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윤혜정 판사가 28일 연세대 체육특기자전형 입시에서 아이스하키 종목의 특정 지원자를 부정 합격시킨 혐의로 기소된 연세대 교수 4명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도 공정성을 헤친 입시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윤 판사는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해 불합격된 학생들과 가족들의 절망, 무력감, 분노가 매우 크다”며 “피고인들은 국민이 능력에 따라 동등하게 교육받고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교육자라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 사태를 두 번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정리한 것에서도 법원이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법무부 등 여권이 윤 총장의 중도 퇴진을 목적으로 밀어붙인 일련의 직무정지와 징계 추진이 무리한 것으로 인정된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검찰에 대해 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법적 함의를 서울행정법원이 재확인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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