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하늘로 설빔 지어줄게” 어느 할머니의 눈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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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22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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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보배드림
출처= 보배드림
16개월 된 아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을 두고 사회적 공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남긴 편지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22일 ‘정인이 묘에 어느 할머니가 남긴 편지’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아가야 할머니가 미안해”라는 말로 시작된 시(詩) 형식의 글에는 “한 번도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 했을 공포 속에 췌장이 터지고 뼈가 부숴지도록 아가야 어찌 견뎠느냐”고 했다.

이어 “미안하구나, 푸른하늘 한조각 도려내어 내 손녀 설빔 한 벌 지어줄게. 구름 한 줌 퍼다가 모자도 만들고, 정인이 눈을 닮은 초승달 꽃신 만들어 새벽별 따다가 호롱불 밝혀주리니 손 시려 발 시려 온 몸이 얼었구나”라는 문장을 담았다.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의 사진이 놓여 있다.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의 사진이 놓여 있다.
그러면서 “할머니 품에 언 몸 녹으면 따뜻한 죽 한 그릇 먹고 가거라. 걸어서 저 별까지 가려면 밤새 지은 할머니 천사 옷 입고 가야지. 천사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제 ‘정인이 왔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거라. 부숴진 몸 몰라 볼 수 있으니. 또박또박 정인이라고. 아가야 널 보낸 이 할머니는 눈물에 밥을 말았다”고 글을 맺었다.

이 시민은 편지 말미에 ‘지난 17일 과천에서 할머니가’라고 덧붙였다.

편지를 본 누리꾼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대다수는 “일하다 말고 북받친 감정을 억누르기가 힘들다”, “예쁜 미소가 떠올라서 또 눈물이 나네”, “오래도록 두고두고 봐도 슬플 시”, “정인이가 이 시로 많은 위로를 받았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정인 양은 생후 7개월 무렵이던 지난해 1월 양부모에 입양됐다. 이후 271일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세상을 떠나기 전 총 3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한편 해당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 힘을 보탠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오는 23일 ‘정인이 사건’ 관련 후속을 준비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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