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앞둔 암환자 불필요한 항생제 줄여야…‘완화의료 상담’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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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14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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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의료 상담군과 비상담군의 임종기 항생제 투여율 비교.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완화의료 상담군과 비상담군의 임종기 항생제 투여율 비교.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증상을 완화시켜, 보다 편안하게 삶을 유지하는데 목적을 두는 ‘완화의료’가 암 환자의 임종기 항생제 투여 확률을 약 54%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료진과 환자 및 가족이 치료 목표에 맞는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유신혜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와 김정한 이대서울병원 교수 연구팀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대병원 입원 중 사망한 암 환자 1143명을 대상으로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 3일 내 항생제 사용에 미친 효과를 14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진행기 암 환자는 암 자체 혹은 암 치료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감염증 발생 위험이 높으며, 실제로 감염증이 발생해 경험적 항생제 처방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종기 암 환자에게는 이러한 항생제 사용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연구팀은 상당수의 진행기 암 환자들이 임종기에 항생제를 투여받는 점에 착안해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기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완화의료 상담은 중증 질환자 및 그의 가족을 대상으로 투병 과정에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연구팀은 사전에 완화의료 상담을 받은 468명(40.9%)과 받지 않은 675명(59.1%)의 성향점수 가중분석을 통해 두 집단의 특성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완화의료 상담과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여부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먼저 1143명의 환자 중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비율은 약 82.2%(940명)였다. 완화의료 상담군에서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비율은 73.5%로, 비상담군 88.3%에 비해 낮았다. 임종 당일까지 투여한 비율도 상담군에서 50.4%, 비상담군에서 67.4%이었다.

그람 음성(gram-negative)균에 대한 항생제인 ‘카바페넴’ 사용은 △완화의료 상담군 22.4% △비상담군 42.4%, 그람 양성(gram-positive)균에 대한 광범위 항생제인 ‘글리코펩타이드’ 사용은 △완화의료 상담군 11.1% △비상담군 23.3%로, 절반 가량 줄었다.

이러한 차이는 나이·성별·발열 여부·배양검사 결과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해 분석했을 때에도 비상담군에 비해 완화의료 상담군에서 임종 3일 이내 항생제 투여 확률이 54% 더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완화의료 상담이 임종 시기의 암 환자에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완화의료 상담을 통해 임종기 항생제 사용이 감소했다는 데 대한 연구는 국내외 최초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신혜 교수는 “진행기 암 환자에서 항생제 사용은 환자 가족의 치료 목표·가치·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과 함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항생제의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는 데 완화의료 상담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항균제 분야 국제 학술지 ‘항균화학요법 저널(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최근호에 게재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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