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채, 사상최대 74조4000억달러… 코로나 확산에 글로벌 경제 뇌관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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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번 위기에는 기업부채가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각국의 기업부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거리는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오랜 저금리 시대에 빚으로 버텨온 기업들이 앞으로 매출 감소로 자금난을 겪게 되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어서다.

16일 국제금융협회(IIF)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 세계의 비금융권 기업부채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93%에 이르는 74조4000억 달러(약 9경1177조 원)로 집계됐다. 2007년과 비교하면 76%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막대한 기업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각국이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다. 당시 세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중국은 4조 위안(약 7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폈는데 그 결과 중국의 기업부채는 2008년 4조 달러에서 최근 20조 달러로 불어났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대응했던 미국의 기업부채도 지난해 9월 말 현재 약 16조 달러로 가계부채 규모를 앞질렀다.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작은 충격에도 신용등급 하락, 채무불이행의 위험에 내몰릴 수 있다. 기업발(發)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절반 정도 경제 충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8개국의 기업부채 중 19조 달러가량에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선 이미 회사채 부도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300억 위안까지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한다면 각국에 새로운 부채위기가 촉발될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저금리로 급격하게 차입을 늘린 미국 셰일업체들은 코로나 위기에 최근 국제유가 폭락까지 겹치며 가장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체서피크에너지, 화이팅페트롤리엄 등을 부도 위험이 큰 회사로 꼽았고 옥시덴털, 아파치 등은 신용등급 강등이 예상된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이동 제한이 확대되면서 항공, 호텔, 크루즈 등 관광 관련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부채가 많은 아메리칸항공과 알래스카항공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호텔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 등을 최근 등급 감시 대상으로 분류했다.

한국도 기업부채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IIF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부채는 GDP의 101.6%로 가계부채(95.1%)보다 많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기업 23%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돼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돈을 빼내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정부가 쏟아내는 통화 완화 정책이 당장 기업들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기업을 더 연명시켜 근본적인 기업부채 위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질 낮은 기업부채가 계속 축적되면 다음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남건우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팬데믹#기업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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