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생 마지막 승부… 글러브를 바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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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포지션 전향한 선수들

아마추어 시절 마운드와 타석에 함께 섰던 에이스들은 대개 프로에 와서 한길을 택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같은 ‘이도류’(투타 겸업)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하나에 집중해도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 부상 또는 새 활로를 찾기 위해 다시 방망이를 잡거나 투수 글러브를 끼며 전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SK 타자 강지광. 아래 사진은 투수 시절.
SK 타자 강지광. 아래 사진은 투수 시절.
지난 시즌 투수로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앞세워 2승 4패 6홀드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던 SK 강지광은 타자로 전향했다. 2009년 투수로 입단해 타자와 투수를 오갔던 이력이 있는 강지광은 다시 야수로 네 번째 전업에 나섰다. 어깨 통증이 주된 이유다. 한국 나이 31세인 그로서는 마지막 승부수를 둔 셈이다.

한화 투수 주현상. 아래 사진은 야수 시절.
한화 투수 주현상. 아래 사진은 야수 시절.
신진호(29·NC), 주현상(28·한화)은 투수 도전을 선언했다. NC의 안방을 지키던 신진호의 심경은 복잡했다. 해외 유턴파로 한때 각광받았지만 포수로서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33), 경찰청에서 복귀한 김태군(31), ‘미래’로 꼽히는 김형준(21)이 지키는 NC 안방에서 신진호가 마스크를 쓸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발목과 무릎 등에 잔부상이 잇따랐다. 신진호는 고교 시절까지 투수 경험이 없지만 포수 출신이라 어깨가 좋다. 투수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투수들에게 ‘필수’인 손끝 감각도 좋다. 박석진 NC C팀(2군) 투수 코치는 “커브, 커터 등 변화구가 생각보다 괜찮다. 부상 등을 잘 극복하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에서 내야수와 포수로 뛰었던 주현상은 지난해 8월 군 제대 이후 마운드에 서고 있다. 주현상이 동아대 시절 투수로 활약했던 모습을 기억한 정민태 투수 코치의 권유에 보직을 바꿨다. 주현상은 투수 경험을 살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다. 구위 상승이 당면 과제로 올여름까지 최고 구속 시속 150km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과거에 포지션 전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은퇴 시기를 늦추기 위한 꼼수로 비치기도 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경우 이승엽(은퇴), 나성범(NC), 이형종(LG) 등 성공한 선수가 꽤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는 내세울 만한 선수가 별로 없어 더 그랬다. 하지만 지난 시즌 하재훈(30·SK)이 야수에서 투수로 전업하자마자 세이브왕 타이틀을 따내며 새로운 성공 사례를 썼다.

성공한다면 팀에는 예상치 않았던 전력 상승 효과, 팬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줄 수 있는 투타 전업. 올 시즌 보직을 바꾼 선수 가운데서 누가 웃을까.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신진호#강지광#주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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