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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예배를 왜 했대”…‘은혜의강’에 쏟아진 불안·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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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예배를 왜 했대”…‘은혜의강’에 쏟아진 불안·분노

뉴스1입력 2020-03-16 12:32수정 2020-03-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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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2020.3.15/뉴스1 © News1

“손 떨리고 다리 후들거려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이 동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경기 성남시 양지동에서 제과 매장을 운영하는 김정자씨(가명·여·57)는 16일 오전 8시30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딸이었다. 30대 초반 딸은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 엄마, 빨리 뉴스를 봐”라고 김씨를 재촉했다.

김씨 매장 건물의 3~4층에 들어선 ‘은혜의강’ 교회에서 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뉴스 속보’였다. 이날 낮 12시 기준 은혜의 강 교회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4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자들은 신도와 가족 등이었다.


건물 밖에 나와 두 손을 깍지 낀 채 ‘은혜의강’ 교회 간판을 올려다보는 김씨는 “문을 닫아야 할지 계속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매장 운영 3년 만에 이렇게 불안하긴 처음”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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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강 교회 철문은 모두 닫혔다. ‘3월 22일까지 예배당 시설을 잠시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닫힌 문에 붙었다. ‘신천지 등 이단의 침투를 방지하고자 반드시 (회원) 등록해 주시기 바란다’는 종이도 붙었다. ‘종교활동을 제한하고자 일시적 폐쇄를 명령한다’는 성남시청장의 붉은색 ‘즉인’이 찍힌 명령서도 부착됐다.

은혜의 강 교회는 간판을 보지 않으면 ‘교회’라고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 집단 감염 발생 이유도 은혜의 강 교회가 대형 교회가 아닌 소형 교회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성남시의 분석이다.

은혜의강 교회는 건물의 3층 절반과 4층 절반을 사용했다. 3층에는 예배당, 4층에는 식당과 휴게실이 들어섰다.

각 층 면적은 115㎡(35평)에 불과해 전체 교인 약 130명이 ‘다닥다닥’ 붙어 예배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같은 건물 2층 치과의원에서 일하는 이민자씨(가명)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번 달 들어 은혜의강 교회를 찾는 신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도 “다만 발길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위층으로 향하는 신도들 ‘발길’이 그래도 이어져 예배는 중단 없이 하는구나 생각했다”며 “때때로 위층 교회에서 웃음소리도 들렸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평소 신도들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 어떤 식으로 종교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신도들은 교회 이외의 외부 접촉은 최소화했다고 한다.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중년의 남성은 “식사 시간이 돼도 신도들은 교회 안에서 모두 해결해 여기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의도적으로 외부인 접촉을 피했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그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건물 밖 주변에서는 방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회색 방호복을 착용한 보건소 직원 3~5명이 소독 장비로 건물 바로 옆 계단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어김없이 발걸음을 맞추고 은혜의교회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서워 죽겠다” “도대체 이 시국에 예배를 왜 했대” “집에만 있어야겠다” 등 불안과 불만이 담긴 목소리가 쏟아졌다.

인근 금은방을 운영하는 김진철씨(가명·42)는 “‘은혜의강 교회’ 목사가 이곳 예배 장소 등을 이전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한창 돌고 있었는데 이 사달이 난 것”이라며 “오전 내내 ‘괜찮냐’는 묻는 전화가 쏟아진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정자씨·김진철씨를 비롯한 건물 입주자들은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영업을 중단했다가 ‘확진자가 다녀간 매장’으로 오해를 받을까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문을 열면 감염 걱정을, 문을 닫으면 밥벌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정자씨는 “오가는 사람마다 건물 앞에서 한 번씩 손가락질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며 “이렇게 낙인이 찍히면 앞으로 어떻게 영업하느냐”고 호소했다.

(성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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