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 이탈리아인들 사실상 감금…2차 대전급 전시 상황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2일 1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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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에서 10일(현지시간)부로 전국 모든 지역에 이동제한령이 내려졌다. 약 6000만명의 이탈리아인들이 사실상 감금된 셈이다. 격리 생활 이틀째, 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영국 BBC는 11일(현지시간) “편집증적(paranoid)인 사람들: 이탈리아아에 갇혀 있는 삶”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탈리아인들의 삶을 조명했다.

◇ 2차 대전급 전시 상태…“편집증적 분위기”: 면적이 한국의 3배가 되는 거대 국가가 모두 막히는 말 그대로 초유의 사태에 이탈리아 전역은 유령도시로 변했고, 사람들은 마치 전쟁 상황처럼 서로를 정부에 밀고하며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광범위한 규제가 시행되자 이탈리안들은 불안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에 사는 에밀리 밀링턴 교사는 BBC에 “사람들이 서로를 정부에 일러바치는 이상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열이 났는데도 이를 핫라인에 알리지 않자 옆에 있던 친구가 신고해 버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이를 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는 서로의 밀접 접촉자가 되는구나’라는 식으로 말이다. 일종의 편집증 환자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지, 나가도 되는 건지, 외출하면 처벌을 받는 지 모든게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남동부 풀리아에 사는 댄 데이비슨 교사는 “정부에서 외출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해당 조치가 시행되는 것을 못 봤다. 정부로부터 내려온 분명한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 증상 없으면 자유롭게 이동…가짜 정보 판 쳐 : 밀링턴 교사는 이를 시험하기 위해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10일 아침 볼로냐에서 약 3시간 떨어진 트렌토의 남자친구 집까지 차를 몰고 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체온 측정을 제외하곤 아무 제한도 받지 않았다. 발열·기침 등 의심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밀링턴 교사는 “이탈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면서 “나는 어차피 증상이 없어 진단검사를 받지도 않겠지만, 증상이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게 됐다. 이제 그냥 모두가 ‘웨이팅 게임’(waiting game)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데이비슨 교사는 “모든 게 불확실하니 사람들이 서로를 따라다니며 말을 지어내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새 규칙을 내렸다는 말을 듣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아보면 어디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경제적 미칠 여파도 상당해 보인다. 밀링턴 교사는 “나는 운 좋게 재택 근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일부 사립 어학원들이 문을 닫았다. 현재 많은 이들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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