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성화봉송 출발지 방사선량, 기준치의 1775배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9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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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올림픽시설 주변, 방사선량 높아…그린피스 조사 보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일본 지부(그린피스 재팬)가 9일 후쿠시마(福島)현의 방사선 조사보고서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그린피스 재팬은 지난해 10월16일부터 11월5일까지 귀환이 불가능한 지역과 피난 지시가 해제된 지역을 망라해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리는 후쿠시마의 아즈마구장 주변 및 성화 봉송 출발지점인 J빌리지 주변 등 후쿠시마현 내 여러 지역들의 방사선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의 성화 봉송 출발 지점인 J빌리지 주변 지역 등 많은 곳에서 방사선량이 주변보다 현저하게 높은 이른바 ‘핫스팟’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따르면 도로변 숲 가에 방사성 물질이 묻어 있는 진흙이 들러붙어 있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는 곳이 많았는데 이런 곳들의 경우 어김없이 방사선량이 높게 나타나 ‘핫스팟’이었다.

대피령이 해제된 나미에마치(浪江町)의 시가지에 있는 폐쇄된 초등학교와 그 건너편 숲의 방사선량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맞은 편 숲의 지상 10㎝ 높이에서 시간당 5.3마이크로시버트, 50㎝ 높이에서는 시간당 3.1마이크로시버트, 지상 1 m 높이에서는 시간당 2.6마이크로시버트의 핫스팟이 발견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의 방사선 기준량 시간당 0.04마이크로시버트에 비하면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100배 이상 높은 수치들이다.

특히 성화 봉송의 출발지인 J빌리지에 인접한 주차장의 지표면 10㎝에서는 시간당 71마이크로시버트의 엄청난 방사선량이 측정된 핫스폿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곳의 지표 50㎝, 1m의 방사선량은 각각 6.32와 1.7마이크로시버트였다. 사고 전 기준치에 비교하면 무려 1775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이다.

이 같은 핫스팟들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린피스 재팬은 일본 정부는 도로에서부터 20m 떨어진 숲속까지만 오염을 제거했을 뿐 숲 대부분의 오염이 제거되지 않은 채 방사성 물질의 저장고처럼 남아 있다가 큰 비가 내리자 빗물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린피스 재팬의 조사가 이뤄지기 직전인 10월12일과 조사가 한창 이뤄지던 10월25일 두 차례에 걸쳐 일본에는 큰 비를 동반한 태풍 하기비스가 덮쳤었다. 태풍이 방사성 물질의 저장고인 숲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재팬은 빗물을 따라 방사성 물질이 이동하면서 한 곳은 방사성 물질이 줄어들지만 다른 곳은 방사선량이 높아져 새로운 핫스팟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폭우로 방사성 물질이 이동할 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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