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앞에 EU 결속력 무너지나… 마스크 때문에 ‘사분오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8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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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동체’ 정신으로 뭉친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 사분오열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자 다른 국가들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6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EU 27개국의 보건부 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공동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회의는 최근 마스크 등 위생용품 수출을 제한한 일부 회원국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4일부터 독일 프랑스 체코는 차례로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 등 코로나19 위생용품 수출 제한령을 발표했다. 자국 내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른 회원국들은 ‘하나의 공동체’를 강조하는 EU 정신에 위배된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벨기에 보건부 장관인 매기 드 블록은 트위터에 “회원국 간 수출을 차단하는 것은 유럽연합 정신에 맞지 않는다. 마스크 배분 문제에 회원국들이 ‘연합(United)’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네덜란드 의료 장관 역시 “(위생용품 수출 금지는)현재 유럽 전체의 물자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야네즈 레나르치치 EU 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수출 금지 조처는 위기에 대처하려는 EU의 공동 접근법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결정을 굽히지 않고 있어 EU 결속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리비에 베란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우리가 가진 (위생용품 등) 물자 전반을 조사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향후 수출 금지 제한을 철회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프랑스는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병원에서 수술용 마스크 2000개가 도난당하는 등 사회 혼란을 겪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3일 ‘마스크 징발령’을 내리고 자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마스크를 국가가 관리하도록 했다. 일반인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

독일 역시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 조차 부족해지자 향후 EU 차원의 공동 수출 제한 조치를 마련해야 자국의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가 ‘국경 없는 유럽’이라는 EU의 꿈에 악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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