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시장 “봄은 언제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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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알려진 제주시 노형동 ‘노형2차아이파크’는 2017년 중순 11억1700만 원(전용면적 139m²)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9억5000만 원에서 10억 원 선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홍모 씨(34)는 “천정부지로 솟던 아파트 값이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한때 투자처로 각광을 받던 제주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락을 거듭하던 지방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16대책을 전후로 하락세를 벗어난 모습이다. 강원은 지난해 1월 1억4734만 원이던 평균 매매가격이 12월 1억3958만 원으로 5.3% 떨어졌으나, 올해 1월 1억4194만 원으로 올랐다. 지난달에는 1억4190만 원으로 소폭 조정됐으나 하락세는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북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4.8%(1억4973만 원→1억4250만 원) 떨어졌지만, 12월 소폭 오르더니 지난달 말(1억4714만 원)까지 3.3%(지난해 11월 말 가격 대비)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중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비슷한 흐름이지만, 제주는 다르다. 지난해 1월 대비 올해 1월 제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1%(2억9962만 원→2억8739만 원)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평균 매매가격이 2억8694만 원으로 더 하락했다. 12·16대책 이후에는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1월 말 대비 11월 말 제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9% 떨어진 가운데, 11월 말에서 지난달까지 하락폭은 2.4%로 더 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외부 투자 감소를 주원인으로 분석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과 갈등을 빚으며 중국인들의 투자가 줄었고, 한때 유행하던 ‘제주살이’ 열풍도 꺾이면서 국내외 투자 수요가 모두 감소했다. 실제 제주에서 외국인이 소유한 토지는 2015년 1158만4469m²에서 2018년 2286만8330m²로 2배가량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254만8255m²로 1.4% 감소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제주로 순이동한 인구 역시 최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제주에서 서울로 이동한 인구가 더 많음)했다.

제주의 독특한 임대 문화도 하락세가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제주 임대시장에는 1년 치 월세를 입주 때 한 번에 내고 이를 임대료로 사용하는 이른바 ‘깔세’ 형태가 자리해 있다. ‘신구간(토속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시기·1월 말부터 2월 초)’ 때 이사를 선호하는 제주 특유의 향토 문화에서 비롯됐다. 전세가 아닌 월세와 비슷한 형태라 매매가격이 하락할 때 안전장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세 계약이 많은 곳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전세 가격이 있기 때문에 하락이 더디거나 덜하다고 여기는 투자자가 많다.

제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은 “제주는 개발 붐으로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른 영향을 받고 있다”며 “개발 호재가 마땅치 않아 한동안 가격 하락에 따른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제주#아파트#노형2차아이파크#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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