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어떻게 쓸지가 중요하다[현장에서/송충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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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오전 당정청 협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오전 당정청 협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충현 경제부 기자
송충현 경제부 기자
“당정청 협의를 거쳐 추가경정예산(추경) 문제를 포함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갖고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에 대한 큰 충격이 우려되자 연초부터 과감한 재정 투입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홍 부총리는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올해) 예산안 잉크가 다 마르지 않았다”, “기존 예산을 먼저 활용해야 한다”며 추경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전후해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태도를 바꿨다.

이에 각 부처는 추경으로 집행할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사업을 구상 중이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지원책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 일자리안정자금 확대 등이 추경 항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추경 편성은 야당에서도 적극 협조 의사를 밝힌 터라, 국회 통과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 규모도 10조∼15조 원 정도로 ‘슈퍼 추경’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에서 중요한 점은 그 규모보다는 ‘돈을 어디에 쓰는지’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추경을 할 때마다 본래의 목적과 다른 사업이 다수 포함되는 구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추경은 국가적 비상사태에 편성되는 만큼 나랏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게 당연한 원칙인데도 정부의 선심성 또는 정치권의 정략적 사업 등 엉뚱한 곳에 적지 않은 돈이 새어나갔다. 추경이 본예산과 비교해 편성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걸리는 시간이 워낙 짧다 보니 언론이나 국민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린 측면도 있다.

이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본 병·의원과 산업계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약 11조6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하지만 정작 메르스로 인한 피해 기업 지원과 경기 대응에는 이 중 고작 2조5000억 원이 쓰이는 데 그쳤다. 그 외 나머지엔 지자체의 각종 도로 건설, 지역 축제 등 여야 국회의원들의 민원성 쪽지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정작 본예산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져 소위 ‘물을 먹은’ 예산들이 추경이라는 급행열차에 은근슬쩍 무임승차를 한 것이다. 이처럼 본래 목적을 벗어난 추경은 효과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당시 추경을 통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해 성장률은 2.8%에 그쳤다.

올해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과거의 구태를 또다시 반복하기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다. 이번에야말로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제대로 된 추경을 편성해야 할 때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
#코로나19#추가경정예산#슈퍼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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