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는 늙어가는 나약한 존재…신용불량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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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24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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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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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자신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늦어져 혜택을 누린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심히 모욕적”이라고 유감을 표하며 “두려움에 기반한 불안을 한순간이라도 더 연장하고 싶지 않다. 고통을 조롱하지는 말아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이 지사는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운명이라면 시간 끌고 싶지 않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나는 부양할 가족을 둔 소심한 가장이고 이제는 늙어가는 나약한 존재다. 살 떨리는 두려움을, 사력을 다해 견뎌내고 있는 한 인간”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권세가 아닌 책임의 무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쉬울 뿐, 지사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정치적 사형’은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인생의 황혼녘에서 ‘경제적 사형’은 사실 두렵다. 전 재산을 다 내고도, 한 생을 더 살며 벌어도 못다 갚을 엄청난 선거자금 반환채무와 그로 인해 필연적인 신용불량자의 삶이 나를 기다린다”며 “냉정한 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다 빼앗기는 처참한 삶은 물론 가족의 단란함조차 위태로운, 나로선 지옥이 열린다”고 호소했다.

선출직을 박탈 당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자금을 모두 돌려내야 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개인 간 단순고발 사건임에도 30명 가까운 특검 규모 경찰 특별수사팀이 억지사건을 만들고, 무죄증거를 감추고 거짓 조각으로 진실을 조립한 검찰이 나를 사형장으로 끌고 왔다”며 “잠깐의 희망고문을 지나 내 목은 단두대에 올려졌고, 이제 찰나에 무너질 삶과 죽음의 경계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집행관의 손끝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을 겨냥한 칼날이 무심하게 빛나는 가운데 시간은 기약 없이 흐르고, 미동조차 순간순간 아득한 공포와 막연한 희망으로 변신하며 심장근육을 옥죈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판결이 죄형법정주의·공표의 사전적 의미조차 벗어났으니 위헌법률심판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재판지연으로 구차하게 공직을 연장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어차피 벗어나야 한다면 오히려 빨리 벗어나고 싶다. 단두대에 목을 걸고 있다 해도 1360만 도정의 책임은 무겁고 힘든 짐”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필귀정을 그리고 사법부의 양식을 믿는다”고 전했다.

앞서 이 지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4가지 혐의 모두 무죄를 받아 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부분으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불복한 이 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5일로 예정됐던 선고시한을 넘겼고, 아직까지도 판단을 미루고 있다.

한편 이 지사는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과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가 헌법과 충돌한다며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 심판이 통상 1~2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 이 지사가 자신의 임기동안 대법원 선고를 미루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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