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은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한 영역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인터뷰│유기윤 교수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유기윤 교수는 ‘인공지성’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유기윤 교수는 ‘인공지성’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미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교육 분야도 미래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의 과도한 진학 위주 교육으로는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쌓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 정책은 대입 정시 확대 등 지식 축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래는 전혀 다른 세상이기에 미래 교육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 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미래에 전개될 양상에 대한 예측이 중요하다. 그래야 미래 교육의 방향성도 더 구체적일 것이다. 저서 ‘미래사회보고서’를 통해 도시를 중심으로 미래 사회를 예측했던 유기윤 서울대 교수를 만나 미래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 사회란 무엇인가?


시간 기준으로는 지금 이후의 사회가 미래다. 미래도 두 시기가 있다. 특이점이 도래하기 전까지의 미래와 특이점 이후의 미래다. 특이점이란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사회 모습이 특이할 만큼 다른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강한 ‘인공지성’이 나타나는 금세기 말인 2090년대를 특이점으로 보고 있다. 특이점 이후의 미래 사회는 너무나 특이해서 지금의 지식을 완전히 활용해도 예측하기 힘들다. 특이점으로 가는 동안 인류는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

유 교수는 인공지능(AI)을 ‘인공지성’으로 부른다. 기계가 인간만이 가진다고 여겨지는 생각, 감정, 의지, 의식을 모두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계는 도덕적 생각을 가질 뿐 아니라 사람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인공지성의 기능과 역할이 나날이 커져가는 미래에 인간의 의미는 어떻게 변할까?

인공지성이 활용되는 정도와 시점에 따라 인간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질 것이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의문과 도전은 갈수록 거세져 큰 혼란이 있을 걸로 본다. 인간보다 영리하고, 감정도 풍부하며,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는, 스스로 자신을 생명체라고 믿는 로봇이 집과 사무실, 길거리 등 모든 곳에 있을 것이다. 로봇들이 인간보다 더 뛰어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온다는 의미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의 본질은 생명 구조의 고도화가 아니라 다양화에 있다고 말한다. 가장 훌륭한 생명체 따위는 없다는 의미다. 그렇게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의 종을 m이라 할 때 인간은 m분의 1의 가치를 가질 뿐이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 갈수록 더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인간만이 가지는 성질이 특별할 것도 없는 미래에 교육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교육은 두 가지 의미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 전인격적 완성과 실용적인 문제의 해결이 그것이다. 미래로 간다고 해도 이 두 가지 의미는 균형 속에서 동시에 추구될 것으로 본다. 다만 방법은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는가?

첫째는 플랫폼의 변화다. 교육은 미래로 갈수록 온라인과 가상화를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둔 교육 플랫폼은 일부 실험, 실습실을 제외하고는 가상현실 플랫폼으로 점차 역할을 넘기게 될 것이다. 2030년경이면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들 플랫폼에 접속해 학습을 할 것으로 본다. 국내의 경우는 이런 지각변동이 좀 더 늦게 일어날 것이다. 기존의 체제와 수익구조가 급격한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제도적으로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변화는 거스르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기술들과 콘텐츠가 온라인에 쌓이고 있지만 교실에서는 그것을 배우는 데 한계가 있다. 언어 장벽이 온라인 강의의 습득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문제가 해결되면 기존의 학교와 교습 방법은 엄청난 변화의 압력을 받을 것이다.

둘째로는 자율학습(플립드 러닝)의 증가다. 자율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유리한 환경이 되어 가고 있다. 학습 교재는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학습자가 소화할 수 없는 속도로 거의 무한 공급을 향해 가고 있다. 내 강의에서 학생들은 온라인 자료를 활용해 스스로 공부한다. 온라인 공부 교재 사이트와 구글 같은 정보 서비스 확대 및 시맨틱 웹을 통한 범용 정보의 축적과 공유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성이 정보의 채굴과 공급에 더 많은 참여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육자의 주된 역할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학습할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학습 지도사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자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 있어서 학습 방법론에 정통해야 한다. 교육자는 인간일 수도 있고 인공지성일 수도 있다.

―지식의 축적에 인공지성이 기여하는 것은 지식의 습득에도 긍정적이지 않고 전인격의 함양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오롯이 인공지성만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인공지성을 활용해 지식을 축적 할 때 교사는 학생들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등등 수용 정도를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또, 수많은 학습 알고리즘 가운데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것들을 찾아주면서 학생들이 직면한 학습 단계별 문제 해결도 조언해야 한다. 지식의 축적에 교사와 인공지성이 협업했다면 전인격(소통, 배려, 협업 능력)은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져야 한다. 체력(운동)이 지능에도 중요한 만큼 신체 활동을 통한 균형 유지도 중요하다.

―새로운 시스템과 방식으로 길러져야 하는 역량은 무엇인가?

생각 영역은 인공지성이 빠르게 인간을 대체해 나갈 것이므로 감정, 의지, 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내적 역량이 길러져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이 좋은 예다. 이들은 감정이 어떻게 사람에게 작용하는지를 알고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내적 역량을 키워 냈다.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하면서 기계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즉, 인간의 마음과 감정에 통할 수 있는 기재를 만들어 내는 데 기계를 쓸 줄 알아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와 교육에서 유망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미래로 갈수록 유망은 직업이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가 좌우할 것이다. 모든 직업이 인공지성 플랫폼에게 무차별 공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성 플랫폼을 잘 활용해 비즈니스를 한다면 큰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 변호사 등과 같이 현재 유망하다고 해도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지 못하면 인공지성의 보조자로 전락할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어떤 비전을 세워 미래 세대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가?


전체적인 교육 시스템이 변하려면 교육 종사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희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시스템 역시 큰 변화를 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공익을 위한 것처럼 보이는 플랫폼들이 시장을 독점하여 전체의 이익을 가져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중소규모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도록 도와주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래야 소수의 플랫폼 지배자가 아닌 대다수의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잘 산다.

▶ 유기윤 교수는 …

연세대 졸업, 위스콘신주립대 공학박사,
제23회 기술고등고시 수석합격,
국토지리정보원 제27대 원장, 유니북시티 대표(현),
서울대 GIS/LBS 연구그룹 그룹장(현)
저서: 미래사회 보고서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교육#유기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