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 ‘마스크 노이로제’…“전국민의 ‘안티’ 될 판”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16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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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확보 어렵고 주문 쇄도로 서버다운
마스크 방송 전후 편성 업체도 피해 심각
방송 →온라인몰 채널 바꿔도 서버 다운
마스크 못구하자 전국민이 홈쇼핑 '안티'

홈쇼핑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 때문이다. 정부가 홈쇼핑업계를 불러 마스크 판매를 지시하고 심지어 특정 업체를 지목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업계는 마스크 물량 확보도 어렵고, 주문쇄도로 서버 다운,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마스크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N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된서리를 맞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홈쇼핑업체들을 모아 긴급 간담회를 열었고, TV홈쇼핑 채널 마스크 판매를 지시하자마자 곧바로 ‘행동’에 옮긴 탓이다.

현대홈쇼핑은 7일 오전 4시 T커머스 채널인 현대홈쇼핑플러스에서 마스크 방송을 잡았다 서버 점검차 30분전에 미리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준비 물량 230세트(60개 들이)는 2분만에 품절됐다. 서버는 다운되고 소비자들은 원성을 쏟아냈다.

이어 NS홈쇼핑은 8~9일 100개입 마스크 4500세트를 준비해 방송을 시작했다. 역시 웹·앱 서가 모두 다운됐고 ARS도 마비상태가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NS홈쇼핑 불매운동 목소리까지 나왔다.

한차례 홍역을 겪은 현대홈쇼핑은 13일 예정이던 마스크 방송 판매를 온라인으로 채널을 변경했다. 방송 시작 30분 전에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방송알림’ 서비스 신청 고객만 10만명에 달하자 지난 7일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러나 온라인채널 H몰에서도 13일 오후 2시40분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주문이 몰려 당일 서버가 다운됐다. 서버 복구 후에도 접속이 느려 3시35분께 마스크가 매진됐다. 이날 준비 물량은 총 4000세트로 1인당 1세트로 구매를 한정했다.

이처럼 홈쇼핑 판매 때마다 서버다운과 악플 등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게릴라 판매’ 카드를 꺼냈다. 공영홈쇼핑이 마스크를 두차례 판매하되 날짜만 알려주고 시간은 비공개로 해 주문이 일시에 몰리는걸 막아보겠다는 계산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마스크 판매를 지시하는 등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난을 받은바 있어 이번엔 ‘공영홈쇼핑’을 선택했다는게 업계의 해석이다.

1차 마스크 판매 방송은 오는 19일 진행된다. 마스크 15만개를 1인당 40개 한정으로 판매한다. 이후 방송에서 순차적으로 총 100만개를 판매할 예정이다.

업계는 공영홈쇼핑 판매를 두고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공영홈쇼핑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합동으로 마스크제조업체를 섭외해 물량을 조달해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체들을 불러놓고 ‘물량은 알아서 구해 와 최대한 많이 팔아라’ 하더니 서버 다운되고 온갖 피해를 입으니 공영홈쇼핑에는 물량까지 구해다 주는게 형평성에 맞는거냐”고 했다. 이어 “전국 곳곳을 돌며 물량을 확보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팔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는데 홈쇼핑이 가격을 올린 주범으로 몰리고 주문이 쉽지 않자 전국민이 ‘홈쇼핑 안티’로 돌아섰다”고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마스크 판매 방송이 또다른 협력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스크 판매방송 전후로 방송 시간을 편성 받은 업체들이 정상 판매를 할 수 없어서다.

판매방송 시간이 정해지면 1시간 전부터 ARS주문 대기가 몰려 앞 방송 상품은 전화 연결이 어렵고, 마스크 판매 방송 후에는 서버가 다운되기 때문데 다음 방송 협력업체는 아예 주문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한 협력업체는 “마스크 방송 앞뒤 시간을 편성 받으면 장사는 망한 것”이라면서 “편성 시간표가 나오면 마스크 방송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게 된다”고 전했다.

홈쇼핑업체들도 마스크 편성을 두고 고민이 깊다. 재승인을 앞두고 있는 업체의 경우 과기정통부가 마스크 판매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방송을 잡아야 하는 처지다.

서버 다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송시간 비공개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방송시간을 고지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TV 홈쇼핑만 보고 있으란 얘기’냐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불보듯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마스크 대란도 자연스럽게 해소되겠지만 서버 다운, 협력업체 피해, 홈쇼핑 이미지 하락 등의 피해는 홈쇼핑사에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라면서 “홈쇼핑은 업태 특성상 대량 판매 위주인데 1인당 판매 제한을 해야 하는 마스크를 팔라고 하는 발상 자체가 업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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