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평가회사 해킹 혐의 중국군 4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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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산업기밀 다량 빼내… 中당국, 조직적으로 범행 가능성”
美 정보요원-관료 정보 겨냥 의심

10일 미국 법무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요원 4명을 해킹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이 중국군 요원을 해킹 혐의로 기소한 것은 2014년 철강회사 US스틸 등에 대한 해킹 혐의로 5명을 기소한 후 두 번째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신용평가회사 에퀴팩스를 해킹하고 미국인의 개인정보 및 산업기밀을 훔친 혐의로 중국 요원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들 장교가 2017년 5∼7월 에퀴팩스를 해킹해 미국인 1억4700만 명의 이름, 주소, 사회보장번호, 운전면허번호, 생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훔쳤다고 지적했다. 에퀴팩스는 8억2000만 명 이상의 소비자 정보뿐만 아니라 9100만 개의 회사 정보에 관한 데이터도 보관하고 있다. 바 장관은 “역사상 최대 자료 탈취 사건 중 하나”라며 “중국군의 조직적이고 뻔뻔하며 범죄적인 강도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4명의 해커는 인민해방군 54연구소 소속으로 현재 중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해킹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약 20개국, 34개 서버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소로 중국 내 미국 정보요원의 신변 위험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단행한 것은 중국의 안보 위협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 해커들이 훔친 방대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미 관리들의 의료 기록, 은행 계좌와 같은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고 뇌물이나 협박에 취약한 관리들을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1차 무역합의 타결로 잠시 진정되는 듯했던 양국의 갈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로 다시 격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신종 코로나의 대처 방식, 유래 등을 두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생화학무기로 이용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킹 공방까지 벌어짐에 따라 무역전쟁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법무부#중국군#해킹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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