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떠오른 감염병[기고/김호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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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수석연구위원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수석연구위원
새해 지구촌은 신종 감염병의 공격으로 초비상이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인류에 대한 감염병의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페스트는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감으로써 봉건사회 몰락을 재촉했다.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사망자가 약 5000만 명에 달해 전쟁 사망자보다 3배나 더 많았다.

21세기 들어서도 감염병의 위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희귀한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위험성이 커지는 실정이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스와 신종인플루엔자, 에볼라, 메르스 등이 대표적이다. 빌 게이츠는 감염병 정복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주최로 개최된 ‘이벤트 201’에서 빌 게이츠는 “감염병이 핵폭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감염병은 핵무기 못지않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위협의 현재성(現在性)이다. 핵무기는 인류의 공멸을 가져오기 때문에 사용하긴 어렵다. 75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폭격이 유일한 사례다. 그러나 감염병은 오늘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실재하는 위협’이라는 측면에서 핵무기를 능가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상황 발생의 불가측성(不可測性)이다. 감염병은 평소 수면 아래 잠재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징후 감지가 어렵고 대비를 소홀히 할 경우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셋째, 해결의 난제성(難題性)이다. 핵무기는 그동안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어느 정도 통제되어 왔고 앞으로도 각국이 해결의 방향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감염병은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원인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백신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어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사태 발생 시 국제사회와 개인 및 단체가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가 간 이해가 충돌하고 개인의 자유, 인권이 보장되는 현실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제 감염병은 단순한 질병 관리의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 안보정책은 국가를 주체로 하고 군사력을 수단으로 하는 이른바 전통안보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분단국가인 우리로서는 핵무기를 비롯한 전통안보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함께 감염병처럼 인류의 도전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新)안보(emerging security)’ 문제 해결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밀려오는 신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한 국가 시스템 재정비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수석연구위원
#코로나 바이러스#감염병#신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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